김택진-김광호 대박 스토리

2013.03.28 13:44:12 호수 0호

통큰 베팅으로 떼돈…뒷말 무성

[일요시사=경제1팀]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와 김광호 모나리자 회장. 두 사람이 대박을 터뜨렸다. 김 대표는 선물 투자로, 김 회장은 회사 매각으로 거액을 거머쥐었다. 각각 수백억∼천억원대의 떼돈을 벌었지만 한편에선 뒷말이 무성하다.





국내 벤처산업계의 대표적 성공스토리를 만들었던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1997년 엔씨소프트를 창업한 이후 15년 만인 지난해 대주주 지분을 경쟁게임사 넥슨에 넘겨주며 8000억원대가 넘는 매각대금을 손에 쥐었던 김 대표가 최근엔 투기성이 강한 FX마진 시장에서 엄청난 수익을 올려 주목받고 있다. 

도박성 투자

최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김 대표는 외환선물을 통해 FX마진시장에 약 500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관이 아닌 개인이 투자한 금액으로는 이례적인 거액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적인 설명이다.

김 대표는 지난해 지분 매각대금 8000억원을 글로벌 게임회사 인수자금으로 사용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실제로 매각 대금 중 절반이 넘는 돈이 FX마진에 투자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업계는 충격에 빠졌다. FX마진 시장에 투자한 사실 자체가 이미 본업에 뜻이 없어나 본업에서 벗어나기 위한 수순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FX마진 시장이 ‘투기’ 성격이 강하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는 좀처럼 잦아지지 않고 있다.

한 증권가 관계자는 “김 대표가 넥슨에 비록 1대주주를 넘겨줬지만, 여전히 엔씨소프트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상황에서 선물 환거래를 하는 ‘FX마진시장의 큰손 CEO’라는 이미지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덕분에 금융당국 규제로 움츠러들었던 FX마진시장은 때아닌 호황을 맞고 있다. 지난해 3월 개인투자자가 막대한 손실을 입을 것이라는 염려 등으로 본격적인 규제가 시작되기 전에는 월 30만∼40만건씩 계약이 체결됐지만 규제 이후 계약건수가 12만건까지 급락하면서 시장이 얼어붙었었다. 하지만 김 대표가 뛰어들면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거래량이 급증하고 있다. 이른바 ‘김택진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김 대표의 투자 성적표도 놀랄만한 수준이다. 지난해 7월부터 FX마진 투자를 시작해 약 6개월 동안 1500억원가량 수익을 거둔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 전문가들은 “전문적인 자신감이 없이 선뜻 실행하기 힘든 투자와 수익률”이라면서 “개인이 5000억원이나 FX마진 시장에 투자한 것은 사실 엄청난 투기로밖에 볼 수 없다”고 혀를 내둘렸다.

FX마진에 5000억 투자 1500억 수익…투기?
80억 주고 산 모나리자 600억 매각…먹튀?

결국 그는 자신이 손수 일군 회사 지분을 팔아 얻은 매각자금을 또 다른 투기 재료로 사용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김 대표와 비슷한 사례는 또 있다. 회사를 매각키로 한 김광호 모나리자 회장이다. 김 회장은 2002년 80억원을 주고 산 위생용 종이제품 제조업체 모나리자 지분을 11년만에 8배 가까이 키워 600억여원에 팔게됐다.

모나리자는 지난달 초 모간스탠리PE티슈홀딩스AB에 자사지분 66%를 매각한다고 밝혔다. 모나리자는 오는 29일 주주총회를 열어 매각을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주당 가격은 3785원으로 김 회장 일가 포함 5인이 보유한 2413만5654주의 매각 대금은 913억원에 달한다. 계열사인 모나리자 대전과 쌍용씨앤비도 매각에 포함되면서 김 회장은 이번 매각으로 총 2000억여원에 가까운 돈을 손에 쥐게 됐다. 지난 2002년 주당 500원에  모나리자를 매입했던 김 회장으로선 대박을 터뜨린 셈이다.

그가 더 주목받는 건 절묘한 절세 타이밍 때문이다. 모나리자는 올해까지 중소기업으로 분류 돼 조세 혜택을 받는다. 3개 사업년도 평균 매출액이 1000억원을 넘어 이미 2010년 중소기업을 졸업했지만, 국내 세법상 3년의 유예기간을 얻게 됐다. 유예기간동안 조세 혜택을 받는 규정으로 인해 모나리자는 올해까지 중기 신분을 유지한다.

이 때문에 김 회장은 막대한 차익을 남기고도 세금은 이의 10%도 안 되는 약 50억원 남짓만 납부하면 된다. 만약 김 회장이 매각 타이밍을 놓쳐 대기업으로 편입되는 내년 이후 모나리자 지분을 매각했더라면, 대기업 세율 30%를 적용받아 150억원 안팎의 세금을 내야했다. 절묘한 타이밍으로 세금을 대폭 줄인 셈이다.

김 회장은 업계에서 M&A(인수합병) 전문가로 불린다. 그동안 잦은 인수합병으로 이익을 취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두산그룹 출신인 그는 해외 지사장·법인장을 역임한 뒤 지난 1989년 무선통신단말기 제조업체인 웨스텍코리아를 창업했다 2005년 KTB네트워크에 매각했다.


기막힌 절세

2002년엔 사업 다각화로 눈을 돌려 법정관리 상태였던 모나리자를 인수했다. 2005년 모나리자 대전까지 인수하고 한국P&G로부터 화장지 부문을 인수해 쌍용C&B를 설립했다. 그의 과감한 M&A를 통해 모나리자는 업계 4위에 그치던 시장 점유율을 단숨에 2위로 끌어올렸다.

또 김 회장은 2005년 제화 업체인 엘칸토를 174억원에 인수했다 2011년 이랜드그룹에 200억원에 팔았다. 이 같은 행보는 그를 인수합병에 일가견이 있는 CEO로 불리게 했지만 동시에 기업 경영에는 관심이 없다는 지적도 낳았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 자본시장의 질이 떨어지고 국가 경제가 활력을 잃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인들이 회사를 매각하면 어김없이 나오는 것이 ‘먹튀’ 논란이라지만, 이들은 결국 기업 경영보단 자신의 자산을 늘리는데 더 큰 목적이 있다고 보여진다”고 말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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