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통일교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결국 구속됐다.
22대 국회 들어 첫 현역 의원 구속이자, 윤석열정부 핵심 실세로 꼽히던 권 의원이 법정에 수감되면서 국민의힘 사법 리스크가 정점에 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남세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16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권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남 부장판사는 영장 발부 배경에 대해 “증거를 인멸할 염려”라고 이유를 밝혔다.
권 의원은 “민주당의 정치 탄압”이라며 결백을 주장했지만, 윤영호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과의 관계 진술을 뒤집은 점과 차명폰 사용 등의 정황이 구속 사유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아직 유·무죄 판단이 나오진 않았지만, 윤정부 핵심 실세로 불렸던 중진 의원이 법정 구속되면서 국민의힘 전체가 휘청이는 분위기다.
권 의원은 구속 직후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은 피 냄새 맡은 상어 떼처럼 국민의힘을 향해 몰려들 것”이라며 “수사가 아니라 소설을 쓰고 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재판부를 겨냥해선 “민주당에 굴복했다”며 사법부가 정치에 휘둘렸다고도 비판했다. 그는 “아무리 탄압해도 반드시 무죄를 받아내겠다”며 지지층을 향해 결백을 호소했다.
김건희 특검은 권 의원이 2022년 초 통일교 윤영호 전 본부장으로부터 1억원을 받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대가로 통일교 현안을 국가 정책 차원에서 챙겨주겠다는 청탁이 오갔다는 게 특검의 시각이다.
반면 권 의원은 “그날이 첫 독대 자리였는데 어떻게 불법 자금이 오갈 수 있겠느냐”며 “허위 진술만으로 영장을 발부한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이날 권 의원에게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여야의 반응은 극명히 갈렸다. 전현희 민주당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오랜 친구 윤석열 따라 구속된 권성동, 사필귀정”이라며 “교주에게 큰절하고 챙긴 뒷돈은 숨길 수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박상혁 민주당 원내소통수석부대표도 이날 아침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권 의원이 사실상 국민의힘 주인 역할을 해왔다”며 “구속은 곧 친윤(친 윤석열) 체제의 동요를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정치 보복’을 거듭 주장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권 의원에 대한 구속은 이재명정부와 민주당의 장기집권을 위한 야당 말살”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는 야당 대표여서 위증교사를 하고도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고 면죄부를 받았으나 성실히 수사에 임했고, 불체포특권까지 포기했던 야당 전 원내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하는 것은 결국 특검의 여론몰이식 수사에 대해 법원이 협조한 꼴”이라고 꼬집었다.
추후 대응 방안에 대해선 “어떻게 대응할지는 보다 깊이 있게 논의해봐야 하지만 지금 국힘 의원에 대한 구속 하나만 갖고 대응하기에는 적절치 않다”며 “내란특별재판부 설치, 대법원장 사태 촉구, 패스트트랙 재판으로 우리당을 완전히 해체시키려 하고 있고 여론몰이식 수사를 통해 의원들을 구속하고 있다. 어떻게 싸워가야 할지 고민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그 시작은 이번 주말 대구에서 열리는 집회다. 당원들과 함께 강력하게 규탄하겠다”고 약속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도 이날 “사법부가 스스로 드러누운 상황이 참담하다”며 “소설 창작하듯 사건을 만들어내는 것 아닌지 걱정된다”고 목소리 높였다. 송 원내대표는 “구속영장이 떨어졌지만, 권 의원에 대한 기본적인 인권에 대해선 충분히 인정돼야 하고 방어권도 충분히 인정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 의원 구속은 최근 나경원 의원 등 다수 현역이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으로 징역을 구형받은 직후라는 점에서 당 안팎으로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검찰은 나 의원에게 징역 2년을, 송 원내대표를 포함한 김정재·윤한홍·이만희·이철규 등 현역 의원 5명에게도 실형을 구형했다.
이들은 2019년 4월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을 의원실에 가두거나 국회 의안과를 점거한 혐의로(특수공무집행방해 등) 기소됐다. 국회의원은 금고형이나 벌금 500만원 이상이 확정되면 직을 잃는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은 당내 ‘친윤 핵심’ 권 의원의 구속과 ‘대여 투쟁 선봉’ 나 의원의 실형 위기라는 이중 악재에 직면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한 야권 관계자는 “구속 여부나 판결 결과는 아직 미정이지만, 사법 리스크 자체가 정치 활동의 반경을 좁히고, 당의 전략적 움직임을 제약할 수밖에 없다”며 “국민의힘은 이제 ‘싸우려 해도 싸울 수 없게 된 상태’가 됐다”고 분석했다.
국민의힘은 오는 21일 대구에서 ‘야당 탄압·독재정치 규탄대회’를 열며 장외 여론전에 나설 계획이다. 그러나 핵심 주자들이 잇달아 사법 리스크에 휘말리면서 장외 투쟁 드라이브가 초반부터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이 ‘정치 탄압’을 기치로 지지층을 묶어낼 지, 아니면 중진들의 잇단 법적 리스크가 당내 균열과 위축을 불러올 지가 향후 정국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한편, 여권은 권 의원 구속을 ‘통일교 수사의 시발점’으로 보고 있다. 권 의원이 통일교와의 관계를 부인하다가 진술을 번복한 점, 차명폰을 통한 통화 이력 등 복수의 정황 증거들이 존재하는 만큼 ‘고구마 줄기’처럼 줄줄이 딸린 유착 전말이 드러날 것이라는 기대감도 정치권 안팎에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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