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권' 못 놓는 의원님들 속사정

2016.06.27 11:46:27 호수 0호

밀어주고 당겨주는 이상한 관행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20대 국회가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바람으로 뜨겁다. 정치권은 연일 앞에서는 특권을 내려놔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지만 뒤로는 온갖 특권을 누리면서 갑의 횡포를 부리고 있다. 19대 국회에서 논의는 많았지만 폐지된 특권은 한 손으로 셀 수 있을 정도에 불과했다. 일각에서는 최근의 정치권의 특권 내려놓기 행보가 19대 때와 마찬가지로 공염불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은 1호 법안으로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및 갑질 금지’ 법률안을 지난 20일 국회에 제출했다. 개정안은 국회의원 본인 및 배우자의 4촌 이내 친인척을 채용하려면 그 사실을 국회의장과 사무총장에게 신고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법률안 제출

보좌직원 보수 일부를 다른 사람이나 기관에 지급토록 강요하거나 보좌직원을 허위로 임명해 그 보수를 유용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백 의원이 특권 내려놓기 법안을 제출한 날인 지난 20일, 같은 당 서영교 의원은 친딸 인턴비서 채용 논란에 휩싸였다. 서 의원의 딸 장씨는 2013년 10월 서 의원 의원실 인턴비서로 채용됐다. 5달가량 국회 국정감사와 법안발의를 위한 각종 자료를 만든 것으로 알려진다.

5달치 임금 480여만원은 서 의원의 후원금으로 쓰였다. 이에 서 의원은 딸을 인턴으로 채용한 것은 맞으나 법적으로 문제 될 것은 없다는 입장을 취했다가 결국 사과했다.


지난해 자신의 동생을 5급 수행비서로 채용해 구설에 올랐기 때문에 벌써 두 번째 채용 관련 의혹이다. 서 의원 딸이 국회 인턴 경력 이후 서울 모 사립대 로스쿨에 다니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 되면서 파장은 더욱 커졌다.

19대 국회에서 사시존폐 논란을 두고 다툴 때 서 의원은 폐지 입장을 강력하게 피력한 바 있기 때문이다. 사리사욕을 위해 사시폐지를 주장 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서 의원 논란에 대해 차재원 부산카톨릭대 교수는 “공공의 채용과정은 무시하고 알게 모르게 자신들끼리 밀어주고 당겨주는 관행이 횡행한 것”이라며 “서영교 의원 논란도 현대판 음서제도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상당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논란 과정에서 서 의원은 자신의 보좌관으로부터 매달 100만원씩 5개월간 500만원의 후원금을 받은 점도 드러났다. 500만원은 정치자금법상 개인이 국회의원에게 후원할 수 있는 최대 금액인데 4급 보좌관인 정씨의 월급이 대략 500만원인 점을 감안 하면 월급의 5분의 1을 후원금으로 내놓은 것이다.

보좌관 월급 상납 의혹은 같은 당 이목희 전 의원도 일었다. 지난 2012년 이 전 의원실에 5급 비서관으로 채용된 A씨가 매달 100만원씩 5개월간 500만원을 이 의원실에 송금한 것. A씨는 2년 동안 이렇게 송금 하면 4년 동안 고용해주겠다는 말에 돈을 부치다 지역사무소 채용 소식이 없어 중단한 뒤 2013년 1월 사직했다.

이 의원은 “누구의 강요도 없었고 A씨 스스로 제안한 일이라며 송금 받은 돈은 운전기사와 인턴에게 나눠줘 문제가 없다”고 에둘러 해명했다.

20대 국회 시작부터 식구 챙기기 도마
말만 번지르르…호언장담 또 흐지부지

국회의원의 보좌진 채용 및 갑질 문제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국회의원이 보좌진 인사에 전권을 휘두르기 때문이다. 보좌진은 의원의 말 한마디면 하루아침에 실직자 신세가 될 수도 있다. 실제로 의원은 보좌진을 해고하고 싶으면 국회의장 또는 국회사무총장 앞으로 면직요청서 한 장만 보내면 된다.

이번 서 의원 사태가 발생하기 전부터 20대 국회는 개원부터 특권 내려놓기가 화두로 떠올랐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국회와 국민이 가까워지기 위해 불필요한 특권이 있다면 단호히 내려놔야 한다”며 “특권을 내려놓는 범위와 내용에는 성역이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면책특권, 불체포특권도 국민 눈높이에 맞게 개정돼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도 특권 내려놓기에 동참했다. 안 대표는 지난 22일 국회에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덴마크 국회의원의 모습이 많은 국민들에게 화제가 됐다.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며 “국회부터 달라져야 한다. 국회의원 특권, 과감하게 내려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회의원직에 부여됐던 혜택과 지원 중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것들은 주저 없이 내려놓아야 한다”고 말해 정 국회의장이 말한 ‘국민 눈높이’에 힘을 실었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도 국회의원 특권 폐지와 관련해 “국회의원들은 여러 가지 면에서 우리 사회의 상위 1%에 준하는 대우를 받고 있다”며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특권을 과감하게 내려놓아야 한다. 불체포특권과 면책 특권도 시대 상황에 맞게 조정돼야 한다”고 주장해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분위기는 무르익었다.

국회에서는 국회의장 및 각 당 수장들의 주장처럼 국회의원의 대표적 특권인 불체포·면책특권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특히 불체포특권이 도마에 오르는 이유는 뇌물을 받거나 비리를 저지른 의원들의 방패막이 역할을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불체포특권은 현행범이 아닌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나 구금이 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의원을 체포하기 위해서는 체포동의안이 필요하다. 체포동의안은 재적 의원 중 과반이 출석해 이중 과반수가 찬성해야 가결되고 72시간 이내에 통과되지 않으면 자동 폐기된다.

정치권에서는 면책특권도 손봐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다. 면책특권을 이용해 막말로 명예를 훼손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19대 국회에서처럼 공염불에 그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19대 국회는 국민들의 정치쇄신 요구에 발 맞춰 국회 개혁을 외쳤었다. 이에 국회의원 세비 삭감을 담은 ‘국회의원 수당 개정안’은 19대에서만 15건이 발의되기도 했다.

이밖에 국회법 개정안, 출판기념회 금지를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 등도 발의됐다. 하지만 19대 국회 4년 동안 처리된 법안은 의원연금 폐지와 관련한 ‘대한민국 헌정회 육성법 개정안’, '국회의원 겸직 및 영리 업무 종사 금지를 내용으로 한 국회법 개정안' 1건만 통과됐다.

공염불 되나

개원 이후 국회를 강타하고 있는 특권 내려놓기 바람에 대해 신율 명지대 교수는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는 국회 개원 이래로 반복된 주제였지만 항상 ‘용두사미’로 끝났다”면서 “한마디로 바꿔야 한다는 의지가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더구나 20대 국회는 내년 대선을 앞둔 시점이라 여야의 주도권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며 “제대로 된 의정 활동이 가능할지도 의문”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금배지 폐지안 보니…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백재현 위원장은 지난 19일 국회의원 상징인 국회의원 배지를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백 위원장은 “의원 배지가 책임과 봉사의 상징이 아닌 특권과 예우의 상징으로 간주되고 있다”며 “의원 배지를 처음 만들 때에 일본의 의원배지를 모방한 만큼, 일제 잔재의 청산이란 측면에서도 폐지가 마땅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이미 의원들에게는 ‘20대 국회 국회의원증’이라는 출입증이 있어 신분 증명이나 국회 출입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백 위원장은 이날 윤리특위 활동 계획을 밝히면서 국회의원 금배지 폐기, 국회의원 윤리실천법 제정, 국회 윤리 메뉴얼 작성 등 국회 3대 제도 개선안을 내놨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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