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③“계엄? 내가?” 사라진 기억

2025.07.10 17:44:18 호수 1540호

수사 뒷다리 잡는 진실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민간인 신분으로 온갖 곳을 들쑤시던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의 입이 굳게 닫혔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롯데리아 회동’의 취지는 물론 그 자리에서 나눈 대화, 심지어 그들과의 관계까지 부인했다. 마치 모든 기억을 잃은 듯 시종일관 ‘모르쇠’로 답변할 뿐이었다.

시치미 뚝

먼저 살펴볼 것은 ‘노상원 별동대’ 핵심으로 지목된 구삼회 전 육군2기갑여단장과의 관계다. <일요시사>가 단독으로 입수한 노 전 사령관의 수사기록에 따르면, 그는 “구삼회와 얼마나 자주 만나거나 연락하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손사래까지 치며 “가까운 사이도 아닌데요, 뭐”라고 답했다.

하지만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구 여단장은 경찰 진술에서 “노상원은 저의 진급 관련해 수없이 통화한 적 있고 그때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너를 귀한 직책으로 쓸 것’이라고 말한 적 있다”고 밝혔다. 노 전 사령관은 여러 차례에 걸쳐 구 여단장에게 진급 관련 조언을 해줬고 지난해 10월쯤에는 “너를 장관님께 추천하고 소명하려고 한다” “내가 상품권 준비할 테니 돈은 네가 5장만 준비해서 보내면 되겠다. 준비해서 나한테 보내” 등 진급을 미끼로 금품을 요구하기도 했다.

노 전 사령관은 비슷한 시기에 정성욱 정보사 대령에게도 같은 취지로 접근했다. 하지만 노 전 사령관은 “정성욱에게 진급 관련 이야기를 한 사실이 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걔한테? 굳이 했다면 자기가 아니고 다른 애들이겠죠. 걔들은 진급 대상도 아니고 인간 정보 휴민트”라고 선을 그었다.


두 차례에 걸쳐 이뤄진 롯데리아 회동 역시 진술이 엇갈리는 부분이 있다. 1차 회동 날짜는 지난해 12월1일로 문상호 정보사령관, 정 대령, 김봉규 정보사 대령이, 2차는 이틀 뒤인 12월3일 구 여단장, 방정환 전 국방부 혁신기획관, 김용군 전 육군 대령이 자리했다.

1차 회동에서 노 전 사령관은 문 사령관에게 “인원은 준비됐냐”는 말과 함께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에 가서 해야 할 일 등을 설명했다고 한다.

선관위 들어가 직원들 묶으라더니…
“안 친해” “잘 몰라” “기억 없다”

이 말을 듣던 정 대령이 “IT 전문도 없는데 뭘 하는 겁니까”라고 질문하자 노 전 사령관은 “선관위에 가면 내가 알려주겠다” “직원 30명쯤 되는데 그놈들 출근하는 거 확인해서 확보한 회의실로 데려오기만 하면 돼” “저항하는 놈은 케이블타이로 묶어놔. 선관위 홈페이지 관리자 찾아서 홈페이지에 부정선거 자수하는 글 올려”라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밝혔다.

이날은 노 전 사령관이 케이블타이·니퍼·망치·두건·야구방망이·테이프 등을 준비하라고 지시했으며 체포 명단 중에서 두 명을 특정해 “이들은 협조적일 테니 살살 다뤄라”고 언급한 날이기도 하다.

2차 회동에서는 “합동수사본부 수사단이 구성되는데 구 장군(구삼회)이 단장, 방 장군(방정환)이 부단장을 맡으면 되고 상황 종합해서 장관께 보고하는 임무를 수행하면 된다”고 말했다. 김 전 대령에게는 “당신은 팀장을 맡으면 된다”는 식으로 각각 임무를 설명했다.

1, 2차 롯데리아 회동에 자리한 이들의 진술을 종합하면, 노 전 사령관은 계엄을 논의하기 위해 안산에서 군 관계자들을 불러 모은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이들에게 직급을 부여하고 작전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등 사실상 계엄을 ‘지휘’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하지만 경찰 측이 “12월3일 계엄군이 중앙선관위에 간 이유가 무엇인 것 같냐”고 묻자 막상 노 전 사령관은 “여기(선관위)에 문제가 있다는 걸 알리기 위해 시위하러 간 것”이라고 답했다.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에게 선관위를 언급한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기억은 없지만 선관위 얘기를 한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관위 들어가라’ 이런 얘기는 안 했던 것 같고 선관위 때문에 열받아서 떠들었던 거 같긴 하다. 선관위가 문제가 많다는 이야기는 한 것 같다”고 진술했다.

2차 회동에서 방 전 기획관과 구 여단장에게 직책을 부여한 것에 대해서는 “그런 기억이 없고 명단에 자기 이름이 있으니까 자기가 살려고 그렇게 말한 것 같은데”라고 반박했다.


“자기들 살려고 내 이름 댄 것 같은데?”
빠져나갈 구멍 찾는 노, 과연 진실은?

김 전 대령에게 ‘1개 팀을 담당해라’라는 말은 ‘수사2단을 외부에서 담당하라’고 한 것으로 보인다는 말에 “그건 수사관님 생각”이라며 “군에는 지휘권이 있어야 부하를 지휘·통솔할 수 있는데 아무런 지휘 권한이 없는 김용군씨가 어떻게 저 요원들을 지휘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오히려 반문했다.

함께 자리한 이들에게 비상계엄 소집 명령과 장소를 지시한 이유에 대해서는 “자기들이 살려고, (내 이름을) 얘기해야 자기들이 빠져나가고 구속 안 되고 그래서 다급하게 둘러대지 않았나 싶다”고 답변했다.

그렇다면 노 전 사령관은 롯데리아 회동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그날 롯데리아에 모인 이유에 대해 노 전 사령관은 “김용현 장관이 전화를 걸어와 ‘김용군도 살기도 힘드니까 격려도 해주고 때가 되면 내가 직접 전화를 하든지, 여건이 안 되면 너를 통해 전화하면 임무를 맡기겠다’고 했다”며 “그래서 제가 12월3일 방정환이랑 구삼회가 저를 보러 온다고 한 김에 함께 보려고, (그래서) 제가 전화를 걸어서 (안산으로) 오라고 해서 만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질문 대부분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경찰 측이 “당시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에게 얘기했던 내용을 있는 그대로 진술해보라”라고 하자 “지금 이 상황에서 그런 내용까지 수사관님께 말하고 싶지는 않다. 당시 생각했던 분노나 내 생각, 어떤 가능성 등을 얘기한 것 같다”면서도 “그렇지만 내가 지금 잘못 얘기했다가 김 장관께 누가 될까 봐 함부로 말을 못하겠다”고 답했을 뿐이다.

노 전 사령관은 ‘계엄 핵심’ ‘민간인 비선’으로 지목됐지만 정작 그는 상반되는 진술을 하고 있다. 특히 ‘계엄’이라는 단어와 선을 그으며 내란 혐의로부터 거리를 두는 모양새다.

노 전 사령관은 “2024년 12월1일 롯데리아에서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에게 계엄을 언급한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에 “내가? 그런 기억이 없다. 그냥 문상호한테 ‘장관이 너한테 전화가 갈 것’이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이어 “‘H시’라는 표현을 썼는지 모르겠지만 군에서는 통상 H시라고 표현했는데 ‘어떤 명령이 떨어질 수 있다’고 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지난해 11월7일 김 대령이 노 전 사령관의 지시로 정 대령에게 건네줬다던 ‘부정선거 선관위 직원 명단 등이 적힌 A4용지 10장이 넘는 문서’에는 “계엄이 선포되면” 등 계엄 선포 계획이 명시적으로 기재돼있었다. 롯데리아에서 노 전 사령관은 계엄이라는 단어를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았지만, 과거 행적에 비춰봤을 때 조만간 비상계엄이 선포될 것을 암시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미궁 속으로


결국 지난 7일 법원은 노 전 사령관에 대한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1심 구속 기간은 지난 9일까지였으나 노 전 사령관이 풀려날 경우 내란 혐의를 받는 공범들과 접촉하는 등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는 특검 측 주장을 받아들인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노 전 사령관은 최장 6개월 동안 수감 상태를 이어가며 수사를 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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