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양자컴퓨팅 시대 미리 준비해야

2025.07.23 09:26:52 호수 1542호

최근 글로벌 컨퍼런스와 AI 미래 산업 보고서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키워드가 있다. 바로 ‘양자컴퓨팅(Quantum Computing)’이다.



며칠 전 미래혁신포럼에서 만난 M 자산운용사 L 본부장은 양자역학에 푹 빠졌다면서 “최근 양자컴퓨팅 기술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자 자산운용사들이 일제히 양자컴퓨팅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를 출시했고, 투자자들의 자금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L 본부장은 “키움자산운용이 작년 말 양자컴퓨팅 ETF를 출시한 후 설정액이 두 달 만에 20배 급증하자, 지난 3월 KB·신한·한화·삼성액티브자산운용 등 4곳이 양자컴퓨팅 ETF를 출시했고, 그 이후 다른 운용사들도 경쟁적으로 ETF를 출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양자컴퓨팅은 양자역학을 이용해 기존 컴퓨터보다 훨씬 빠른 연산을 할 수 있고 복잡한 계산도 쉽게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이다. ETF(Exchange Traded Fund)는 특정 지수나 자산군을 추종하는 펀드를 주식처럼 거래소에 상장해 투자자들이 매매할 수 있도록 만든 상품을 말한다.

지금은 AI가 기술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지만, 앞으론 양자컴퓨팅이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AI의 놀라운 능력은 방대한 연산 기술이 필요한데, 현재의 연산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차세대 기술로 양자컴퓨팅이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양자컴퓨팅은 양자역학이라는 물리학 이론을 바탕으로 0과 1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큐비트(Qubit)’를 이용해 연산한다. 특히 특정 계산에선 기존 컴퓨터보다 수만 배 빠르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


또 양자컴퓨팅은 단순히 빠른 컴퓨터를 넘어 지금까지 풀 수 없던 복잡하고 난해한 문제들을 해결해주는 역할도 한다. 신약 개발, 기후 변화 예측, 금융 모델링, 물류 최적화 및 표준화, 암호 해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 가능성이 크다.

양자컴퓨팅의 근본적인 의미를 알기 위해선 먼저 양자역학(Quantum Mechanics)을 이해해야 한다. 물론 ‘닐스 보어’가 “양자역학을 보고도 제정신인 사람은 그걸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한 것처럼 양자역학을 이해한다는 게 쉽지 않다.

양자역학의 이해는 모든 물질은 원자로 구성돼있고, 원자는 원자핵과 전자로 결합돼있다는 전제에서 시작된다.

원자는 물질의 가장 작은 단위로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아주 작은 존재다. 원자는 원자핵을 중심으로 전자가 돌고 있는 구조인데, 여기서 중요한 건 원자핵과 전자 사이가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고, 이 둘 사이는 빈 공간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원자는 공간의 간격이 좁아지면 작아지고 간격이 넓어지면 커진다는 게 양자역학의 핵심이다.

우리 몸도 이런 원자들로 구성돼있는데, 원자핵과 전자의 간격을 좁히면 우리 몸이 작아지고, 반대로 간격을 넓히면 우리 몸이 커질 것이다. 2015년 개봉된 미국의 슈퍼히어로 영화 <앤트맨>에서 주인공이 몸을 자유자재로 늘리거나 줄일 수 있었는데, 양자역학의 좋은 예다.

원자는 입자이자 파동인 존재이기도 하다. 즉 공처럼 누군가에게 던져 전달 가능하다면 입자고, 보고 만질 수 없다면 파동인데, 이렇듯 원자는 모순적인 구조로 돼있다.

기존 물리학에서 원자는 명백한 입자였다. 그러나 실험을 통해 원자를 ‘이중 슬릿’에 쏴보니 파동만이 줄 수 있는 간섭 무늬가 생겼다. 그리고 이것을 사진으로 찍는 순간 전자는 완벽한 입자로 바꼈다. 파동이었던 원자가 관측되는 순간 입자로 인식된 것이다.

즉 본다는 것, 관측한다는 것 자체가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게 양자역학의 키포인트다.

양자컴퓨팅은 이 모순적인 양자역학의 구조를 통해 과학의 영역을 넘어 초현실적인 영역까지 포함하고 있어 인류의 삶을 극대화시키는 획기적인 기술이라 할 수 있다.


우리가 볼 수 없는 미시세계는 기존 물리학으론 설명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등장한 게 앙자역학이다.

미래혁신포럼에 참석했던 유니루(건강다이어트 기업) Y 대표도 “우리 몸의 모든 세포는 원자와 분자로 구성돼있어 양자역학의 법칙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양자역학은 질병이 발생하는 원리와 새로운 치료법의 개발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현재 미국은 ‘국가양자이니셔티브법’을 통해 공공 R&D를 적극 지원하고 있으며 유럽연합은 ‘양자플래그십’이라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중국도 군사와 산업 전반에 양자 기술을 접목하며 국가 전략의 핵심으로 삼고 있다.

반면 한국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산업화와 실용화를 위한 기반이 부족한 상황이다. 특히 스타트업과 민간기업들이 적극 나설 수 있도록 돕는 제도적 기반, 투자 생태계, 실증 인프라 등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1일,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는 최근 <양자컴퓨팅과 AI 융합 발전 가능성과 시사점>이라는 제목의 이슈 리포트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는 AI와 양자의 융합기술은 아직 초기 단계지만 기술 파급력이 매우 크기 때문에 국가적 차원의 선제적 R&D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양자-AI 융합기술 국가 전략기술 지정, 양자컴퓨팅 스타트업 육성과 실증 환경 구축, 고등교육 기관 중심 융합 인재 양성 확대, 양자 기술 보안 및 국제 협력체계 마련 등을 요구했다.

최근 우리나라 대학에서도 양자컴퓨팅에 대한 열기가 고조되고 있다.

연세대학교는 국내 최초로 캠퍼스 내 상용 양자컴퓨터인 IBM ‘퀀텀 시스템 원’을 설치했다. IBM의 127큐비트 초전도 양자컴퓨터로 ‘이글(Eagle)’ 프로세서를 탑재해 복잡한 분자 시뮬레이션과 대규모 연산이 가능한 시스템이다.

충북대학교는 지방 국립대 최초로 상업용 양자컴퓨터를 캠퍼스에 설치, 운영하며 지역 주도의 양자 기술 생태계 조성에 나섰고, 국민대학교는 양자 기술 분야의 미래 거점으로 도약하기 위해 ‘양자캠퍼스 선포식’을 개최했다.


정부는 양자역학에 기반을 둔 양자컴퓨팅 개발에 더 큰 관심을 가지고 국가적 차원의 선제적 R&D 지원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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