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노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국가로 꼽힌다. 당장 내년부터는 매년 80만명 이상 노인으로 분류될 것이라고 한다. 고령화 사회로의 진입은 의료, 복지, 연금, 인구 구성 등 지금껏 우리가 겪어보지 못한 다양한 사회문제를 야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심각성에 비해 관심이 덜한 문제가 바로 노인 범죄다. 2010년 이전까지만 해도 노인 범죄는 그리 큰 문제로 여겨지지 않았지만 최근 들어 살인, 방화, 강도, 성범죄 등 전통적으로 청·장년층서 지배적으로 나타나던 현상이 노인 계층서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노인 범죄의 심각성은 통계수치로도 확인된다. 대검찰청이 발표한 범죄 관련 통계에 따르면, 2015년 5.3%였던 노인에 의한 범죄 비율은 2021년 10%로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노인 범죄가 증가한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 측면서 찾을 수 있다. OECD 발표에 따르면, 대한민국 노인 빈곤율은 OECD 회원국 중 1위다. 대다수 노인은 노후 준비가 미흡한 반면 국가의 노인복지는 아직도 절대적으로 미흡한 상태다.
로봇, AI 등 사람을 대신하는 초 기술사회의 등장으로 은퇴 연령이 낮아지는 추세인 만큼, 경제적 문제로부터 촉발되는 노인 범죄 문제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생계형이 아닌 노인 강력 범죄의 증가는 단순히 경제적 이유로 설명하기 힘들다. 예를 들어 노인 성범죄가 과연 경제적 문제 때문일까? 성적 충동을 충족시킬 수 있는 합법적 기회나 방법이 없는 것이 노인 성범죄를 설명하는 이유로 제기되기도 한다.
노인과 범죄의 담론에서 노인을 가해자 혹은 범죄자로 바라보는 게 일반적이지만, 노인은 범죄 피해자에 가깝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실제로 노인을 상대로 하는 의료제품 판매 사기뿐 아니라, 다양한 피싱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디지털 장비와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노인층은 디지털 범죄의 손쉬운 표적이 될 수밖에 없다. 노인층은 신체적, 인지적, 경제적 측면서 자신을 보호할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범죄에 대한 두려움을 더 크게 느낄 수 있다.
세대갈등으로 인한 각종 범죄도 노인을 피해자로 만든다. 심지어 가정폭력도 노인을 비껴가지 않는데, 가정 안팎서의 노인학대가 사회문제로 부각된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노인과 범죄를 논할 때 가해자로서만 문제를 제기하고, 피해자로서의 노인을 논하는 건 지극히 국한돼 있다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윤호는?]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