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 중 환경미화원, 정차 차량에 다가가 꾸벅 인사한 이유

2024.09.26 16:14:52 호수 0호

차내 쓰레기인 줄 알았으나 음료수였다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지난 25일 오전 6시31분, 왕복 4차선 도로를 주행하던 BMW 차량이 사거리 앞에서 적색신호를 받아 정차했다. 마침 도로 옆 인도에는 젊어보이는 환경미화원 남성 한 명이 제초 작업된 잔디를 쓸어내고 있었다.



무심한 듯 할 일을 하던 환경미화원은 잠시 후 BMW 차량 쪽을 바라보는가 싶더니 이내 도로 쪽으로 걸어나와 차량으로 다가갔다.

당시 BMW 차량 뒤에 있던 차량으로 추정되는 블랙박스 영상에는 앞 차량의 조수석 창문 너머로 비닐봉지를 흔드는 모습이 담겼다.

차량 내에 있던 쓰레기를 처리해달라는 것으로 여겼던 뒷 차량 운전자는 ‘와, 청소하느라 바쁜데 자기들 쓰레기까지 부탁하다니, 너무 괘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튿날, 같은 아파트 주민이라고 밝힌 뒷 차량 운전자 A씨는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출근길에 미화원에게’라는 글을 올렸다.

하지만 블랙박스 영상을 통해 공개된 당시 상황은 생각지도 못한 반전으로 이어졌다.


아무 거리낌없이 다가간 환경미화원에게 건네진 것은 쓰레기 뭉치가 아닌 음료수였다. 비닐봉지는 음료수를 받아든 환경미화원은 감사 표시로 꾸벅 인사를 한 후 다시 인도 쪽으로 올라가면서 영상은 종료됐다.

A씨는 “처음 비닐봉지 내밀 때 아래쪽을 잡고 계신 걸로 봐선 아마도 봉지 안에 음료수가 들어있던 게 아닐까 싶다”며 “막상 드리려니 봉지 버리는 것도 일일까 싶어 음료수만 따로 빼서 드린 것 같다. 대단하신 분들”이라고 추켜세웠다. 

훈한한 영상을 접한 보배 회원들은 “이런 글 좋다. 추천 꾸욱!” “멋진 분이었네요” “사람 사는 세상” “오~! 멋집니다. 기분 좋아지는 영상 감사합니다” “욱하려다가 뻘쭘했다” “욕하러 왔다가 추천 박고 갑니다” “반전을 노린 거군요” 등 훈훈하다는 반응이 줄을 잇고 있다.

반면 환경미화원이 도로를 가로지르도록 했던 BMW 차량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다.

한 회원은 “아무리 선의라고 해도 위험하게 길 한가운데로 사람 불러서 주는 건 잘못됐다고 본다. 진짜 생각이 있어서 준 거라면 옆에 차를 대고 드렸어야 했다”며 “내리지도 않고 창문 열고 건네는데 미화원분 반응도 어거지로 감사 인사하는 게 보인다. 안 주느니만 못했다고 본다”고 직격했다.

해당 댓글에 A씨는 “우측 2차선은 우회전 차량들 때문에 주정차는 잘하지 않는 곳으로, 정차 중 순간적으로 음료수라도 드려야겠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은데 모양이 이상할 수도 있겠지만 건방 떤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다른 회원은 “너의 댓글도 조금은 공감은 한다. 근데 다른 사람들 댓글 봐봐라. 최소한 반말은 하지 않는다”며 비경어체 댓글을 지적했다.

또 다른 회원은 “이 댓글이 정답인데 반대수가 많은 게 씁쓸하다. 당사자는 아랫사람에게 선심쓰듯 음료수 주는 거 건네받는 기분일 것 같다”며 “동정받는 것 같기도 하고 저 같으면 기분이 좋지 않았을 듯”이라고 반대 의견에 동조했다.

회원 ‘커피는OOOOOO’는 “이게 훈훈하다고 느끼는 분들은 환경미화원을 낮게 보는 편견을 갖고 있는 것”이라며 “만약 미화원 월급이 한달에 1000만원이라고 한다면 과연 저런 행동이 나올 수 있을까요? 훈훈하게 느껴지는 이야기가 될 수 있을까요?”라고 반문했다.

다른 회원이 “제가 보기엔 환경미화원분을 낮게 보기보다는 거리 정화를 위해 고생하시니 음료수를 드린 좋은 뜻인 것 같다. 가끔 자신이나 타인을 위해 고생하시는 분께 음료수 쯤은 건네지 않느냐? 훈훈한 마음으로 생각해 달라”고 훈수하자 그는 “우릴 위한 것도 아니고 봉사활동을 하는 것도 아닌 평범한 직업으로 지나가다가 보도블럭 공사하는 분들게 고생한다고 음료수 건넸다고 하면 비슷한 감정일까 하는 것”이라며 “다르게 느낀다면 편견”이라고 물러서지 않았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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