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호르무즈해협 봉쇄 미리 대책 세워야

2024.08.19 13:36:38 호수 1493호

최근 이란이 하마스의 최고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야의 암살 배후로 지목된 이스라엘에 ‘피의 보복’을 선포하고, 이스라엘은 선제공격 카드를 꺼내들면서 중동의 최대 앙숙인 이스라엘과 이란이 전면전에 들어갈 태세다.



이에 전 세계는 5차 중동전쟁이 터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 속에 경제·외교 리스크에 대한 대책을 세우느라 부산한 상황이다.

국내 해운업계도 최근 이스라엘·이란 사태로 인해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될 경우, 사우디아라비아 담맘항과 두바이 제벨알리항 등에 진입이 불가능해질 상황을 대비해 인근 국가를 통해 육송과 철송으로 진입하는 방식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이 경우 운송비와 운송 기간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호르무즈해협은 이란과 아라비아반도 사이에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좁은 해협이다. 북쪽으론 이란과 접해 있고 남쪽으론 아랍에미리트에 둘러싸여 있다.

특히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쿠웨이트의 중요한 석유 운송 경로로 세계 원유 공급량의 30% 정도가 이곳을 통과한다. 


호르무즈해협은 이란이 핵 문제로 서방의 압력을 받을 때 봉쇄로 맞서 전 세계적인 이슈가 되기도 한 곳이다. 지난 4월에도 이란 혁명수비대가 이스라엘과 대규모 무력충돌을 벌이면서 “MSC사의 1만5000TEU급 컨테이너선 에리즈 호가 이스라엘과 관련됐다”며 선뱍을 나포하기도 한 곳이다.

이스라엘과 이란이 전면전에 돌입해 만약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한다면 세계 경제는 물류대란 및 오일 쇼크 등으로 깊은 수렁에 빠질 것이다.

특히 중동산 원유 수입 대부분이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해야 하는 우리나라 입장에선 엄청난 경제적 악재가 될 수밖에 없다.

정부가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될 경우 중동발 경제적 충격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반면, 정부는 이스라엘과 이란의 전면전이 일어남에 따라 북한이 러시아와 공조해 이란에 무기를 공급하고, 이 틈을 타 북한이 러시아와 더 가까워지면서 대남 도발 수위를 높이는 데는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인해 파장될 경제적 손실에 대해선 다소 느긋한 것 같다.  

경제계 역시 호르무즈해협 봉쇄에 대한 위기의식은 느끼고 있지만 특별한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당장 해운업계만 나설 일이 아닌데도 정부와 경제계가 느슨하게 움직이고 있어 안타깝기만 하다. 

필자는 “이번 기회에 호르무즈해협뿐만 아니라 봉쇄되면 전 세계와 함께 우리나라가 큰 타격을 받게 되는 수에즈운하, 파나마운하, 말라카해협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만일의 봉쇄 사태에 따른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먼저 수에즈운하는 지중해와 인도양을 이어주는 통로로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해 주는 운하다. 전 세계서 가장 왕성한 운하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예멘 후티 반군의 상선 공격으로 홍해 인근이 봉쇄되면서 수에즈운하 통행이 막힌 상태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에 글로벌 선사들은 홍해 긴장 사태를 이유로 기존에 운항하던 수에즈운하 대신 아프리카 최남단 희망봉 등 우회로를 이용하고 있다.


운항 거리가 9000㎞가 추가되고, 기간도 약 7일서 10일이 더 소요돼 모든 일정이 줄줄이 지연되고 있다.

파나마운하는 수에즈운하처럼 대양을 연결하는 인공 수로로 태평양과 대서양을 관통하는 운하다. 파나마운하를 이용할 경우 남아메리카로 돌아가는 것보다 운항 거리가 약 1만5000㎞가량 단축된다.

운하를 통과하는 데는 평균 9시간이 걸리며, 통과 수속도 약 15~20시간이 소요된다. 파나마운하의 연간 평균 이용 선박의 수는 1만5000척이다. 

파나마운하는 기후변화로 인해 강우량이 감소하면서 지난해 3월부터 약 36%의 선박 통항이 제한됐고, 현재는 서서히 회복 중인 상태다.

그러나 2007년부터 시작된 파나마운하의 확장 공사가 마무리되면 운하의 이용 가능 용량은 2배로 증가할 예정이다. 파나마운하는 개통된 지 100여년이 됐지만 운행이 중단된 적은 단 두 번뿐이다.

다음으로 세계 주요 해상 통로로 말라카해협이 있다.

남중국해와 인도양을 연결하는 해협이다. 우리나라 선박도 인도양이나 유럽으로 가기 위해선 이 해협을 통과해야 한다. 게다가 전 세계 원유 수송량의 50%가 말라카해협을 통과하기 때문에 경제적으로나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해상 통로다.

말라카해협은 남중국해와 인도양을 잇는 해협이다. 현대에 들어선 한중일의 생명줄이나 다름없다. 원유 수입이나 상품 수출의 통로기 때문이다.

중국은 말라카해협을 통한 원유 수입이 80% 이상이다. 이 같은 연유로 중국은 미국과 일본의 대중국 말라카해협 봉쇄를 가장 두려워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수에즈운하, 파나마운하, 말라카해협은 모두 미국 영향권 내에 있다. 미국이 강대국일 수밖에 없다.

이에 중국이 말라카해협의 대안으로 태평양과 인도양을 연결하는 태국 남부의 크라 지역을 관통하는 135km의 크라운하 건설 계획을 가지고 있다. 

만약 세계 경제의 동맥인 해운 항로 중 초크 포인트(choke point, 숨통)라고 불리는 가장 중요한 호르무즈해협, 수에즈운하, 파나마운하, 말라카해협 중 어느 한 곳이라도 막힌다면 세계 경제는 동맥경화에 걸릴 것이고, 두 군데 이상이 장기간 막힌다면 세계 경제는 마비될 것이다.

정부와 경제계, 그리고 해운업계가 우선 당장은 호르무즈해협과 수에즈운하 봉쇄에 따른 대책을 세워야 하지만, 장기적으론 언제 봉쇄될지 모르는 파나마운하와 말라카해협에 대한 대책도 미리 세워야 한다.

우리나라는 글로벌 선사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해양강국이다.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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