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호그룹 ‘황제 경영’회귀 속사정

2009.02.10 11:15:05 호수 0호

‘왕의 귀환’…사령탑 기습 사건

청호그룹이 ‘오너 경영’으로 회귀했다. 그동안 유지했던 전문경영인(CEO) 체제를 과감히 접은 것. 대신 정휘동 청호그룹 회장이 놓았던 지휘봉을 다시 잡았다. 경영일선에서 한 발 물러난 지 불과 2년 만이다. 무슨 이유에선지 ‘청호 사령관’들은 서둘러 떠났고, 정 회장이 빈자리에 눌러앉은 모양새다. 다른 기업들이 투명경영 차원에서 CEO 체제를 고수하거나 서둘러 도입하는 추세와 정반대 양상이다.


정휘동 청호그룹 회장은 1994년 7월 그룹 설립 이후 단독으로 대표이사를 역임하다 2004년 6월부터 전문경영인(CEO) 체제를 도입했다. 영업·마케팅 전문가인 황종대 씨를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한 것.
이어 황씨는 2006년 1월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황씨는 한양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영진약품 영업·마케팅 이사 등을 거쳐 1996년 청호나이스에 부사장으로 합류한 뒤 이듬해 사장에 올랐다.

이후 정 회장은 2007년 1월 대표이사직을 내놓고 황씨와 호흡을 맞출 CEO를 물색 끝에 2007년 8월 ‘삼성맨’출신 이용우 씨를 대표이사 사장으로 영입했다. 이씨는 삼성물산 런던지사 주재원과 삼성증권 상무 등을 지냈다.
청호나이스는 이로써 황종대-이용우 공동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시스템 경영의 실천을 통해 CEO 중심의 자율경영을 정착해 나간다는 방침을 세웠다.
당시 회사 관계자는 “회사 규모가 커지고 사업영역이 넓어지면서 경영의 독립성과 전문성, 추진력이 요구되는 사례가 많아져 CEO 체제를 도입했다”며 “제약회사에서 잔뼈가 굵은 황씨는 국내 영업·마케팅 부문을, 삼성에서 관리 파트와 수출 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이씨는 내부 혁신과 해외 사업을 총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CEO에게 회사를 맡긴 정 회장은 연구원 출신답게 오로지 신제품 개발에만 전념했다. 정 회장은 미국 미네소타주립대와 로욜라대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 출신이다. 이때 출시된 신제품이 얼음과 냉수, 온수가 모두 나오는 ‘이과수 얼음정수기’다.
정 회장은 ‘물은 아래로 흐르고 사람은 위로 달린다’란 경영에세이를 내는 등 활발한 대외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이 책은 정 회장의 청호나이스 경영활동 노하우와 경험담 등이 담겨 있다.
그러나 이도 잠시. 황씨는 2007년 10월 임기가 남은 상태에서 돌연 사임했다. 이어 이씨도 취임한 지 불과 1년만인 지난해 8월 갑자기 회사를 떠났다. 대신 정 회장이 바로 공석인 대표이사 자리를 다시 꿰찼다. CEO 체제를 접고 오너 경영으로 회귀한 셈이다.
청호그룹 측은 두 사장이 실적부진 등을 이유로 자진 사퇴했다고 밝혔지만 석연치 않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청호나이스의 매출액은 2004년 877억원, 2005년 887억원, 2006년 1200억원, 2007년 1616억원 등으로 매년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매출도 2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경영인 2년 만에 접고 오너 체제 재전환
대표이사 돌연 사임… 바로 정휘동 회장 복귀

업계에선 청호그룹이 사장직 공모와 추천에도 불구하고 적임자를 찾지 못했고 급기야 재계 임원들 사이에서 ‘청호 사장’기피 현상마저 엿보인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왔지만, 정 회장의 복귀와 이씨의 사퇴 시기가 맞아떨어지는 점을 감안하면 정 회장이 직접 칼을 뺀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정 회장은 복귀하자마자 국내외 시장 공략을 위한 고삐를 바짝 당겼다. 연구는 물론 영업과 마케팅을 챙기고 있는 것. 정 회장은 지난해 9월 영업조직 강화를 위해 대우그룹 출신의 영업담당 임원을 영입하기도 했다.
특히 정 회장은 정수기뿐만 아니라 신사업 진출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음료회사나 의약용 ‘물 사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일각에선 청호그룹의 ‘황제 경영’부활을 의심하고 있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이후 오너 경영에 대해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각 기업은 앞 다퉈 투명경영을 모토로 CEO 체제를 구축한 바 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CEO 체제는 무리한 사업확장이나 과도한 차입경영 등 오너 경영의 독단을 막을 수 있다”며 “오너 경영은 과거 오랫동안 국민적 지탄을 받아온 만큼 신뢰를 받기 어려운데 청호그룹이 오너 경영으로 다시 전환한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청호그룹 측은 오너 경영 전환에 대해 글로벌 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위기 경영’일환이란 입장이다. 한마디로 보다 공격적인 경영을 펼칠 강력한 리더십이 절실했다는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해선 오너의 강력한 리더십이 절실하다”며 “정 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각 부문의 책임자들이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 회장의 대표이사직 복귀는 ‘오너 경영’이 아니라 ‘책임 경영’으로 봐야 한다”며 “정 회장이 CEO 체제를 도입했지만 줄곧 경영의 끈은 놓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리 오너라 해도 CEO 못지않은 실력을 갖추고 있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국내 정수기 시장 판도는?
독보적 1위 웅진

국내 정수기 시장의 판도는 어떨까.
정수기 업계 1·2위는 웅진코웨이와 청호나이스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웅진코웨이는 50% 정도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청호나이스가 2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 30%를 놓고 교원L&C, 동양매직 등 후발주자들의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교원L&C와 동양매직은 자체 집계한 실적을 근거로 서로 3위란 주장을 펼치는 등 신경전이 뜨겁다.
이외에 10여개의 군소업체에서도 정수기를 생산·판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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