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시리즈> 김성수 기자가 파헤친 재벌가 신(新)혼맥 [제5탄] 겹사돈 리스트

2009.02.10 11:11:28 호수 0호

귀족 상대 고르다 고르다 ‘하고 또 하고’

[일요시사=경제1팀] 재벌가 혼맥은 거미줄처럼 얽히고설켜 있다. ‘한두 다리만 건너면 사돈’이란 말이 통용될 정도로 ‘그들만의 성’은 갈수록 견고해지고 있다. 물론 재벌가문은 정·관계 및 학계 쪽으로도 거대하고 강력한 연줄망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사세 확장을 위해 권력층과의 정략결혼도 서슴지 않는다. 전략적 통혼을 통해 최고의 부와 명예, 권력을 한 손에 쥘 요량에서다. 5년 전인 2004년 시사지 최초로 재벌가 혼맥을 집중 해부해 독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던 <일요시사>가 2009년 새해를 맞아 새 식구를 포함한 재벌가 신 혼맥을 유형·테마별로 새롭게 재구성해 봤다.


재벌가의 혼맥 네트워크가 촘촘해지는 이른바 ‘빅 패밀리’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면서 본의 아니게 ‘겹사돈’을, 심지어 ‘겹겹사돈’까지 맺는 경우도 있다. 대를 이어 결혼하거나 친척을 끼고 한 집안과 연결되는 사례다. ‘끼리끼리’ 통혼이 많아진 탓이다. 한편으론 ‘그들만의 혈맹관계’ 폭이 좁아지고 있다는 결론이기도 하다.



재계에서 가장 많이 겹사돈을 맺은 재벌가는 LG그룹 가문이다. 재계 혼맥의 본산답게 LG가의 혼맥을 뜯어보면 한 집안과의 ‘양다리 혼인’을 그리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재계는 물론 정·관계 집안간 혼맥을 보면 범LG가를 한 번씩 거칠 만큼 LG가문의 혼맥은 복잡하다”며 “이는 LG 가문이 창업주 이래 자손이 많기 때문으로 한 집안과 두 번 이상 사돈관계를 맺은 사례도 상대적으로 많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LG그룹 하면 사업파트너인 GS그룹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LG그룹과 GS그룹의 구씨-허씨 두 가문은 57년간 아름다운 동행을 했다. LG그룹이 창립한 1946년부터 2005년 계열 분리 전까지 3대에 걸쳐 화합 속에 끈끈한 동업관계를 유지한 것.

사소한 불협화음 한 번 없었다. 두 그룹 관계자들은 구씨-허씨 일가간 두터운 신임이 LG그룹이 기적적인 성장을 거듭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LG그룹과 GS그룹은 동업관계에 앞서 이미 사돈관계였다. 최초 동업도 ‘혈육의 끈’이 계기였다. 이도 모자라 구씨와 허씨 집안은 대대로 사돈의 연을 맺으면서 친인척 이상의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고 구인회 LG그룹 창업주는 1907년 경남 진양군 지수면 승산마을(현 진주시 지수면 승내리)에서 태어났다. 승산마을엔 대대로 만석꾼 가문인 허씨 일가가 뿌리를 내리고 살았다. 

구 창업주는 이런 지역 연고를 배경으로 1921년 고 허만식 씨의 장녀 을수 씨와 혼례를 올렸고 1946년 장인의 6촌지간인 ‘경남 거부’고 허만정 씨의 도움을 받아 허씨 가문과 동업을 시작했다. 그전까지도 두 집안은 남이 아니었다. 앞서 허만식 씨의 차남인 인구 씨가 구 창업주의 고모와 결혼한 바 있다.

이후 허만정 씨는 사업자금을 내놓으며 자신의 3남 준구(전 LG건설 명예회장) 씨의 경영수업을 부탁했고 구 창업주는 흔쾌히 받아들였다. 이 또한 무심코 내린 결정이 아니다. 준구 씨는 구 창업주의 첫째 동생 철회(전 LIG손보 회장) 씨의 맏사위였다. 

철회 씨의 장녀 위숙 씨는 준구 씨에게 출가, GS그룹 핵심 오너인 5명(창수·정수·진수·명수·태수)의 아들을 뒀다. 이외에도 한 동네에서 수백년 동안 이어진 인연이 두 가문 간 혼사로 발전했다. 이 같은 혼사는 경영 4세대에 이르기까지 무려 10여건에 이른다.

LG가는 두산가와도 겹사돈을 맺고 있다. 대를 이어 혼사를 치른 것. 고 박두병 두산그룹 초대회장의 동생 우병(전 두산산업개발 회장) 씨의 장남 용훈(전 두산산업개발 부회장) 씨는 구철회 씨의 4녀 선희 씨와 결혼했다.

이어 2005년 6월 박 초대회장의 5남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의 장남 서원 씨와 범LG가인 구자철 한성그룹 회장의 외동딸 원희 씨가 웨딩마치를 울렸다. 경기중·고교 동창인 박 회장과 구 회장의 절친한 과거가 연결고리가 됐다. 구 회장은 구태회 LS그룹 명예회장의 4남이자 구자홍 LS그룹 회장의 막내 동생이다.

LG그룹과 두산그룹은 LG그룹이 1990년 프로야구단 ‘MBC청룡(현 LG트윈스)’을 인수할 때 서울 연고지를 두고 갈등을 빚은 점에서 시선을 끈다. 두산그룹의 방해 공작이 만만치 않았고 당시 벌어진 틈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다. LG가는 대림가와 두 번째 인연을 맺기도 했다. 두 기업 역시 대를 이은 혼인관계를 만들었다.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장녀 훤미 씨의 외동딸 김선혜 씨와 이준용 대림그룹 회장의 장남 해욱(대림산업 부사장) 씨는 부부사이다. 선혜 씨의 부친은 고 김화중 희성금속 회장. 현재 830억원 상당의 주식보유로 국내 여성 주식부자 순위에서 상위에 올라 있다.

해욱 씨는 대림그룹의 ‘황태자’로 그룹 지주회사 격인 대림코퍼레이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이들은 친지의 소개로 만나 수년간 연애 끝에 결혼한 것으로 알려졌다.

혼맥 네트워크 촘촘 ‘빅 패밀리’현상 갈수록 심화
대 이은 사돈 등 ‘한 집안과 두 번 결혼’눈에 띄네

LG가와 대림가의 혼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구인회 창업주의 차녀 자혜 씨는 고 이재준 대림그룹 창업주의 막내 동생 이재연 아시안스타 회장에게 시집갔다. 이 회장의 연세대 상학과 동문인 구자두 LG벤처투자 회장이 이들의 오작교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구 회장은 자혜씨의 오빠다.


눈에 띄는 점은 이 회장이 결혼 뒤 대림그룹이 아닌 LG그룹에 몸담았다는 사실이다. 이 회장은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지휘봉을 잡기 전인 1990년대 중반까지 ‘LG맨’으로 활약했다.

구 창업주가 이 창업주에게 “사위를 빌려가겠다”며 이 회장을 LG그룹으로 불러들였다고 한다. 그는 1960년대 초 럭키화학 상무로 입사해 희성산업 사장, 금성통신 사장, 금성사 사장 등을 거쳐 LG카드 부회장을 지냈다. 

재벌가에서 상대적으로 단출한 혼맥을 갖고 있는 현대그룹도 겹사돈을 맺었다. 물론 LG가를 통해서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6남 정몽준(현대중공업 최대주주)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김동조 전 외무부 장관의 막내딸 영명 씨와 결혼했다. 김 전 장관의 3녀 영자 씨의 남편은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널 회장이다. 허 회장은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 고 조홍제 효성그룹 창업주와 함께 삼성그룹을 공동 창업한 고 허정구 전 삼양인터내셔널 명예회장의 3남이다.

두 기업은 다시 혼맥으로 연결된다. 정 창업주의 4남 몽우(전 현대알루미늄 회장)씨의 장남 일선(BNG스틸 사장) 씨와 구자엽 LS산전 부회장의 장녀 은희 씨가 결혼한 것. 결국 현대그룹 일가와 LG-GS그룹 일가는 한 다리 건너 겹사돈인 셈이다.

삼양그룹 일가와 경방그룹 일가는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겹사돈이다. 1999∼2003년 전경련 회장을 지냈던 김각중 경방그룹 명예회장의 부인은 ‘수원 갑부’로 알려진 차준담씨의 막내딸 현영 씨다. 김상홍 삼양그룹 명예회장의 부인은 현영 씨의 언니 부영 씨다. 김각중, 김상홍 명예회장이 동서지간인 꼴이다.

공교롭게도 두 명예회장은 이미 사돈지간이기도 하다. 김각중 명예회장의 부친 고 김용완 경방그룹 창업주는 고 김연수 삼양그룹 창업주의 여동생 점효 씨의 남편이다. 김용완 창업주가 김연수 창업주의 3남 김상홍 명예회장 고모부가 되는 것이다.

김용완 창업주는 이런 인연으로 한때 삼수사(현 삼양그룹)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김성수 전 동아일보 사장이 1919년 창업한 경방그룹(옛 경성방직)은 동생 김연수 창업주가 경영하다가 1945년 광복 후 매제인 김용완 창업주가 맡았다.

효성가과 신동방가의 사정도 같다. 효성그룹 일가와 신동방그룹 일가는 전직 거물들을 끼고 순환 고리를 이루는 겹사돈이다. 


고 조홍제 효성그룹 창업주의 장남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은 송인상 한국능률협회 명예회장의 3녀 광자 씨를 배필로 맞아들였다. 조 회장은 처가를 통해 신명수 전 신동방그룹 회장과 동서지간이 된다. 신 전 회장은 송 명예회장의 차녀 길자 씨의 남편이다.

조 회장의 동생 욱래(동성개발 회장) 씨의 처가는 다름 아닌 신동방그룹 가문이다. 욱래 씨는 김종대 전 농림부 장관의 딸 은주 씨와 결혼했는데 김 전 장관은 신 전 회장의 부친인 고 신덕균 전 신동방그룹 명예회장의 처남이다.

CJ그룹과 겹사돈인 기업도 있다. 노스페이스, 나이키, 팀버랜드 등 아웃도어 의류 수출업체로 유명한 영원무역이다. 손경식(대한상공회의소 회장) CJ그룹 회장과 성기학 영원무역 회장은 사돈지간이다.

손 회장의 장남 주홍 씨와 성 회장의 3녀 가은 씨는 2006년 1월 화촉을 밝혔다. 두 사람은 중매로 만나 수개월의 연애 기간을 거쳐 결혼에 성공했다고 한다. 두 집안은 주홍-가은 씨의 조부모 세대에서도 사돈 관계로 ‘대를 잇는 사돈’으로 연을 맺고 있다.

언론사와 겹사돈 재벌은?‘한 번으론 모자라?’
삼성, 중앙-동아GS, 중앙-조선

재벌가 혼맥의 또 다른 허브인 언론사와 두 번씩이나 인연을 맺은 재벌 일가는 어디일까. 바로 삼성가와 GS가다.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부인 홍라희 씨는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의 누나다. 이어 삼성그룹 일가는 사돈기업인 중앙일보의 강력한 라이벌 관계였던 동아일보 사주 가문과 사돈을 맺었다. 이 전 회장의 차녀 이서현 제일모직 상무는 2000년 고 김병관 동아일보 회장의 차남이자 김재호 동아일보 사장의 동생 김재열 제일모직 전무와 결혼했다. 

GS그룹 일가도 삼성그룹 일가와 비슷한 혼맥을 갖고 있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사촌형인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날 회장의 장남 서홍 씨와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 장녀 정현 씨는 2007년 5월 결혼했다. 허 회장은 앞서 2000년 5월 장녀 유정 씨를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의 장남 준오 씨와 결혼시킨 바 있다.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