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경의 세계는 지금> 변화하는 중앙아시아 전략적 가치 주목하자

  • 오은경 동덕여대 교수(유라시아투르크연구소장)
2022.01.03 16:12:23 호수 1356호

최근 국제정세는 미·중, 미·러 갈등의 미묘한 변화와 전략 속에 요동치고 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아프가니스탄 사태에 이어 격화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위기를 통해 중앙아시아가 러시아, 중국, 미국 등 강대국들의 전략적 요충지로 부각되고 있다는 점이다. 



미·러의 극적인 갈등으로 치닫던 우크라이나 사태는 푸틴이 서구에 대한 압박과 위협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유럽으로 가는 천연가스를 틀어막으며 자원을 무기화하고 있고, 우크라이나 국경에 대거 군대를 집결시켰다.

냉전 종식 이후 NATO(북대서양 조약기구)를 동진(東進)시키지 않겠다는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불허를 보장하라고 팽팽히 맞섰고, 급기야 미국은 어느 정도 러시아에 대해 완화된 입장으로 선회할 수밖에 없었다.

‘나토 동맹국 중 적어도 4개국과 러시아를 포함시킨 가운데 논의할 것’이라는 내용으로 러시아-나토 회담에 동의한 것이다.

또 러시아의 천연가스를 유럽으로 수출할 수 있는 주요 통로인 노르트 스트림-2 가스관에 대해 지난 12월7일 사실상 개통을 용인하면서 러시아와의 극단적인 대립 국면을 피하고자 했음에도 러시아는 한발 더 나아갔다. 


미국은 중국을 고립시키고 일대일로에 대응하기 위해 B3W(Build Back Better World) 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이것은 4경5000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예산을 책정하면서 중국과 갈등 관계에 있는 나라들을 지원하는 ‘미국편 만들기’ 프로젝트이다.

미국은 중국과 국경 분쟁을 겪고 있는 인도를 지원해 반중 포위 전략인 인도·태평양 전략 ‘쿼드 Quad’에 인도를 끼워 넣었다. 이에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최근 인도를 방문해 2018년 구매를 결정한 러시아제 방공망 체계인 S-400을 도입하기로 확정하면서 군사적·경제적 협력 관계를 강화했다.

인도와 ‘특혜적인 전략 동반자 관계’임을 확인하는 맞불 작전을 편 것이다.

터키가 러시아로부터 S-400을 도입하면서 NATO 방위체계에 구멍이 뚫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서방 세계는 속수무책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같은 상황이 인도에서도 그대로 재현된 것이다. 중국과의 갈등과 경쟁 관계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주변국을 미국 편으로 끌어들이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미국이지만, 상황은 절대 녹록치 않다. 

이런 힘의 역학관계 속에서 러시아와 중국을 잇고 있는 중앙아시아는 미국의 입장에서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전략적 요충지로 부상했다. 미국은 본격적인 영향력을 확대하고자 중앙아시아 5개국과 미국으로 구성된 C5+1 포럼을 가동시켰다.

2014년 키르기스스탄과 우즈베키스탄에서 미군이 철수한 이후 지난 10년간 중앙아시아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있던 미국이지만 중앙아시아를 중시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아프가니스탄에서 갑작스럽게 미군이 철군하면서 탈레반이 재집권하게 되자 ‘빅브라더’ 미국의 국제적 위상은 급추락했다.

이쯤 되었으니 미국의 입장에서는 최소한의 체면 유지를 위해서라도 세계인을 테러 위협으로부터 지켜낼 기본 마지노선은 확보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탈레반이 재집권하면서 아프가니스탄은 이미 이슬람 극단주의자와 테러의 라스베가스로 변질되어가고 있다.

그러므로 공군 기지 확보 등 실질적인 방위체계 수립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중앙아시아를 포기하기란 쉽지 않다.

중앙아시아 국가들에게 투자 및 무역 교류 1, 2순위는 러시아와 중국이다. 때문에 그간 과도하게 러시아와 중국에 경제적으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에 대한 우려와 피로감이 쌓여가고 있는 가운데 그 부담감을 덜어줄 수 있는 대안으로 미국의 등장은 환영받고 있다.

특히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에 대거 협력했던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도로, 철도, 항만, 댐 건설 등과 같은 인프라 투자가 중국의 야욕이 확장될 경우 군사적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미국의 인프라 투자 경제협력 프로젝트는 달콤한 당근일 수밖에 없다.


중앙아시아의 전략적 가치가 급부상하고 있다면 그것이 우리 대한민국에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미국, 러시아, 중국의 중앙아시아 대응 전략이 우리의 미래비전에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은 없는 것일까. 강대국에만 머물렀던 우리의 외교·방위전략의 시야와 폭을 중앙아시아로, 더 나아가 세계로 넓혀야 할 때다.

 

<오은경 동덕여대 교수(유라시아투르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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