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 등치는' 수익형 농장 사기 주의보 

2021.11.15 15:33:59 호수 1349호

그냥 둬도 쑥쑥 자란다고?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돈을 벌게 해주겠다”는 말은 언제나 달콤하다. 최근 미래가 불안한 노인들에게 고수익을 보장하겠다고 속인 뒤 돈만 가로채는 수익형 농장 사기가 성행하고 있다. 몸에 좋다는 슈퍼푸드로 유인해 투자금만 받고 잠적하는 수법이다.



직장 은퇴에 가까운 중·장년층은 노후 대비를 해야 한다. 이들은 안정적인 투자로 고수익이 나길 희망한다. 고품질 작물을 생산해 돈을 버는 ‘수익형 농장’이 재테크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고수익 보장

우리나라 국민 소득이 올라가면서 삶의 질이 높아졌다. 이전처럼 굶주림에 시달리지 않는다. 싸고 양 많은 음식보다는 맛있는 음식이나 건강에 좋은 음식을 찾게 됐다. 건강정보 TV 프로그램에서는 주로 영양소가 풍부한 슈퍼푸드를 소개한다. 슈퍼푸드에는 비타민나무, 호두, 아로니아 등이 있다.  

주황색 열매를 맺는 비타민나무는 비타민C가 많이 함유돼있다. 이 열매의 비타민C는 포도의 2000배, 사과의 1000배가 있어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졌다. 

농장법인 A사는 땅을 가진 노인만 노려 비타민나무를 농장에 심으면 고수익을 낼 수 있다고 유혹했다. A사에서 비타민나무 관련 생산품을 제조·판매해 주고 농사지을 땅이 있는 사람에게 묘목을 제공하고 식재까지 지원해줄 것처럼 속였다.


A사는 노인에게 비타민 묘목 1그루의 절반 가격인 1만원씩만 부담해달라고 제안했다. 또 3년 후 열매 수확이 가능해지면 수확물을 전량을 매입해줄 것을 약속했다. A사는 노인에게 “열매 수확이 된다면 수익금은 연 3000만원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비료, 농약을 주지 않아도 심어만 놓고 가끔 관리만 해주면 쑥쑥 자란다”며 노인의 불안한 마음을 없애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도 열매는 맺히지 않았다. 묘목에 상태가 좋지 않거나 지원을 제대로 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농장주는 거금을 투자했다가 수익금은커녕 손해만 본 것이다.

또 다른 농업법인 B사는 아로니아 사업을 미끼로 노인들로부터 돈만 받아낸 뒤 잠적했다. 아로니아 농장 일부를 매입하면 판매 수익에다 열매까지 주겠다는 식으로 접근했다. 이 말을 들은 한 노인은 농장 3.3㎡에 35만원씩, 총 200만원 상당의 토지를 샀다. 하지만 B사는 수개월이 지나도 깜깜무소식이었다. 

“가끔 관리…돈 벌게 해줄게” 호객
호두나무·표고버섯 등 인기 농작물

노인들은 잠적해버린 B사 직원과 연락할 방법이 없었다. 사무실도 사라진 상태였다. 경찰에 접수된 피해 규모는 피해자 8명, 피해액은 1200여만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타민나무와 아로니아 말고도 개량 호두나무·표고버섯·왕대추 등이 수익형 농장 작물로 인기가 많다. 이런 작물은 일손이 많이 들지 않는 데 비해 소득이 높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호두나무 농장이 인기가 있다. 호두나무는 임산물 수익이 상당히 높은 작물이기 때문이다. 별도의 전문지식 없이 식재부터 재배, 수확까지 모든 운영관리를 대행하는 것은 물론, 판매 지원까지 제공하는 ‘원스톱 서비스’로 좋은 평을 받고 있다.

이 같은 심리를 이용해 경기지역의 한 토지개발 관계자는 “호두나무 성목 한 그루면 약 40㎏의 알 호두를 수확해 연간 60만~80만원의 소득을 올릴 수 있다”며 “이는 논 660㎡(200평)에서 나오는 소득과 맞먹는다”고 광고했다.

또 다른 개발회사도 “2000여만원을 투자해서 임야를 구입하고, 여기에 호두나무 50그루를 심으면 10년 후부터는 연간 3000만원의 고소득을 올릴 수 있다”고 홍보했다. 

이후 전문가의 밀착 지원, 안정적 수익을 보장하며, 지역 주민의 초기 융화가 되기 어려운 점을 내세워 공동목표를 가진 예비 귀농인끼리 동질감을 형성시켰다. 투자 귀농인을 모아 분양 완료 후 돈만 받고 책임을 회피하기도 했다. 


직장 은퇴자가 고수익 분양광고에 현혹되지 않으려면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지자체별 귀농·귀촌 지원센터 등을 통해 관련 정보를 취합하고 다른 사람의 경험이나 비법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불량 묘목

장현유 한국농수산대 교수는 “고수익 광고에 현혹돼 피해를 보지 않으려면 인터넷 카페나 SNS(소셜 네트워킹 서비스) 등에 가입해 선배 귀농·귀촌인의 경험을 적극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소개했다.

 

<9d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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