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이건희 컬렉션’ 공개 대구미술관

2021.07.06 09:30:24 호수 1330호

8명의 거장과 만나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지난해 10월 세상을 떠난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기증한 ‘이건희 컬렉션’이 대구미술관을 통해 전격 공개된다. 기증작 21점을 포함한 40점의 작품과 아카이브 영상이 관람객들에게 소개된다.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생전 문화재와 예술품을 많이 수집했다. ‘이건희 컬렉션’은 이 회장의 철학이 녹아있는 예술품 수집의 결정체로 평가된다. 미술계 관계자는 “수만 점에 이르는 이건희 컬렉션에는 민족문화 선양과 인류애 추구, 사회 공동체와 이익을 나누는 그의 정신이 녹아있다”고 전했다. 

다양한 작품

이 회장과 유족의 뜻에 따라 이건희 컬렉션은 지난 4월 국민의 품에 안겼다. 대구에 기증된 이건희 컬렉션은 김종영(1점), 문학진(2점), 변종하(2점), 서동진(1점), 서진달(2점), 유영국(5점), 이인성(7점), 이쾌대(1점) 등 총 21점이다.

대구미술관은 ‘웰컴 홈: 향연’ 전시를 통해 작가 8명을 심도 있게 조명하고 이들의 작품 21점과 대여 작품, 소장 작품을 추가해 총 40점을 전시한다. 

관람객들은 한국 근대미술의 별과 같은 이인성, 이쾌대를 비롯해, 대구 초기 서양화단을 형성했던 서동진, 서진달의 수작을 만날 수 있다. 또 추상조각의 거장 김종영, 한국적 추상화의 유영국, 1세대 추상작가 문학진, 신형상주의의 변종하 등 한국미술 전반을 두루 섭렵할 수 있다. 


▲서동진 ‘자화상’= 서동진은 근대 대구 서양화단을 주도한 중요한 인물이다. 1927년 인쇄·출판 및 미술연구·교육을 위해 대구미술사를 설립했다. 서양화 단체 ‘향토회’를 이끌고, 이인성을 교육하고 후원하는 등 지역 미술계 리더로 활동했다.

‘자화상’은 1924년 휘문고보를 졸업한 후 젊고 패기 있는 자신의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휘문고보에서 고희동으로부터 받은 미술교육의 영향을 볼 수 있는 중요한 초기 작품으로 꼽힌다. 

대구에 기증한 21점 소개
이인성‧김종영‧이쾌대 등

▲서진달 ‘나부입상’= 서진달은 조선미술전람회에 다수의 인물화를 출품해 입상했고, 누드화 역시 많이 그렸지만 남아 있는 작품이 드물다. 유학 후 계성학교에 재직하면서 한국화단을 대표하는 여러 작가들을 양성했다.

‘나부입상’은 일본으로 건너가 도쿄미술학교에 재학하기 직전 작업한 것으로 추정된다. 정면을 바라보고 있는 여인을 균형 있고 사실적으로 묘사한 인체 표현력, 탄탄하게 구축한 자신감 있는 필체가 돋보인다. 

▲이인성 ‘노란 옷을 입은 여인’= 1930년대 중반 이인성은 ‘가을 어느 날’ ‘경주의 산곡에서’ 등의 작품으로 각광받았다. ‘노란 옷을 입은 여인’은 이와 비슷한 시기에 나온 작품으로, 당시 일본 유학 중에 제자로 만난 아내 김옥순을 그렸다.

노란 옷을 입은 세련된 신여성이 대각선의 구도로 배치돼있고, 유화처럼 덧칠한 수채화 기법으로 주조색인 노랑, 대비되는 초록과 빨강을 적절히 배치했다. 한국 근대미술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이쾌대 ‘항구’= 이쾌대는 월북 전에는 한국적 화법과 전통 소재를 구사하거나 인체의 표현에 원숙한 화법을 보였다. 1940년대 말 민족적 정체성을 밝히는 데 많은 관심을 두고 ‘군상’ 시리즈 등을 제작했다. ‘항구’는 월북 후 그의 활동을 알려주는 반가운 작품이다. 원숙한 이쾌대의 기량이 잘 나타난 작품이기도 하다. 

▲변종하 ‘오리가 있는 풍경’= 변종하의 작품은 형식적으로는 신형상주의를 지향하면서 풍자와 비판, 서정적이면서도 은유적인 이야기가 있는 독창적인 회화를 보여준다. 1970년대에는 부조와 같은 밑작업과 두터운 마티에르 기법을 사용했고, 자연의 요소와 설화, 전통 민화 등에서 따온 모티브를 작품에 자주 담았다. ‘오리가 있는 풍경’은 입체적으로 구성된 판에 오리와 자연의 형상을 극도로 단순화해 시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김종영 ‘작품 67-4’= 김종영은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을 접목해 주체적인 한국 현대조각을 이룬 조각계 거장이다. 자연 생태와 가까운 재료와 한국의 풍토, 기질이 나타난 순수조형 의지를 ‘불각의 미’라는 철학으로 추구했다.


‘작품 67-4’는 유기적이고 기하학적인 조각을 추구한 시기에 제작됐다. 서예의 조형성을 입체적으로 표현하거나 자연의 본래 형태를 드러내는 순수 추상작업이 이뤄졌다. 

삼성그룹과 이 회장 담은
아카이브 영상 2편 공개

▲문학진 ‘달, 여인, 의자’= 문학진은 1950년대부터 아카데믹한 구상 중심의 국전 성향과 다른 추상 형식을 도입한 1세대 작가다. 입체파적인 구성을 시도하며, 소녀 등 인물과 정물 등 다양한 소재가 공존하면서도 몽환적이고 은유적인 표현이 특징적이다.

‘달, 여인, 의자’는 희미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실루엣의 정물과 여인이 보인다. 드리워진 어둠과 달빛으로 적막하고도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추상적인 표현과 신비한 서사가 함께 어우러진 작품이다. 

▲유영국 ‘작품’= 유영국은 자연에서 모티프를 가져온 한국적 추상화의 일기를 이뤘다. 1970년대에 자연, 특히 산의 형상을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이때 점점 유연한 선의 형태로 나타난 추상으로 ‘산’ 시리즈를 그렸다.

‘작품’은 붉은 색조를 위주로 자연을 기하학의 형태로 단순화시켰다. 어두운 청색과 보랏빛의 하늘 아래 다양한 명도와 채도, 날카로운 선과 부드러운 선이 어우러진 산을 표현했다. 

작가들의 작품 외에도 이번 전시에서는 2편의 아카이브 영상도 만날 수 있다. 삼성그룹의 성장 과정과 삼성이 기여한 여러 문화예술 지원, 사회공헌을 타임라인으로 만든 ‘삼성과 삼성의 사회공헌’, 이 회장의 행적과 어록을 조명하는 ‘이건희 컬렉션의 탄생’ 등이다. 

국민 품으로

최은주 대구미술관 관장은 “기증자의 큰 뜻이 빛을 발하고, 시민들에게도 제대로 전달될 수 있도록 깊이 있는 연구와 한국미술의 위상 정립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전시 관람은 사전 예약 후 가능하다. 전시는 8월29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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