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휘동 청호그룹 회장 ‘뒷북 경영’구설수 왜?

2009.02.03 11:41:45 호수 0호

웅진 그늘서 꽁무니만 ‘졸졸’

정휘동 청호그룹 회장의 ‘뒷북 경영’을 두고 말들이 많다. 한 박자 느린 사업타이밍이 문제다. 모델은 업계 라이벌 웅진그룹. 내부 조직도 그렇고, 각종 서비스도 그렇다. 하다못해 경영진 스카웃까지 닮은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말이 좋아 벤치마킹하는 ‘미투’ 경영기법이지 그저 소리만 요란한 선발주자 무작정 따라 하기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청호그룹이 왜 웅진그룹 꽁무니만 졸졸 따라다닌다는 비야냥을 듣는 것일까.
 

웅진코웨이는 지난해 10월 새 판매 기법을 들고 나왔다. 정수기 등을 무료로 빌려주는 ‘페이프리(Pay Free)’서비스를 도입한 것. 이른바 ‘공짜마케팅’이다.
이 서비스는 렌탈 고객이 페이프리 카드로 일정 금액 이상을 사용하면 월 렌탈료와 맞먹는 금액을 현금으로 고객 통장에 입금시켜 주는 방식이다. 월 45만원 이상 결제할 경우 월 2만1100원에서 최대 3만원까지 현금이 지급, 월 평균 렌탈비용이 2만5000원인 점을 감안하면 소비자는 사실상 공짜로 정수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게 웅진코웨이 측의 설명이다.



청호그룹도 곧바로 새로운 사업모델을 발표했다. 청호나이스는 지난해 11월 웅진그룹의 페이프리와 유사한 ‘머니백 개런티(Money Back Guarantee)’서비스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 서비스 역시 고객이 제휴카드로 결제하면 사용실적에 따라 적립되는 포인트 또는 현금으로 정수기 구입 및 렌탈 비용을 내는 방식이다.
정휘동 청호그룹 회장의 ‘뒷북 경영’이 구설수에 오르내리고 있다. 업계 라이벌인 웅진그룹보다 항상 한 박자 느린 사업타이밍이 문제다. 언뜻 다른 기업을 벤치마킹하는 ‘미투(Me Too)’경영기법으로 보이지만 한두 번이 아니라는 점에서 무작정 따라 하기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웅진코웨이는 50% 정도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청호나이스는 2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웅진그룹은 1989년 설립한 웅진코웨이를 통해 정수기, 공기청정기, 비데, 연수기 등 가전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당시 미국 한 업체에서 근무했던 정 회장은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으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고 1991년 파견근무 형태로 웅진코웨이 제품개발팀에 합류했다.
정 회장은 2년 계약이 끝나자마자 1993년 청호그룹을 세웠다. 이때부터 ‘청호의 웅진 따라 하기’가 시작됐다.
웅진코웨이는 1998년 업계 최초로 ‘렌탈’마케팅을 도입했다. 외환위기 당시 렌탈은 파격적인 방법이 아닐 수 없었다. 웅진코웨이는 이와 함께 렌탈 영업과 제품을 정기적으로 관리해주는 ‘코디’제도도 새로 도입했다.
최초 80명으로 출발했던 코디는 1만2000여명으로 늘어난 상태다. 청호나이스는 출범 이후 정수기 시장에서 웅진코웨이와 대등한 경쟁을 벌였지만 웅진코웨이가 렌탈·코디 마케팅을 도입한 뒤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웅진코웨이의 새바람이 업계를 강타하자 청호나이스도 그로부터 2년 뒤 ‘오너십’서비스란 새로운 렌탈 제도를 선보였다. 오너십이란 정수기 소유권을 고객에게 넘겨주고 대신 매월 일정 회비를 지급하도록 하는 판매 제도로, 웅진코웨이의 렌탈과 별반 다르지 않다. 청호나이스는 당시까지만 해도 일시불 판매에 주력해 왔다.

마케팅·서비스·제도 등 줄줄이 따라하기 의혹
한박자 느린 사업타이밍…‘미투경영’일환 해명

청호나이스는 오너십을 도입하면서 ‘플래너’조직도 신설했다. 현재 전국에서 2000여명이 활동하고 있는 플래너는 렌탈 제품 정기점검, 필터 교환, 렌탈요금 관리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관리전문 주부사원이다. 역시 웅진코웨이의 코디와 동일한 개념이다. 한때 청호그룹에 불만을 품은 플래너들이 대거 코디로 이름표를 바꿔 달기도 했다.
뿐만 아니다. 청호나이스는 2007년 11월 사후서비스(AS)와 유통을 전문적으로 담당할 법인 ㈜CE를 설립했다. ㈜CE는 차별화된 유통 경로를 통해 신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위해 신설됐으며, 청호나이스의 서비스 사업, HR 사업, 유통업 등 다양한 부문을 개척하고 있다.
앞서 웅진코웨이는 2004년 2월 일원화된 서비스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서비스를 전담하는 전문회사 웅진해피올을 출범한 바 있다. 웅진해피올과 뒤늦게 출발한 ㈜CE의 주요 업무 및 설립 취지가 유사한 셈이다. 웅진해피올은 웅진코웨이의 정수기, 연수기, 공기청정기 외 생활·환경가전 관련 제품의 설치와 사후관리, 제품 및 기술상담과 더불어 계열사 전화 모니터링 업무를 주요 사업으로 하고 있다.
이 와중에 양사의 경영진 물갈이도 비슷하게 이뤄졌는데 공교롭게도 두 회사 모두 ‘삼성맨’을 영입했다. 물론 웅진코웨이가 한 발 앞섰다.
웅진코웨이는 2006년 6월 해외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삼성전자 헝가리 생산·판매법인장을 지낸 홍준기 사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홍 사장은 24년간 삼성에 몸담은 ‘삼성맨’이었다. 성균관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1983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멕시코 생산법인담당 부장, 스페인과 헝가리 생산법인 공장장을 거쳐 2005년부터 헝가리 생산·판매 법인장으로 일해 왔다.
이에 질세라 청호나이스도 2007년 10월 ‘삼성맨’출신 전문경영인(CEO)을 영입했다. 해외 사업강화와 내부 혁신을 위해 삼성물산 런던지사와 삼성증권 상무를 지낸 이용우 전 사장을 대표이사로 임명한 것. 그전까지 청호나이스 대표이사 자리는 1년 이상 공석으로 비워져 있었다.

‘청호의 웅진 따라 하기가 지나치다’는 지적에 대해 양사의 입장은 엇갈린다. 우선 웅진그룹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분위기다.
회사 관계자는 “항상 맞불을 놓는 라이벌의 동향에 신경이 쓰이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결국 판단은 소비자에게 맡기는 수밖에 없다”며 “그렇지만 아무리 서비스와 제도 등이 비슷해도 충성고객 경쟁력에서 상대가 되지 않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청호그룹은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회사 관계자는 “단순 모방이 아닌 국내 대표 기업인 삼성과 LG가 엎치락뒤치락하면서 서로 벤치마킹하는 ‘미투’경영기법과 다를 바 없다”며 “최근 서비스를 시작한 머니백 개런티만 봐도 웅진의 페이프리보다 한참 앞선 2007년 11월부터 시행했지만, 홍보를 한 발 늦게 시작한 것일 뿐”이라고 펄쩍 뛰었다.


정수기 정수기능 실태
10대 중 1대 ‘불량’

시중에 판매 중인 정수기 10대 중 1대가 정수능력이 기준치에 미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3개월간 유통 중인 정수기 105개 모델을 수거해 색도와 탁도 등 성능기준을 조사한 결과 10개 모델이 성능기준을 위반했다. 환경부는 해당 업체에 영업정지나 과징금 처분을 내리고 고발 조치했다.
㈜아이피씨의 2개 모델과 ㈜태영이앤티의 제품은 일반적으로 지켜야 할 기본 제거율 기준도 통과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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