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무대포’ 경영 도마 오른 이유

2009.02.03 11:43:39 호수 0호

리뉴얼 핑계 삼아 슬쩍 가격 인상

남양유업이 소비자들로부터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정부가 출산장려를 위해 내놓은 정책을 역행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 탓이다. 정부정책에 따라 분유 가격이 내려갈 것으로 기대했던 소비자들은 허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기대가 무너진 이유에서다. 일부 소비자들은 남양유업의 리뉴얼을 통한 가격 인상으로 주머니가 더욱 얇아졌다며 울상을 짓고 있다. 반면 남양유업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최근 리뉴얼을 통해 제품가격을 9~13% 가량 올린 것은 수입원료, 물류비 등이 크게 올라 이를 반영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무대포 경영을 하고 있다’며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소비자를 울리고 있는 남양유업의 리뉴얼을 통한 ‘가격 올리기 경영’을 뜯어봤다. 


남양유업이 소비자들로부터 따가운 시선을 받기 시작한 것은 최근 리뉴얼 제품을 출시하면서부터다. 남양유업의 ‘아이엠마더’ 3, 4단계가 올 초까지만 해도 2만8900원하던 값이 3단계는 3만2300원, 4단계는 3만2600원으로 오른 까닭이다.

이 같은 남양유업의 가격정책에 소비자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부가세 인하를 통해 분유 가격을 인하하고 출산을 유도하려던 정부 방침에 기대를 걸었던 소비자들은 이에 역행하는 남양유업의 경영에 ‘이럴 수가 있느냐’는 반응이다.
서민들의 어려운 가계경제에 조금이나마 부담을 덜 수 있으리라는 작은 소망까지 빼앗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하소연하기도 한다.
일부 소비자들은 “리뉴얼을 통해 새로운 성분을 추가했다거나 영양분을 강화했다는 명목으로 매번 가격을 올리고 있어 값을 올리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고 비판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2002년에도 남양유업은 리뉴얼 제품 ‘임페리얼 드림’(800g)을 출시하면서 기존 제품보다 20% 가까이 가격을 높였다. 같은 이유에서다. 때문에 소비자들은 가정경제가 어려운 마당에 가격을 높이면서까지 성분을 추가해 리뉴얼을 할 필요가 있느냐고 되묻고 있다.
게다가 리뉴얼 제품 출시와 함께 기존 제품이 매대에서 사라져 결국 소비자들은 선택의 여지없이 더 높은 가격에 새 제품을 살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그렇다고 다른 브랜드로 바꿀 수도 없다. 분유는 갓난아이 때부터 먹이는 것이어서 아이의 입맛이 한 회사 제품에 맞춰져 다른 회사 제품으로 바꾸기 힘들다는 것이 그 이유다.
앞서 정부는 올해부터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2011년까지 3년간 한시적으로 분유와 기저귀에 대한 부가세를 추가로 면제키로 했다. 분유의 경우 기존에는 생후 6개월까지 먹을 수 있는 1단계(100일 미만), 2단계(100일이상~6개월 미만) 제품의 부가세만을 면제하도록 돼있다. 여기에 이번 정부의 세제 지원으로 6개월 이상인 3, 4단계까지 면세 대상에 포함됐다.



소비자 “리뉴얼은 가격인상을 위한 수법”
남양유업 “새로운 성분 추가 영양분 강화”
 

남양유업은 이런 정부정책에 발맞춰 지난 1일 자사분유 ‘아이엠마더’ 3, 4단계의 값을 기존 각 3만900원에서 2만8900원으로 6.5%가량 내렸다. 그러나 이도 잠시, 최근 남양유업이 리뉴얼 제품을 출시하면서 1단계는 3만1700원, 2단계는 3만2000원, 3단계는 3만2300원, 4단계는 3만2600원으로 9~13% 올렸다.
남양유업이 부가세 면제 시행 직후 ‘아이엠마더’ 제품을 리뉴얼하면서 오히려 부가세 면제 전보다 가격을 더 올린 것이다. 부가세 면제 전에는 3만900원이던 분유가 부가세 면제 후 2만8900원으로 내려가나 싶더니 곧 리뉴얼 제품이 등장하면서 3만2000원대를 넘어섰다.
시장점유율 1위 업체의 이 같은 가격 책정에 따라 출산 장려를 위해 분유 가격 인하를 유도했던 정부 방침은 ‘공염불’이 된 셈이다.
실제 남양유업은 분유 시장에서 현재 50%에 가까운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지난 2007년 8월말 기준으로 국내 조제분유 시장의 점유율은 ▲남양유업 45.3% ▲매일유업 32.9% ▲일동후디스 16.6% ▲파스퇴르 3.5% 등이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이번 리뉴얼은 이름은 물론 포장과 성분까지 대부분 바뀐 것이라 리뉴얼이라기보다는 신제품 출시에 가깝고 부가세 인하 부분은 충분히 반영됐다”며 “이번 가격인상이 부가세 시점과 맞물렸을 뿐이고 단기일에 올린 것이 아니라 1년 전부터 계획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매일유업과 일동후디스의 경우 지난해 4월과 5월에 ‘리뉴얼’을 명목으로 가격을 올렸지만 당시엔 인상을 하지 않았다”며 “해당 제품은 2년간 가격이 동결이었고 지난해 국내 원유값이 20% 오르고, 환율은 30~40% 급등해 수입 원료값도 올랐지만 원자재 인상분을 반영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고 덧붙였다.


매일유업·일동후디스은 지금…
정부정책 따라 최고 8% 인하

지난해 3월 일동후디스는 기존 제품을 리뉴얼한 유아식 4종을 내놓으며 10~15%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이어 매일유업도 지난해 5월 자사분유 ‘앱솔루트 궁 3단계’를 리뉴얼한 ‘신 앱솔루트 궁 3단계’를 내놓으며 가격을 올렸다.
이렇듯 리뉴얼 제품 출시는 가격인상으로 이어졌다. 가격인상으로 속이 타는 것은 소비자뿐이다. 분유브랜드를 바꾸면 아이가 잘 먹질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때문에 소비자들은 결국 지갑을 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아이 1명당  분유 1통을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 소비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정의 육아비용 부담이 크게 늘어나는 것은 자명한 일.
이에 정부는 올해부터 ‘MB 물가관리 지수’에 편입된 분유에 대해 부가세를 완전 면제함으로써 가정경제의 부담을 덜고 출산을 장려키로 했다.
이런 정부의 정책으로 매일유업은 ‘앱솔루트 궁’(800g) 가격을 3만2300원에서 1600~2000원가량 인하했다. ‘앱솔루트 명작’ 역시 2만2300원에서 800~1300원 인하하는 등 분유 제품 가격을 5~8% 인하했다. 또 일동후디스 ‘산양분유’의 경우 4단계 제품을 4% 정도 인하했다. 하지만 3단계 제품은 4만8900원 그대로 동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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