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회자되는 ‘사옥괴담’ 실체추적

2009.02.03 11:39:27 호수 0호

건물 가지면 ‘탈랄라~’

최근 건설업계가 폭격을 맞았다. 유동성 위기로 인한 구조조정으로 워크아웃 대상 건설사들은 아연실색한 모습을 보이며 대책마련에 부심하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건설업계에선 때 아닌 ‘사옥괴담(社屋怪談)’까지 회자되면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사옥괴담은 건설사가 사옥을 보유하면 어려움을 겪게 된다는 게 주요 골자. 공교롭게도 최근 몇몇 중견건설사가 사옥을 산 후 어려움에 처하면서 이 괴담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사옥괴담은 괴담에서 그치지 않고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분위기다. 과거 외환위기 당시 사옥을 갖고 있던 건설사들이 일제히 부도가 나거나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생긴 사옥괴담은 현재도 살아 건설업계를 떠돌고 있는 것이다. 건설업계에 사옥괴담이 떠도는 배경을 추적했다.




한동안 잠잠하던 사옥괴담이 건설업계에 회자되고 있다. 사옥괴담은 과거 외환위기 당시 사옥을 갖고 있던 건설사들이 일제히 부도가 나거나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생긴 괴담이다.
실제 외환위기 당시 극동건설, 동아건설, 현대건설, 대우건설, 건영, 청구, 우방, 벽산건설 등이 당시 사옥을 갖고 있으면서 부도가 나거나 유동성 위기를 겪은 바 있다.

 지난해 9월경 ‘사옥의 저주’가 건설업계에 다시 나돌기 시작했다. 경기침체가 본격화되면서 2~3년 사이 사옥을 매입하거나 새로 지어 이전했던 건설사들이 주로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부터다.
여기에 지난 1월20일 금융감독 당국과 채권은행들이 워크아웃 대상 12개(C등급 11개사와 퇴출 대상인 D등급 1개사) 건설사를 발표한 이후 사옥괴담은 당연시 되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날 발표한 워크아웃 대상 기업 중 중견건설사 일부가 사옥을 구입한 후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 월드건설과 우림건설이 여기에 속한다. 
 
‘혹시 우리도… 사옥괴담에 ‘벌벌’ 떠는 건설사
‘사옥=현금’ 공식 통용 안돼 자구책 마련 시급

월드건설은 지난 2007년 서울 강남 역삼동 ‘월드메르디앙빌딩’을 매입해 사옥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사옥은 역삼동 강남 대로변(교보생명 4거리)의 옛 천지빌딩으로 연면적 1만400여㎡의 지하 4층, 지상 7층짜리 규모다. 이후 월드건설은 ‘월드메르디앙’ 브랜드를 선보이며 매출 1조원 규모로 성장했다.
그러나 새 사옥에서의 행복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유동성 위기로 이번 워크아웃 대상명단에 이름을 올려야만 했던 것. 워크아웃 수습책으로 월드건설은 강남 사옥을 처분키로 했다.
우림건설은 지난 2007년 7월 서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인근에 사옥을 매입했다. 사옥은 지하 2층, 지상 7층 규모로 매입가는 330억원.
하지만 우림건설도 새 사옥에서의 생활은 그리 길지 못했다. 유동성 위기로 인해 지난해 11월 서초 사옥을 임대하고 경기도 성남산업단지 아파트형 공장인 우림라이온스밸리로 이전했다. 여기에 올 1월에는 워크아웃 대상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자구책으로 서초동 본사 사옥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건설업계에선 월드건설과 우림건설뿐만 아니라 사옥을 가진 건설사들도 당분간 유동성 위기에서 자유로울 순 없을 것 같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번 워크아웃 대상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더라도 안심할 수 없다는 얘기다. 현진, 성원건설, 태영건설 등이 조금씩 거론되고 있는 분위기다.
현진은 2007년 7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미금역에 신축한 ‘에버빌타워’로 사옥을 이전했다. 에버빌타워는 연면적 9236㎡의 지하 2층 지상8층 규모다. 이후 현진도 유동성이 문제가 됐다. 현진은 지난해 8월 두바이 오피스빌딩 부지를 1500억원에 판 데 이어 350억원 상당으로 추정되는 중국 곤산 주택사업지 매각을 추진했다.
성원건설은 2007년 11월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서 용인시 기흥구 언남동으로 신사옥을 신축해 이전했다. 기흥 새사옥은 지하 1층, 지상 4층에 연면적 6059㎡규모다. 태영건설도 2007년 10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지하 5층, 지상 13층 오피스빌딩을 지어 새 보금자리를 마련했다.익명을 요구한 한 건설사 관계자는 “IMF 때를 비춰볼 때 사옥을 가지고도 자금유통이 되지 않아 워크아웃 대상 명단에 자사의 이름을 올린 경우도 있다”면서 “사옥을 가진 건설사들은 사옥이 현금이 아니라는 점에서 부담을 느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건설·조선사 워크아웃 개시
채권단 C등급 대부분 워크아웃 결정

채권단이 지난달 29일 건설 및 조선 업체에 대한 워크아웃에 착수했다. 건설·조선사 주채권은행들은 채권금융기관협의회를 열어 1차 구조조정 대상 건설 및 조선사에 대한 본격적인 워크아웃 작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워크아웃이 결정된 건설·조선사들은 앞으로 3개월간 채권권리 행사가 유예된다.
우리은행은 이날 서울 회현동 본점에서 채권단협의회를 열고 C&중공업을 제외한 풍림산업·우림건설·삼호·동문건설 등 4개 건설사의 워크아웃을 개시키로 했다.
국민은행도 여의도 본점에서 채권단회의를 갖고 신일건업과 진세조선의 워크아웃 개시를 결정했다. 산업은행도 대한조선에 대한 워크아웃을 결정했으며, 광주은행도 삼능건설에 대한 워크아웃을 개시키로 했다.
이에 앞서 신한은행은 지난달 23일 녹봉조선과 롯데기공·월드건설의 워크아웃을 진행키로 했다. 외환은행도 같은 날 이수건설 채권금융기관협의회를 열어 워크아웃을 개시키로 결정했다. 반면 대동종합건설은 법정관리 절차를 밟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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