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약품 오너 경영 회귀, 왜?

2021.04.30 11:37:04 호수 1320호

부진한 성적표…총대 메고 튀었나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현대약품이 본격적인 오너 경영 체제의 가동을 알렸다. 전문 경영인의 급작스런 퇴장을 계기로, 오너 3세에게는 총괄이라는 막중한 임무가 주어졌다. 다만 뒷걸음질 친 매출을 끌어올려야 하는 등 과제가 만만치 않다.

▲ 현대약품 ⓒ카카오맵

중견 제약사 현대약품은 지난 1월16일 김영학 사장이 대표이사에서 사임했다고 밝혔다. 1962년생인 김 사장은 성균관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한 삼성전자 출신으로, 디지털총괄미디어 그룹장을 거친 후 2007년 현대약품 경영관리본부장(부사장)으로 영입된 인물이다.

느닷없이 퇴사

2013년 말 사장으로 승진한 김 전 사장은 이듬해 2월 주주총회를 거친 후 대표에 올랐고, 오너 2세인 이한구 회장과 함께 각자 대표로서 회사를 이끌었다. 세 번 연임에 성공하면서 2022년 2월 말까지 임기가 보장된 상태였다. 2018년부터는 이 회장으로부터 대표이사직을 넘겨받은 이상준 사장과 각자 대표로 활동했다.

김 전 사장이 중도 사임하자, 사임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회사 측은 일신상의 사유라고만 언급했을 뿐이다. 일단 기대치를 하회한 실적이 김 사장의 사임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11월 결산법인인 현대약품은 2018년 12월 열린 2019년 시무식에서 경영 목표로 ‘Break Through 1500’을 선언했다. 매출 1500억원 달성을 반드시 이뤄내겠다는 강한 의지였다. 당시 김영학 사장은 “신시장 개척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매출 1500억원 달성을 위해 임직원 모두가 한 마음으로 노력하자”고 주문했다.


2019년 매출이 1349억원에 그치자, 회사는 같은 해 12월 시무식에서 또 한 번 매출 1500억원 달성 목표를 내세웠다. 그럼에도 현대약품은 또 한 번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지난해 현대약품의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49.4%, 80.3% 증가한 30억5000만원, 21억8000만원을 기록했만, 매출은 전년대비 1.25% 감소한 1330억원에 머물렀다.

김 전 사장의 퇴사는 생각지 못한 전환점이 된 양상이다. 현대약품은 김 전 사장의 퇴장을 계기로 14년 만에 오너 경영에 시동을 걸었다.

임기 1년 앞두고 갑자기 사임
1인자로 오른 3세…승계 포석?

2006년까지만 해도 이한구 단독 대표 체제였던 현대약품은 ▲2007년 2월 이한구·윤창현 각자 대표 ▲2014년 2월 이한구·김영학 각자 대표 ▲2018년 2월 김영학·이상준 각자 대표 체제를 출범시킨 바 있다.

단독 대표로 자리매김한 이 사장은 현대약품 창업주인 고 이규석 회장의 손자이자 이한구 회장의 장남이다. 동국대 독어독문학과와 미국 샌디에이고대학교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뒤 2003년부터 경영 수업을 시작했다.

2012년 현대약품 핵심부서 미래전략본부장을 맡으면서 후계자 입지를 굳혔다. 2017년 11월에는 그간 성과를 인정받아 신규사업 및 R&D부문 총괄 사장으로 승진하기도 했다. 김영학·이상준 각자 대표 체제에서도 김 전 사장이 내부 살림을, 이 사장은 R&D 부문을 책임지는 이원화된 구조였다.
 

▲ ▲ (사진 왼쪽부터)이상준 현대약품 사장과 김영학 전 사장 ⓒ현대약품

오너 경영 체제로의 회귀를 경영권 승계와 연결 짓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 사장의 부친인 이 회장은 70세를 넘긴 고령인 데다, 내년 2월 사내이사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이런 이유로 제약업계는 오너 3세인 이 사장이 단독 대표에 오른 것을 계기로, 경영권 승계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대약품의 최대주주인 이 회장은 현대약품 지분 17.88%를 보유 중이다. 이 회장과 이 사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 지분율의 총합은 23.53%다. 이 사장은 지금껏 꾸준히 현대약품 주식을 매입해왔다. 하지만 2019년 4월 보유 주식 중 일부인 70만주를 장내 매도하면서 40억원을 현금화했다.

그 결과 지분율도 기존 6.41%에서 4.22%로 낮아진 상태다.

승계 플랜 가동


현 시점에서 이 사장의 당면 과제는 최고경영자로서 현대약품의 실적 부진을 만회하는 것이다. 현대약품은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2분기에 선제적인 비용 절감에 나서면서 수익성 방어에 성공했다. 하지만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영업 적자를 기록하면서 수익성은 다소 악화된 상황이다. 수익성 개선을 위해서는 매출 확대가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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