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을 기다리는 선수들> ‘한국 승마 마장마술’ 황영식

2021.02.01 10:11:15 호수 1308호

“한국 승마 다시 달린다”

▲ 2014 아시안 게임 승마 마장마술 개인 결선에 나선 황영식 선수

[JSA뉴스] 황영식 선수는 도쿄올림픽 승마 마장마술 종목 개인전 출전을 확정 지었다. 이는 한국 선수로는 역대 3번째 개인전 자력 출전이다. 한국 승마의 간판이자 아시안게임 연속 2관왕에 빛나는 황 선수는 침체된 한국 승마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도쿄올림픽을 향해 오늘도 열심히 훈련 중이다. 



한국 승마 대표팀은 지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마장마술 단체전에서 아쉽게도 은메달에 머물렀다. 은메달도 좋은 성적이지만 한국 승마 대표팀은 마장마술 단체전에서 1986년부터 2014년까지 7번 대회 중 6번 금메달을 차지한 강자였기에, 은메달은 아쉬울 수밖에 없는 성적이었다.

목장집 아들

마장마술은 60x20m의 경기장에서 기수와 말이 정해진 경로를 따라 움직이면서 만들어 내는 조화를 겨루는 종목이다. 심판이 기수와 말의 연기를 평가해 채점하고, 이를 토대로 순위를 정한다. 연기는 규정된 코스를 따라 전진, 후퇴, 정지, 발진 등을 실시하거나 원형과 파도형 등을 그리는 형식으로 치러진다.

기수와 말의 호흡과 균형 및 자세가 중요한 종목이다.

한국 승마는 마장마술 종목에서 아시아의 강자이지만, 아직 세계무대와의 격차는 큰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력으로 올림픽 마장마술 개인전 출전을 확정한 선수가 있다. 현재 한국 승마의 간판인 황영식 선수다. 


황 선수는 2019년 1월1일부터 12월31일까지 올림픽 G그룹(남동아시아 및 오세아니아 17개국) 소속 선수들의 개인전 성적을 취합한 결과를 바탕으로 FEI(국제승마연맹)으로부터 작년 초에 출전 확정 통보를 받았다.

2008 베이징 올림픽의 최준상, 2016 리우 올림픽의 김동선에 이어 한국 선수로는 세 번째로 전 세계에서 60명만이 출전할 수 있는 올림픽 마장마술 개인전 자력 출전을 확정지었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과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연속으로 2관왕(개인, 단체 금메달)에 오르며 일찌감치 한국 마장마술의 간판 선수로 떠오른 황 선수는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죽어가는 불씨 “명예 회복 기회”
부담감 이겨내며 좋은 성적 거둬

바로 목장집 아들로 태어나 10대 때 독일 유학을 다녀온 선수라는 점이다. 아버지가 목장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6살 때부터 말과 친해질 수 있었고, 시골에서 말과 함께 논다는 느낌으로 승마를 접했던 황 선수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독일로 유학을 갔다.

독일 생활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오전에는 승마장 일을 하고 오후가 돼서야 코치에게 승마를 배웠기 때문이다. 유학 생활 동안 말을 닦고, 분을 치우고, 경기장 관리도 하는 등 육체적인 힘듦에 더해 승마를 배우러 왔다는 아시아인에 대한 편견도 그가 넘어야 할 벽이었다. 

그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독일에서 공부한 장점은 명확했다. 황 선수는 어린 나이에 넓은 초원에서 자라는 말들을 올림픽 레벨까지 성장시키는 과정을 배웠다. 이는 말에 대한 이해도 측면에서 한국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것이었고, 말과의 교감이 중요한 승마 종목에서 충분한 강점이 됐다.

방학 때는 독일에서 지내고, 학기 중엔 한국에서 학교에 다니던 황 선수는 대학교 2학년 신분으로 처음 출전한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마장마술 개인전과 단체전 금메달 2관왕을 달성한다. 고등학생 때 국내 무대를 휩쓴 그가 독일 유학 후 약관의 나이에 아시아 무대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자, 그는 당연하다는 듯 승마계의 스타로 떠올랐다. 

4년 후인 2014 인천 아시안 게임에서도 부담감을 이겨내며 대회 2연속 2관왕을 차지함으로써 한국 승마계의 자존심이자 간판선수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부담감을 이겨내고 좋은 성적을 냈던 황 선수는 앞으로 더 큰 부담감과 다시 싸워야 한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역대 최고 성적을 거뒀지만,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아쉬운 성적표를 받으며 침체기에 빠진 한국 승마를 올해 열릴 도쿄올림픽을 통해 이끌어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도쿄올림픽을 한국 승마의 명예를 회복하는 기회라고 보는 황 선수는 자신이 올림픽 메달권을 노릴 수 있는 성적은 아니지만, 국민들에게 한국 승마가 아직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는 점을 알리고 싶어 한다. 

올림픽 출전을 확정한 직후인 작년 3월 가졌던 네이버스포츠 칼럼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한국 승마 선수들이 가지 않았던 길을 닦아 놓으면 ‘저렇게 하면 되는구나’라고 보고 따라올 후배가 있었으면 좋겠다. 나로 인해서 ‘한국 승마에도 누군가 있구나’라는 생각을 해 주셨으면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희망의 끈

황 선수는 2016 리우올림픽에서 김동선 선수가 세운 43위, 68.657%라는 한국 선수 최고 기록을 넘을 수 있을까. 2020년 말 산업대상 올해의 승마인으로 선정된 황 선수는 한국 승마계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지금도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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