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의 추억> ‘헝가리 체조스타’ 아그네스 켈레티

2021.02.01 10:15:47 호수 1308호

‘100세’ 현존 최고령 올림픽 챔피언 

[JSA뉴스] 올림픽 체조에서 금메달 5개를 따냈던 아그네스 켈레티는, 최근 100세 생일을 맞이한 현존 최고령 올림픽 챔피언이다. IOC의 토마스 바흐 위원장은 그의 생일을 축하하며 “진심 어린 축하를 전한다. 당신의 이야기는 정말 감동적”이란 메시지를 전했다.



놀라운 이야기

켈레티의 놀라운 이야기는 올림픽에 참가하기 훨씬 전부터 시작됐다. 그의 인생은 최대의 역경을 극복해내는 올림픽 정신 그 자체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1921년 1월9일, 헝가리의 부다페스트에서 태어난 켈레티는 16세의 나이로 헝가리 체조 선수권 우승을 차지하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고, 1956년에 국제대회에서 은퇴할 때까지 같은 대회에서 아홉 번 더 우승을 차지한다.

유대인이었던 켈레티는 원래 1940년 도쿄올림픽에 참가할 계획이었지만, 2차 세계대전의 발발로 취소됐다. 여기에 더해 헝가리가 나치의 지배하에 들어가며 켈레티는 생존을 위해 기독교도의 신분으로 위장해야 했다. 최근 인터뷰에서 켈레티는 당시의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헝가리에서 모든 유대인들은 구분을 위한 노란별을 달아야 했다. 하지만 나는 거부했다. 가짜 신분증을 통해 시골로 탈출할 수 있었고, 외딴 마을에서 하녀로 일하게 됐다.”


켈레티는 전쟁에서 살아남았지만, 아버지를 포함한 대다수 그의 가족들은 운이 좋지 못했다. 나치 지배 하의 헝가리에서 총 55만명의 유대인이 사망했던 것이다.

전쟁이 끝난 뒤 27세가 된 켈레티는 1948년 런던올림픽 출전 준비를 했지만, 이번에도 인대 부상 때문에 참가는 불발로 그쳤다. 결국 켈레티는 다음 대회인 1952년 헬싱키올림픽에서 31살이란 늦은 나이로 마침내 올림픽 무대를 밟게 된다.

체조는 나이가 중요한 종목이다. 2016년 리우올림픽에 41세의 나이로 출전했던 옥사나 추소비티나처럼 이런 흐름을 거스르는 선수들도 드물게 존재해왔지만, 지금까지 올림픽 체조 선수들의 평균 나이는 19세였다.

홀로코스트 생존자이자 금메달리스트
100세 생일 맞아 대단한 업적 재조명

1952년 헬싱키올림픽에서도 체조 선수들의 평균 나이는 23세였고, 이는 올림픽 무대로 데뷔를 준비하던 켈레티보다 9세나 적었다.

하지만 영광을 향해가는 켈레티에게 나이는 문제가 아니었다. 켈레티는 헬싱키에서 네 개의 메달을 따냈을 뿐만 아니라 마루 운동에서도 금메달을 차지하며 올림픽 역사에 이름을 올렸다.

켈레티가 진정으로 빛을 발했던 대회는 4년 후의 멜버른이었다. 소련의 체조 전설 라리사 라티니나와 경쟁을 펼쳤던 켈레티는 총 6개의 메달을 따냈고, 그중 4개가 금메달이었다.
 

▲ 1956년 멜버른 올림픽 당시의 아그네스 켈레티

이것으로 켈레티는 1956년 당시 올림픽 체조 최다 메달 기록에 더해 멜버른 올림픽의 전 종목을 통틀어 가장 많은 메달을 획득한 선수가 됐다. 당시 그의 나이는 35세였다.

멜버른은 켈레티의 마지막 올림픽이 됐다. 당시 헝가리가 처한 상황은 올림픽에서 소련과 맞붙은 수구팀이 추후 ‘물속의 혈투’로 알려지게 되는 충돌을 일으킬 정도로 좋지 않았다.

결국 올림픽이 막을 내렸을 때 켈레티는 헝가리로 돌아가는 대신 호주에 정치적 망명을 요청했다가 이듬 해인 1957년 이스라엘로 이주했다.


1959년 결혼한 켈레티는 텔아비브 대학과 윈게이트 연구소에서 체육교육학을 가르쳤고, 이스라엘 체조 대표팀에도 도움을 줬다. 2015년 94세가 된 켈레티는 멜버른 올림픽 이후 59년 만에 헝가리로 돌아와 다시 부다페스트에 정착했다. 지금은 인생의 101번째 해를 맞아 열정으로 가득 찬 1년을 시작하고 있다.

최다 메달

그는 이번 생일을 맞아 “지난 100년은 그냥 60년처럼 느껴진다”라는 말을 남겼다. 나이를 거스르는 최고령 올림픽 체조 금메달리스트이자 현존 최고령 올림픽 챔피언다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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