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불’ 유진기업 3세 경영 현주소

2020.11.04 11:13:45 호수 1295호

일찌감치 고지 점령했지만…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유진그룹의 3세 승계에 비상등이 켜졌다. 유진기업은 경영권 승계를 위해 유경선 회장의 장남 유석훈 상무가 주요 주주로 있는 유진에너팜에 일감 몰아주기를 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하지만 이 같은 일감 몰아주기에도 불구하고 매출이 대폭 감소해 유 회장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유 상무의 3세 경영은 낙제점이라는 비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 유진기업 여의도 사옥 ⓒ유진그룹


유진그룹 계열사 전체 매출에서 내부거래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소폭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유경선 회장의 장남인 유석훈 상무가 주요 주주로 있는 유진에너팜(대표 주성린)은 내부거래 비중이 100%에 육박하고 유경선 회장 및 동생 유창수 유진투자증권 부회장이 20%가량 지분을 보유한 천안기업(대표 강철원)도 매출의 거의 대부분을 유진기업(대표 최종성)과의 내부거래를 통해 벌어들였다.

100% 내부거래
매출은 감소

하지만 계열사의 일감 몰아주기에도 불구하고 유진에너팜은 매출이 대폭 감소하면서 고사 위기에 몰려 있어 유석훈 상무의 경영권 승계에는 도움을 주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유진그룹 44개 계열사의 지난해 매출은 3조1069억원으로 전년보다 7% 감소했다. 이 가운데 계열사 간 내부거래를 통해 발생한 매출은 1572억원으로 6.6% 줄었다. 이에 따라 내부거래 비중은 2018년 5%에서 지난해 5.1%로 소폭 상승했다.

유진그룹의 내부거래 비율은 비교적 낮은 편이다. 30대 그룹의 2018년 기준 내부거래 비중은 평균 12.8%다.


하지만 그룹 후계구도에서 가장 앞서 있는 유석훈 상무가 30% 이상 지분을 갖고 있는 유진에너팜은 지난해 내부거래 비중이 97.5%에 이른다. 2018년 99.5%보다는 소폭 하락했지만, 내부거래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내부거래 비중 증가…일감 몰아주기 타깃
장남 지분율 높은 유진에너팜 97% 안방서

이로 인해 경영권 승계를 위해 경영 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유석훈 상무의 입장이 위기에 봉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유진에너팜은 태양광발전과 에너지저장장치(ESS)를 공급하는 에너지솔루션 신사업 진출을 위해 유진기업이 2013년 양원돈 전 대표와 함께 투자해 설립했다. 당시 양 전 대표가 지분율 37.2%로 최대주주, 유 상무가 32.8%로 2대주주였다.

그룹 후계자가 신사업 진출을 진두지휘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재는 사업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 ⓒ유진그룹

앞서 지난 2018년부터 유진에너팜 매출의 약 80%가 나눔로또 ESS컨설팅 용역, 유진초저온 전기공사 등의 내부거래를 통해 발생해 유진의 일감 몰아주기가 아니냐는 잡음이 커졌고 유진은 비주력 사업 정리 차원에서 유진초저온을 매각했다.

100억 벌었지만
현재 사업 중단

2018년만 해도 매출은 100억원 이상이었지만 유진그룹이 비주력 사업 정리 차원에서 유진초저온을 매각하면서 내부거래 금액도 줄었다. 내부거래에 대한 부담을 해소하기 위한 정리라는 시각도 나온다.

이로 인해 유진에너팜의 총 매출이 대폭 감소했다. 유진에너팜의 지난해 매출 22억6600만원 중 22억원이 유진초저온 전기공사 거래에서 나올 만큼 유진초저온과의 내부거래 의존률이 높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유진에너팜은 ESS, 태양광에너지 등 신사업 성과는 내지 못한 채 전기공사 등 내부거래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온 것이다.

실제 유진그룹은 2018년 유 상무가 지분 100%를 가진 선진엔티에스를 매각하며 일감 몰아주기 잡음을 미연에 방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유진에너팜의 사업은 전기공사 등 내부거래에 그치고 ESS, 태양광에너지 등 신사업 성과는 내지 못한 셈이다.

경영권 승계를 위해 경영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유석훈 상무의 입장에서는 투자가 사실상 실패한 것이어서 뼈아플 수밖에 없다. 현재 유 상무는 그룹 사무국에서 사업전략을 담당하고 있다.

유진그룹 관계자는 “유진초저온은 지난해 매각됐고, 내부거래는 매각이 예정된 상황에서 일시적 거래로 발생한 것”이라며 “에너지분야 사업은 최근의 저유가로 향후 사업이 불투명해 향후 사업포트폴리오에 대해 전반적인 검토 중에 있다”고 말했다.

지배구조 정점
추후 대안은?

유 상무는 1982년생으로 청운중, 경복고, 연세대를 졸업하고 유진자산운용과 경영컨설팅 회사 AT커니에서 경력을 쌓았다. 2014년 33세의 나이로 유진기업 부장으로 입사했고 이듬해인 2015년 등기임원에 등재됐다.

유 상무는 현재 유진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유진기업 지분 3.06%를 보유했다. 유경선 회장(11.54%), 유 회장 동생인 유창수 부회장(6.85%)과 유순태 EHC 대표(4.38%)에 이은 4대주주다.
 

▲ 유진기업 레미콘 ⓒ유진기업

3세 중에서는 보유지분율이 가장 높다. 유 상무의 동생인 유정민씨, 유정윤 유진로텍 사내이사는 0.16% 지분을 보유했다.

유 상무는 안정적인 승계를 위해선 유 회장과 유창수 부회장, 유순태 대표 등 2세들의 지분 25%를 받아야 한다. 2일 종가 기준 주식가치는 약 880억원이다.

현재 유진기업의 특수관계인 지분은 38.74%다. 소액주주들이 50.16%를 지녔다. 안정적인 승계를 위해선 유 회장 형제들의 유진기업 지분을 받는 게 가장 좋다.


2015년 시작된 경영 행보 “너무 급했나?”
그룹이 밀어줘도 사업 좌초…승계 불투명

유진에너팜이 성장하지 못하면서 유 상무의 승계재원으로는 2017년 유 회장 일가 7명이 지분을 전량 사들인 우진레미콘이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 상무가 45%로 최대주주인 우진레미콘의 지난해 말 기준 총자산은 131억원이다. 매출은 331억원 영업이익은 12억원이다. 내부거래비중은 0.3%로 낮다.

또 유 상무가 지분 21.14%를 지닌 남부산업은 유진기업 지분 4.6%를 보유하고 있어 추후 승계 지렛대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유경선 회장과 유창수 부회장이 각각 11.56%, 7.56% 등 총 19.12%를 보유한 천안기업도 내부거래 비중은 98.8%에 달한다. 천안기업은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유진빌딩 관리업체다.

한편 지난해 유진그룹 계열사간 내부거래 비중(금융사 제외)은 천안기업, 유진에너팜에 이어 한국로지스틱스(96.9%), 유진아이티서비스(93.5%), 유진엠(85.6%), 유진에이엠씨(82.3%), 지구레미콘(41.3%) 등의 순이다. 이 중 오너 일가가 지분율 보유한 곳은 천안기업과 유진에너팜 두 곳이다.

신사업 투자
사실상 실패

유 상무는 유경선 회장이 지난 2015년 1월 등기이사와 대표이사에서 물러나 당시 부장이었던 유석훈에 등기이사 자리를 물려주면서 본격적으로 경영 보폭을 넓히기 시작했다. 그러나 유 상무의 신사업 투자가 사실상 실패하고 성과가 부진한 가운데 안정적인 경영 승계가 가능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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