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이랜드그룹 난관 봉착 내막

2012.08.17 16:45:10 호수 0호

너무 욕심냈나? '소화불량' 걸렸네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왕성한 식탐을 자랑하던 박성수 이랜드그룹 회장 식욕에 문제가 생겼다. 박 회장의 오랜 숙원사업을 이루기 위해 추진해왔던 쌍용건설 인수가 난관에 봉착한 것. '헐값 매각' 우려부터 노조의 강력한 반대, 회사 경쟁력 악화 우려, 해외 수주 타격까지 '첩첩산중'이 따로 없다.



쌍용건설에 눈독을 들이던 이랜드그룹이 지난 2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현재 이랜드는 우발채무, 가격 등에 대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측과 논의 중이며, 확인실사를 거쳐 이달 말 본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박성수 이랜드그룹 회장의 오랜 숙원사업이 초읽기에 들어간 것이다.

"사업측면 부정적"

이랜드 측은 주력사업 분야인 유통과 레저, 해외사업 등에서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리조트 11개, 해외호텔 1개, 국내호텔 3개 등을 보유해 글로벌 수준의 수주능력과 시공역량을 갖춘 쌍용건설의 인지도가 합쳐져 큰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앞으로 남은 박 회장의 여정이 그리 순탄치 만은 않다. 가시밭길이다. 쌍용건설 인수 이후 시너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고 쌍용건설 노조가 이랜드 인수 추진에 강력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쌍용건설 노조는 지난 2007년에도 당시 이랜드의 인수 추진에 반대한 전력이 있다.

지난 6일 쌍용건설 노조는 공식적으로 이랜드의 회사 인수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가장 큰 이유는 쌍용건설의 유동성 확보 문제다. 쌍용건설 노조는 "쌍용건설의 유동성문제를 도외시한 공자위(공적자금관리위원회)와 한국자산관리공사는 향후 어떠한 형태로든 쌍용건설의 유동성 문제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업 정상화와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자본금을 확충하는 게 가장 시급한데 캠코와 이랜드가 이 문제를 해결할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400%에 달하는 이랜드의 부채비율도 이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랜드월드가 지분 100%를 보유한 이랜드건설은 지난해 매출 976억원에 영업손실이 66억원으로 경영상태가 좋지 않은 실정이다. 당기순손실은 124억원에서 220억원으로 증가했고 지난해 말 부채비율도 252.9%에 달한다. 반면 쌍용건설은 연간 매출액이 1조7000억원 이상이다. 이랜드가 쌍용건설을 제대로 운영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노조에서는 캠코가 2008년 당시 동국제강과 매각협상을 할 때 5%로 제한했던 가격조정 폭을 이번에는 15%까지 가능하게 한 것을 근거로 들어 '헐값 매각 시도는 특정기업에 대한 특혜'라는 주장도 나왔다.

현재 쌍용건설 주가는 2008년 동국제강의 인수 추진 당시와 비교할 경우 6분의1 수준인데 이런 상황에서 매각 절차를 서두르는 것은 정권 말 특정 업체에 헐값 매각 특혜라는 주장이다. 이번 매각에서 캠코는 가격조정조건을 실사조정(입찰가액의 5%)과 손해배상한도(10%) 등 총 15%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캠코는 지난 2008년 동국제강이 인수에 나섰다 실패했을 때부터 최고가격에 매각한다는 주장만 되풀이해왔다"며 "이랜드 확인실사단이 쌍용건설 빌딩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쌍용건설 인수 후 '윈-윈' 힘들 것이란 지적
헐값 논란에 노조 반대 겹쳐…인수 가시밭길

이랜드의 도덕성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노조는 "이랜드는 과거 노사문제로 사회적인 지탄을 받았고 전형적인 먹튀 자본"이라며 "그럼에도 정부지분 매각의 수의계약 당사자로 인정하는 것은 파렴치한 행위를 일삼는 기업에게 정당성을 부여하는 부당한 행위"라고 비난했다.

노조는 2~3주 후 양측의 주식매매계약이 체결되더라도 정밀실사를 저지하고, 19대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캠코의 이번 쌍용건설 매각과정을 적극 이슈화 할 방침이다.

업계의 시선도 곱지 않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7일 이랜드가 쌍용건설 인수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과 관련 "사업적 측면에서 다소 부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랜드가 건설업에 대한 경험과 노하우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과 건설경기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쌍용건설의 영업을 정상화할지 미지수라는 것이다.

한기평은 "단기적으로 레저사업 계열사와의 사업적 시너지 창출 또한 쉽지 않을 것"으로 진단하기도 했다.

이랜드가 협상 과정에서 쌍용건설 측에 고용 보장을 약속한 데 이어 아예 직원들 이탈을 막아달라는 확약서를 요구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랜드가 쌍용건설 인수 후 건설업에 대한 이해도를 충족시키기 위한 전략이라는 것. 일반적으로는 인수·합병 시 피인수 기업이 대상 기업에게 고용보장을 요구한다.


쌍용건설 지분 10.04%를 보유한 우리사주조합도 변수다. 올 초 회사 매각 성사를 위해 조합이 갖고 있는 우선매수청구권을 포기한다고 밝혔던 뜻을 번복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조합 관계자는 "지금으로서는 이랜드의 쌍용건설 인수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매각 과정을 지켜보겠다"고 전했다.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우리사주조합과 쌍용건설 노조는 2008년 이랜드와 동국제강 등의 회사 인수에 반대해 우선매수청구권 행사를 추진, 결국 매각이 무산된 바 있다.

우리사주조합 변수

업계 관계자는 "우리사주조합이나 노조 등 쌍용건설 안팎에서 반발이 심해질 경우 이달 말쯤 본계약을 맺고 인수 작업을 마무리하려 했던 이랜드그룹의 당초 전략이 틀어질 수도 있다"면서 "이는 이랜드와 쌍용건설 모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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