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 종로구 갤러리밈서 류정민 작가의 개인전 ‘스며드는 생각, 사이에 있는 모든 것’을 준비했다. 류정민은 일반적 성격의 기록을 배제하고 포토 콜라주 작업을 통해 오브제 간에 새로운 이야기를 불어넣는다. 이번 전시서 소개하는 돌 포토 콜라주 또한 이 연장선상에 있다.
돌 포토 콜라주는 류정민이 아인슈타인(EINSTEIN)과 하나의 돌(독일어 : EIN STEIN)의 동음이의어에 주목하면서 시작됐다. 그는 이론물리학자인 아인슈타인이 머릿속 시뮬레이션을 통해 시도했을 수많은 ‘사고실험’에 착안했다.
돌과 돌 사이
류정민은 예술가의 작업 방식과 사고 실험이 별반 다르지 않다고 여겼고, 이는 생각의 시각화 작업으로 이어졌다. 가지각색의 돌 오브제는 각기 다른 관념과 개념을 의미한다. 돌과 돌이 만들어내는 관계성과 공간감은 생각의 확장과 변형, 결과와 사멸을 상징한다.
전시장은 관람객이 돌과 돌 사이, 생각과 생각 사이를 거닐며 ‘그 사이에 있는 모든 것’을 경험할 수 있도록 꾸며졌다. 관람객은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복층 전시장의 높은 천고를 활용해 공중에 띄운 거대한 돌 오브제 ‘EIN STEIN_F01’을 마주하게 된다.
동음이의어서 착안
사고실험=작업방식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의 ‘페레네의 성’을 연상시키는 이 작품은 보는 이에게 마치 중력을 거스르는 우주공간에 있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관람객이 현실을 떠나 잠시 사유의 세계로 빠질 수 있게 유도한다.
‘EIN STEIN_F04’는 그림자와 블랙홀 혹은 하나의 우주처럼 보이는 검은 철판 위에서 긴 그림자를 그리며 서있는 작품이다. 수도자의 명상을 시각화한 듯 엄숙미를 느낄 수 있다. 기울어져 있으면서도 평온함을 유지하고 있는 이 작품은 스티로폼 안에 자석을 넣어 형태를 고정시켰다.
3전시장 벽면에 설치된 ‘생각접기’ 시리즈는 확장하는 생각을 접는 심상을 시각화했다. 색종이를 접어놓은 듯 철판 위에 올린 돌 오브제들은 불필요한 생각을 내려놓고 쉬는 모습과 닮아있다.
류정민은 “물리학자의 천재성과 독일어로 돌이라는 상반된 이미지가 흥미로웠다”고 밝혔다. 이어 “나의 생각이 다른 사람의 생각과 충돌하고 또 서로의 생각이 연결돼 또 다른 생각이 만들어진다”며 “이러한 다양성과 다면성을 갖는 생각들을 돌을 이용해 시각적으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스티로폼에 자석 넣어 만든 돌
“중압감보다는 유희 느낄 것”
그는 스티로폼을 돌 모양으로 조각한 후 자석을 삽입하고 그 위에 실제 돌을 촬영한 사진을 칼집 내 오려 붙였다. 사진과 사진을 이어 붙여 하나의 돌로 완성되는 과정은 생각과 생각이 결합해 하나의 생각이 되는 과정과 닮아있다.
서진석 백남준 아트센터 관장은 “돌이 공중에 떠다닌다든지, 벽에 붙어있다든지 하는 초현실적 상상을 현실화한 류정민의 작품은 사고실험의 즐거움을 제안하고 있다”며 “관람객들은 전시장 한가운데 놓인 거대한 돌이 스티로폼으로 만든 가짜라는 것을 아는 순간 중압감보다는 유희를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로의 관계
갤러리밈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스며드는 생각, 사이에 있는 모든 것’이라는 전시제목에 걸맞게 일상 중에 인식하지 못하고 지나갔던 사유와 사유, 서로와 서로의 관계와 존재의 의미를 되짚어보고,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편견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서 타인과 자신을 돌아볼 기회가 될 것”이라며 기대를 드러냈다. 전시는 22일까지.
<jsjang@ilyosisa.co.kr>
[류정민은?]
▲학력
슈투트가르트 국립조형예술대학교, 프라이에 그라픽, 디플롬 졸업(2009)
함부르크 국립조형예술대학교, 비쥬엘레 콤무니카치온, 중퇴(2005)
계원조형예술대학교, 사진 예술(2001)
▲개인전
‘EIN STEIN_생각의 생각’ 갤러리 압생트(2018)
‘계획된 공간, 우연한 그림자’ 갤러리 인덱스(2017)
‘The Path of Error’ 트렁크 갤러리(2012)
‘The Path of Error’ 대안공간 반디(2009)
▲수상 및 경력
경기창작센터 창작 레지던시(2019)
소마 드로잉센터 아카이브 등록 작가(2018)
서울문화재단, 문예진흥기금 창작 지원금 개인전(2012)
GVS-Foerderpreis Junge Kuenstler 2008 올해의 젊은 작가 대상(2008)
GAS, 슈투트가르트(2008)
Akademiepreis 2008, 슈투트가르트 국립조형예술대학교 최우수학생(20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