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일감 몰빵' 기업 내부거래 실태(62)오리온그룹-아이팩

2012.07.26 11:34:46 호수 0호

드디어 실체 드러낸 '담철곤 꿀단지'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기업의 자회사 퍼주기. 오너일가가 소유한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반칙'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시민단체들이 귀에 딱지가 앉도록 지적해 왔지만 변칙적인 '오너 곳간 채우기'는 멈추지 않고 있다. 보다 못한 정부가 드디어 칼을 빼 들었다. 내부거래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 관행을 손 볼 태세다. 어디 어디가 문제일까. <일요시사>는 연속 기획으로 정부의 타깃이 될 만한 '얌체사'들을 짚어봤다.



재계 순위 60위권인 오리온그룹은 10여 개의 계열사를 두고 있다. 이중 오너일가 지분이 있으면서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회사는 '아이팩'이다. 이 회사는 계열사들이 일감을 몰아줘 적지 않은 실적이 '안방'에서 나왔다.

지원내역 처음 공개

1981년 설립된 아이팩은 제과, 음료 등 식품류 포장지와 골판지상자 제조업체로 부동산임대업도 하고 있다. 본점은 경기 안산시 원시동 반월공업단지에, 전북 익산시 신흥동에 공장을 두고 있다. 처음 신영화성공업이란 회사였다가 1991년 신농으로, 1999년 다시 현 상호로 변경했다.

문제는 아이팩의 자생력이다. 오리온그룹 차원에서 '힘'을 실어주지 않으면 사실상 지속이 불가능한 상황.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분석 결과 매출의 70% 이상을 계열사에서 채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매년 수백억원대 고정 매출을 올리고 있다.

아이팩은 지난해 매출 602억원 가운데 478억원(79%)을 계열사와의 거래로 올렸다. 아이팩에 일거리를 준 '식구'들은 오리온(257억원), 오리온스낵인터내셔널(221억원) 등이다. 이들 회사는 아이팩으로부터 과자 봉지와 박스 등을 납품받았다. 오리온(236억원), 오리온스낵인터내셔널(192억원) 등 계열사들은 2010년에도 아이팩의 총매출 587억원 중 428억원(73%)에 달하는 '일감'을 퍼줬다.


그전 내부거래 내역은 아이팩이 공개하지 않아 확인할 수 없다. 다만 오리온 계열사들과 지속적으로 거래해온 점에서 2010년·지난해 수준과 비슷한 것으로 추정된다. 아이팩은 ▲2000년 415억원 ▲2001년 399억원 ▲2002년 334억원 ▲2003년 357억원 ▲2004년 377억원 ▲2005년 390억원 ▲2006년 365억원 ▲2007년 357억원 ▲2008년 501억원 ▲2009년 513억원 등 2000년 들어 매년 300∼500억원의 매출을 올려왔다.

오리온 등이 막후에서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팩은 계열사들을 등에 업고 거둔 안정된 매출을 기반으로 꾸준히 몸집을 불려왔다. 우선 최근 몇년간 적자 없이 해마다 20∼50억원의 영업이익과 10∼30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총자산은 2001년 543억원에서 지난해 884억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266억원이던 총자본은 650억원으로 2배 이상 불었다.

담 회장 최대주주…매출 80% 계열사서 채워
과자봉지·박스 납품 300∼500억 고정 거래

아이팩의 내부거래가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오너일가와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아이팩은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이 지분 53.33%(18만4000주)를 소유한 최대주주다. 담 회장은 아이팩 이사도 맡고 있다. 나머지 46.67%(16만1000주)는 외국계 회사인 프라임 링크 인터내셔널(Prime Link International)이 갖고 있다.

사실 아이팩은 베일에 싸인 회사였다. 업계엔 오리온에 기생하는 '과자 봉지'회사로만 알려졌다가 그 실체가 드러난 것은 지난해 검찰이 담 회장 비리를 수사하면서다. 담 회장은 300억원대 회사 자금을 빼돌린 혐의로 지난해 6월 구속, 지난해 10월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데 이어 지난 1월 2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검찰의 항소에 따라 현재 3심이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아이팩은 '비자금 창구'로 지목됐다. 검찰에 따르면 담 회장은 아이팩 차명 소유주와 임원에게 급여와 퇴직금을 지급하는 것처럼 꾸며 수십억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담 회장은 또 아이팩의 회삿돈으로 '포르쉐 카레라' '람보르기니 가야르도' '벤츠 CL500'등 고급 외제차를 리스해 자녀 통학 등 개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와 아이팩의 중국 자회사 자금 횡령 및 헐값 매각, 아이팩 소유 대지 유용 등의 수법으로 회삿돈을 횡령하거나 회사에 손해를 입힌 혐의도 있다. 전 아이팩 대표인 김모씨는 비자금 조성에 관여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특히 아이팩은 오리온그룹의 위장 계열사로 드러났다. 검찰은 "오리온그룹은 아이팩을 1988년 인수해 위장 계열사의 형태로 운영해왔다"며 "비상장 회사를 통해 비자금 조성을 쉽게 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동양창업투자와 김모씨, 박모씨 등이 지분을 보유하는 것으로 등재됐으나 실제론 담 회장 소유의 차명지분이란 것이 검찰의 판단. 2009년과 2010년 아이팩의 주요주주는 프라임 링크 인터내셔널(35.78%·16만1000주), 김씨(20.96%·9만4300주), 동양창업투자(16.67%·7만5000주), 박씨(11.49%·5만1700주) 등이었다. 담 회장이 갑자기 최대주주로 등재된 것은 검찰 수사가 끝난 지난해 말이다.

위장 계열사 들통

담 회장이 아이팩에서 횡령·배임한 금액은 160억원. 담 회장은 구속 직전 개인 재산으로 이 돈을 모두 변제했다.

담 회장 측은 "범죄 성립 여부와 관계없이 변제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법조계에선 담 회장이 무거운 형을 피하려는 의도로 횡령액을 갚은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나왔다.

더구나 아이팩은 지난해 200억원의 현금 배당을 실시했는데, 이중 106억원을 담 회장이 챙겼다. 배당성향이 무려 2121%의 초고배당이라 변제금을 배당으로 되돌려 받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아이팩은 2000∼2005년 매년 11억원씩 배당한데 이어 2006년과 2007년 각각 8억원, 3억원을 배당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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