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 언양 공장 백색연기의 정체<추적>

2009.01.06 09:30:50 호수 0호

“쉿! 누가 보면 어쩌려고…”

KCC(주) 언양공장에서 대량의 백연이 배출되는 광경이 주민들에게 목격되면서 유해성 논란이 일고 있다. 업체 관계자는 암면을 건조시키는 과정에서 발생된 스팀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주민들은 철저한 성분검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다. 현재 우리사회에서 발붙일 곳이 없어지도록 외면을 받고 있는 석면이 한때는 신이 내린 선물이고, 불멸의 섬유라고 문명사회에서 각광 받았던 적 있다. 하지만 지금은 인체 유해물질로 치부되고 있는 추세다. 유해성 논란의 진실을 추적해 봤다.

KCC…“암면 건조과정에서 발생한 스팀일 뿐”
주민들…“철저한 성분검사가 이뤄져야 한다”
실험결과는 ‘염색체 손상·세포분열 장애 초래 가능성 많다’
‘건강과 밀접하니 석면과 같은 통제 이뤄져야’ 목소리 높아


국내외적으로 암면을 생산하는 곳은 (주)벽산과 함께 KCC(주)가 유일하다. 현재 암면에 대한 연구는 석면에 비해 상대적으로 연구실적도 저조한 형편이며 각 학회에서 내놓는 의견도 상반되는 경우가 많다.



백색연기 유해성 놓고
주민과 갈등

KCC(주) 언양공장은 석면이 금지된 이후  30여 년간 암면을 생산해 오고 있다. 하지만 마을 주민들은 주로 새벽녘 시간대에 대량으로 백연을 내 뿜고 있는 KCC 언양공장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주민들은 암면에 대해 유해성 논란이 끊이질 않는 가운데 KCC 언양공장이 암면을 건조시키는 과정에서 발생한 백연이라고 해도 방제시설을 갖추지 않았고 유해성 여부를 가리기 위한 성분검사가 없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KCC 언양 공장에서 배출되는 백연은 백연을 150℃로 열풍 건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게 공장 관계자의 설명. 그렇지만 건조과정상 LNG 연료를 사용하고 있는 탓에 지금까지 단 한 차례의 성분검사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공장 한 관계자는 “학계에서도 인체에 유해하다는 입증자료가 나온 적이 없을 뿐더러, 제조과정에서도 사람에게 유해한 성분을 배출하는 공정이 없기 때문에 저감시설 및 방제시설 의무가 없다”고 답변했다.

공장관계자는 국제 암 연구기관(IARC)에 발표했던 발암물질에 관한 IARC의 구분원칙을 근거로 하고 있다. 발암성과 관련하여 IARC는 발암성과 관련해 석면은 발암물질로 분류했고 암면은 발암물질로서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정의했다.
발암성 구분은 GROUP Ⅰ: 충분한 증거 (Suff icient Evidence), GROUP ⅡA : 불충분한 증거 (Limited Evidence), GROUP ⅡB : 부적절한 증거 (Inadequate Evidence)로 나눠진다. 반면 석면협회는 최근 연구사례를 들어 암면과 유리섬유 등 많은 석면 대체섬유가 위험하거나 백석면보다 더 위험성이 높다고 말하고 있다.

지난 1993년 IPCS(Interna tional Program on Chemical Safety)는 어떤 호흡성, 내구성 섬유에 노출돼도 석면보다 낮은 수준의 통제가 있어도 충분하다는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석면과 같은 수준의 통제가 있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독일의 경우 암면과 유리섬유를 발암가능성이 있는 물질로 분류하고 1994년 EU(유럽연합)는 섬유물질을 발암성에 기초해 새로운 분류를 모두 마쳤다고 발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1996년 한국과학재단 핵심전문연구비의 지원으로 이뤄진 인하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홍윤철, 이관희)의 암면 및 석면에 의한 세포독성 및 변이원성의 실험실적 평가도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 해주고 있다.

소핵형성검사결과 암면투여군에서 대조군보다 소핵형성이 많이 생기고양-반응관계를 보여 암면이 염색체 손상을 일으킬 수 있는 것을 알 수 있었으나 석면에 비해서는 그 영향이 적게 나타났다.
다핵 거대 세포 형성으로 세포분열 장애를 평가했으며 암면을 투여한 결과 다핵 거대 세포의 빈도가 양-반응관계를 보이며 높아져 암면도 세포분열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는 실험결과를 발표했다.

‘국제기관서 유해성 없다’
이유로 입증 못 하겠다고?

한때 석면도 유해성이 없는 건축자재로 호평 받을 때가 있었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최상준씨는 “한때는 신이 내린 선물이며 불멸의 섬유라고 호들갑을 떨며 각종 문명사회의 구성품에 각광을 받으며 사용되어 왔던 석면이 이제는 더 이상 지구상에 발붙여서는 안 되는 물질로 취급되는 것을 보며 안전보건 관점에서 매우 중요한 두 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하나는 효용가치가 높고 뛰어난 경제성을 가진 물질이라 하더라도 사용 전에 충분한 유해성 검토가 있어야 하며 진정한 경제성은 당장 비용이 많이 들지만 장기적으로 유해성이 없고 안전해야 한다는 점이다.
또 다른 하나는 지금은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물질도 향후에는 매우 위험한 물질이 될 수 있으므로 항상 취급을 주의해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 석면 대체품으로 사용되고 있는 유리섬유나 암면, 세라믹 섬유 등 인조섬유가 석면에 비해 유해성 정보가 낮을 뿐이지 절대적으로 안전해 안심하고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

비록 현재는 석면이 상대적으로 유해성이 크다고 알려져 있어 이를 대체하여 사용되지만 석면에 준해 안전하게 취급될 수 있도록 관리해야 한다는 얘기다. 때문에 인근주민들과 환경운동 단체들은 유해성 물질 함유량이 기준치 이하라도 사람의 건강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만큼 철저한 성분검사와 그에 따른 조치가 따라야 한다는 목소리다.

폐암·위암 사망 발생
암면 부스러기·악취 의심


마을 주민들은 또 종종 풍기는 악취에 대해서도 의혹을 제기하고 있으나 공장 측은 악취가 발생하는 공정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지난해 5월, 충북 영동군 용산면 매금리 마을 주민들은 암면 부스러기나 분진, 악취 때문일 수도 있다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10여 년 전부터 이웃들 4명이 폐암 또는 위암 등으로 사망한 일이 발생했는데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
실제 주민들 중 일부는 재채기와 감기 등 호흡기 질환을 호소하고 있으며 한번 걸리면 제때 치유되지 않은 채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다고 고통을 전하고 있다 .

반면 업체는 이에 대해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암연구협회에 암면과 같은 인조광물섬유는 노출과 호흡기질환, 암과의 어떠한 연관성도 없는데다 인체에 발암성 인자를 지니지 않는다고 보고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석면의 유해성이 알려지면서 일부 대체물질에서는 석면 이상으로 유해한 성분이 나와 보다 과학적인 규명이 필요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 KCC와 주민들 간 대립각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을 전망이다.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