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시리즈> 김성수 기자가 파헤친 재벌가 신(新)혼맥 [제1탄] 대통령 사돈기업 현주소

2009.01.06 09:26:22 호수 0호

[일요시사=경제1팀] 재벌가 혼맥은 거미줄처럼 얽히고 설켜 있다. ‘한 두 다리만 건너면 사돈’이란 말이 통용될 정도로 ‘그들만의 성’은 갈수록 견고해지고 있다. 물론 재벌가문은 정·관계 및 학계 쪽으로도 거대하고 강력한 연줄망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사세 확장을 위해 권력층과의 정략결혼도 서슴지 않는다. 전략적 통혼을 통해 최고의 부와 명예, 권력을 한 손에 쥘 요량에서다. 5년 전인 2004년 시사지 최초로 재벌가 혼맥을 집중 해부해 독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던 <일요시사>가 2009년 새해를 맞아 새 식구를 포함한 재벌가 新혼맥을 유형·테마별로 새롭게 재구성해 봤다.





재벌가문과 고위 권력층의 얽히고설킨 혼맥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사세 확장을 꾀하는 기업인으로선 더 바랄 나위 없는 통혼이 아닐 수 없다. 최고 통치권자와 사돈을 맺은 재벌가는 더욱 그렇다.



이혼…또 파경

정경 혼테크 ‘가문의 영∼ 꽝’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 정경유착 고리로 비쳐져 오히려 화를 부른 경우가 많다. 주위의 따가운 시선은 경영의 운신이 제한되는 부담으로 이어지고, 대통령직 퇴임 후 절체절명의 위기가 따를 수 있다. 반대로 뜻하지 않은 친·인척 비리로 민폐가 될 수도 있다.

대통령과 사돈을 맺은 첫 재벌가문은 풍산그룹(당시 풍산금속)이다. 풍산그룹 일가는 박정희 전 대통령 가문과 1982년 인연을 맺었다. 고 류찬우 풍산그룹 창업자의 장남 류청씨와 박 전 대통령의 둘째딸 근령 씨가 혼례를 올린 것.

하지만 결과는 득보다 실이 많았다. 이들은 결혼생활이 순탄치 못해 결국 6개월 만에 파경을 맞았다. 류청 씨는 현재 미국을 오가며 개인 사업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근령 씨는 지난해 10월 14세 연하인 신동욱 백석문화대 교수와 재혼해 화제를 모았다.


박 전 대통령은 벽산그룹 일가와도 사돈지간이다. 박 전 대통령의 셋째 형인 박상희 씨의 딸 설자 씨와 고 김인득 벽산그룹 창업주의 차남 희용 씨가 1972년 결혼했다. 설자 씨는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의 처제이기도 하다. 벽산그룹은 1970∼90년대 초반까지 승승장구하다 1990년대 말 IMF 당시 간신히 부도 위기를 모면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과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전 총리)도 사돈관계를 원만히 유지하지 못했다. 전 전 대통령의 차남 재용 씨와 박 명예회장의 4녀 경아 씨는 1988년 결혼했으나 성격 차이에 따른 불화로 2년5개월 만에 이혼했다. 당시 강원도 백담사에서 은둔생활을 하던 전 전 대통령은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엔 이혼만은 안 된다”며 극구 반대했다고 한다.

최고 통치권자 집안 혼사 재벌가문 ‘툭하면 의혹’
재·퇴임시 각종 스캔들 곤욕…경영 운신폭도 제한 

양 가문은 이로 인해 급속도로 냉랭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재용 씨는 경아 씨와 이혼 후 1992년 두 번째 아내인 최모 씨와 결혼생활을 하다 2007년 2월 또다시 갈라섰다. 그는 같은 해 7월 탤런트 박상아 씨와 세 번째 결혼을 올려 이목을 끌었다. 박 명예회장은 막내딸에 이어 1984년 고승덕 한나라당 의원과 혼인한 차녀마저 2002년 이혼한 아픔을 겪었다.

전 전 대통령은 한국·동아제분 일가와 인연을 맺기도 했다. 전 전 대통령의 3남 재만 씨와 이희상 한국·동아제분 회장의 장녀 윤혜 씨가 1995년 혼례를 치른 것.

그러나 두 가문은 ‘모종의 거래설’로 여러 번 구설수에 올랐다. 실제 이 회장은 전 전 대통령 비자금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던 1996년 전 전 대통령의 채권 160억원을 차명으로 소유한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SK그룹과 신동방그룹은 대통령 집안과 사돈관계를 형성했다가 곤욕을 치른 대표적 케이스로 꼽힌다. 이들 기업은 노태우 전 대통령과 재임 때 사돈이 됐으나 몇 년도 지나지 않아 어려움에 빠졌다. 

고 최종현 전 SK그룹 회장의 장남 태원 씨(현 SK그룹 회장)는 노 전 대통령의 장녀 소영 씨와 1988년 백년가약을 맺었다. SK그룹은 이 혼사로 1992년 이동통신 사업권 획득 등 사업 확장 때마다 온갖 루머에 시달렸고, 정경유착에 따른 특혜 의혹이 제기됐다.

신동방그룹(당시 동방유량)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신명수 전 신동방그룹 회장은 1990년 외동딸인 정화 씨를 노 전 대통령의 외아들 재헌 씨와 결혼시켰다. 

신동방그룹은 노 전 대통령의 집권 때 숙원이던 증권업에 진출했지만 특혜 의혹을 받았다. 게다가 1996년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파문 당시 검찰의 타깃이 된 신 전 회장은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빌딩을 매입하고 주가조작으로 수백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신동방그룹은 이런 시련을 겪은 뒤 IMF 전후 자금난을 견디지 못해 워크아웃을 신청, 2004년 CJ그룹에 매각됐다. 


공교롭게도 이명박 대통령의 사돈기업도 최근 각종 시비에 휘말려 있다. 바로 한국타이어다. 이 대통령의 3녀 수연 씨와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의 차남 조현범 부사장은 2001년 웨딩마치를 올렸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사위인 조 부사장은 주가조작 혐의로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라있다. 검찰은 지난해 말 코스닥업체인 엔디코프의 미공개 정보로 시세차익을 거둔 의혹과 관련 조 부사장을 피내사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조 부사장은 또 2007년 8월 다른 재벌 2·3세들과 함께 코디너스의 유상 증자에 참여해 주가조작에 가담한 의혹도 받고 있다.

‘혹시 정경유착?’

이 대통령의 사돈기업인 효성그룹도 검풍에 휩싸여 있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이 조양래 회장의 형이다.

검찰은 효성그룹 계열사인 효성건설이 대형 공사를 진행하면서 인건비와 자재비 등을 부풀려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을 포착, 실무자를 소환 조사하는 등 본격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효성그룹은 지난해 2월 국민권익위원회가 검찰에 수사 의뢰한 ‘일본 현지법인을 통해 제품 단가를 부풀려 수입하는 수법으로 200∼300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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