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전선 황태자 자질론 시비

2008.12.16 11:01:26 호수 0호

잘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만 얹나

기업의 미래는 후계자에 달렸다. 때문에 ‘황태자’는 경영능력 함양을 소홀히 할 수 없다. ‘옥새’를 물려받을 때까지 후계수업의 연속이다. 넋 놓고 있다간 ‘대권 승계’는커녕 황태자 자리마저 위태롭다. 기업가 정신과 경영능력까지 대물림되지 않는 이유에서다. 같은 맥락에서 대한전선 ‘황태자’의 초고속 승진을 놓고 말들이 많다. 고 설원량 대한전선 회장의 장남 윤석 씨가 전광석화 같은 속도로 임원진에 이름을 올렸지만 아직 검증되지 않은 능력 등으로 회사 안팎의 시선이 곱지 않다. 일각에선 자질론 시비까지 나오는 실정. 아직 20대란 나이를 감안하면 그럴 수 있다는 동정론이 일지만 직책을 따져보면 쉽게 넘길 문제만은 아니다.

윤석 씨는 지난 9월 전력사업부 해외영업부문 상무보로 승진했다. 업계는 이를 계기로 대한전선의 경영권 승계 작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한전선 회장 직책은 고 설원량 대한전선 회장이 별세한 이후 지금까지 공석이다.



윤석 씨의 경영권 승계는 새삼 놀라울 일이 아니다. 그는 일찌감치 대한전선 ‘황태자’로 주목받았다.
2004년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윤석 씨는 이듬해 3월 대한전선 스테인리스 사업부 마케팅팀 과장으로 입사해 2006년 경영전략실 차장과 지난해 부장을 거쳤다. 윤석 씨는 당초 대학졸업 후 미국 유학을 떠나 학업을 계속할 계획이었지만 선친인 설 회장이 2004년 3월 세상을 떠나자 유학일정을 접고 대한전선에 입사해 경영 수업을 받기로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특히 윤석 씨는 사실상 대한전선의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회사 주식 797만여 주(16.3%)를 보유하고 있다. 그의 동생인 윤성 씨는 284만여 주(5.8%)를, 어머니인 양귀애 명예회장은 115만여 주(2.3%)를 갖고 있다.
이들은 설 회장이 타계할 당시 지분 30%를 물려받았다. 국내 상속세 사상 최대인 1355억원을 상속세로 납부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윤석 씨는 대한전선의 지주회사인 삼양금속 지분도 53.77%나 갖고 있다.
정작 대한전선 후계구도가 관심을 끄는 이유는 후계자로 지목되고 있는 윤석 씨가 워낙 젊기 때문이다. 올해 그의 나이는 27세다. 회사 안팎에선 벌써부터 “20대 회장이 탄생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회자되고 있다.
회사 측은 “아직 배우는 과정”이라고 일축하지만, 경영승계가 시간문제란 관측이 우세하다. 재계 최연소 총수 등극자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으로 1981년 29세에 그룹 회장에 올랐다.

양귀애 명예회장 장남 설윤석씨 초고속 승진 ‘도마’ 
4년만에 임원…“원만하다”“경험부족” 평가 엇갈려

재계 관계자는 “대한전선은 ‘20대 회장님’이 탄생하느냐 마느냐의 기로에 있다”며 “언제라도 타계한 부군 대신 지휘봉을 잡은 양귀애 명예회장의 ‘OK 사인’만 떨어지면 경영권 승계가 이뤄질 수 있는 조건은 갖춘 상태”라고 말했다.
윤석 씨의 초고속 승진과 지배구조를 놓고 회사 내부의 평가는 엇갈린다.
대한전선 관계자는 “윤석 씨는 나이가 어려 회사 입사 당시 우려가 많았지만 특유의 친화력으로 직원들과의 관계가 원만하고 업무 적응도 빠르다”며 “기업 총수의 자제라는 티를 전혀 내색하지 않으면서 상사, 부하들과 격의없이 지내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일부 임직원들의 불만도 적지 않다. 회사에 무혈입성한 윤석 씨가 입사 4년 만에 단 3단계만 거쳐 임원진에 이름을 올린 이유에서다. 통상 일반 사원의 경우 입사에서 임원까지 족히 20년은 걸리기 마련이다.
무엇보다 윤석 씨는 이렇다 할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경험부족에 따른 리더십 부재 등 자질론 시비가 불거지는 대목이다. 그가 기획이나 재무 등 핵심부서가 아닌 일선 사업부에서 뚜렷한 직책을 맡고 있지 않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윤석 씨가 ‘잘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만 들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아냥까지 나온다.
회사 한 임원은 “윤석 씨는 입사 전부터 후계자로 낙점된 만큼 초고속 승진은 당연한 수순이겠지만 경영능력도 충분히 검증 받지 않은 상황에서 무작정 승진은 오히려 향후 그룹의 경영에 차질을 줄 수 있다”며 “지금 윤석 씨에게 필요한 것은 간판보다 실력으로 재벌가 후손이 아닌 경영인으로서 인정받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런 난제들은 윤석 씨에게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의 곁엔 든든한 버팀목이 있다. 바로 대한전선 전문경영인(CEO)인 임종욱 부회장이다.

임 사장은 설 회장으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받았던 인물. 양 명예회장과 함께 쌍두마차를 이루고 있는 임 부회장은 그룹의 핵심 역할을 수행하면서 윤석 씨의 ‘스승’역할도 자청하고 있다는 게 회사 관계자의 전언이다. 양 명예회장은 임 부회장을 뒷받침하면서 일주일에 2∼3차례 출근, 주요 경영상황만 보고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월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한 임 부회장은 고려대 경영학과를 나와 대한전선에 입사해 경리과장, 비서실장, 부사장 등을 거쳐 2003년부터 대표이사 사장을 맡아왔다. 그가 부임한 이후 대한전선은 ‘50년 무적자 대기록’을 이어가며 조용하지만 실속 있는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대한전선 측은 윤석 씨의 초고속 승진과 관련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아직 윤석씨는 단독으로 의사결정을 내리고 사업을 진두지휘할 위치가 아니다”라며 “윤석 씨가 최대주주이긴 하나 적어도 10년 정도는 정중동 자세로 경영수업을 받으면서 경영능력을 검증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벌그룹 ‘문제성 거래’실태
대놓고 회장님 밀어주기
재벌그룹의 ‘문제성 거래’가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경제개혁연대는 지난 10일 ‘재벌 총수일가의 주식거래에 관한 3차 보고서’를 통해 55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소속 계열사 418개사를 조사한 결과 총 111건의 문제성 거래가 발견됐으며, 이중 지난 1년 동안 20건이 추가로 발견됐다고 밝혔다. 삼성그룹이 10건으로 문제성 거래가 가장 많았으며, 이어 현대차그룹 7건, CJ그룹·효성그룹, 태광산업이 각각 6건으로 문제성 거래가 많았다.
이번에 새로 적발된 문제성 거래는 회사기회 유용 의심 사례(9건), 지원성 거래 의심 사례(7건), 부당 주식거래 의심 사례(4건) 등이다. 기업별로 보면 유진그룹 5건, 웅진그룹 3건, 현대차그룹·농심·대한해운 2건, 한화그룹·현대산업개발·대교·한국타이어·하이트맥주·오리온 1건 등으로 집계됐다.
경제개혁연대 측은 “사적 이익을 위해 계열사와 그 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하는 재벌 지배주주 일가의 주식거래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며 “회사 기회 유용금지, 이중대표소송 등 지배주주 일가의 사적 유용행위를 규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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