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최대 재개발] J지구 ‘수상한 테러’ 전말

2008.12.16 10:59:20 호수 0호

살인미수 괴한 폭로 ‘대형비리 터진다’

전국 최대 규모의 J지구 재개발·재건축을 둘러싸고 조합원간 암투가 한창이던 지난 6월 조합 수뇌부가 괴한이 휘두른 칼에 부상을 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는 조합 간부인 A씨로 피의자 역시 조합원인 B씨다. 경찰이 즉각 수사에 나섰지만 B씨는 이미 잠적해 버린 뒤였다.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A씨는 서둘러 사건을 덮으려 허둥지둥대는 낌새다. 과연 A씨와 B씨 사이에선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전국이 재개발·재건축을 둘러싼 잡음으로 시끄럽다. 재산권과 이권을 놓고 각종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 조합 내부의 비리는 기본. 툭하면 가처분이고, 걸핏하면 소송이다. 개발사업에 앞장선 조합원 치고 법원에 한 번쯤 안 가본 사람이 없을 정도다.
전국 최대 규모의 재개발·재건축인 J지구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이 지역에서 진행 중인 소송만 무려 20여건이 넘는다.
이런 와중에 수상한 괴한 테러 사건이 터져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항간에선 미궁 속에 빠진 이 사건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 ‘역대 재개발 비리는 저리가라’할 만큼의 충격파를 머금은 ‘검은 고리’실체가 딸려 나올 것이란 관측이 공공연히 떠돌고 있다.

경찰과 조합원들에 따르면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사건은 6개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6월 J지구 조합사무실에 한 괴한이 침입했다. 조합원 B씨였다.
B씨는 곧장 A씨가 앉아있던 책상으로 달려가 다짜고짜 칼을 휘둘렀다. 저항할 틈도 없이 무방비 상태로 당한 A씨는 B씨가 들고 있던 칼에 어깨 등을 찔렸고 곧바로 인근 J병원으로 이송됐다. B씨는 조합사무실을 나와 그 자리에서 잠적했다.
그러나 무슨 이유에선지 A씨는 피해 사실을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 단순 폭력이 아닌 엄연히 살인 미수에 해당할 만한 큰 사건이었지만 A씨는 일체 함구했다.
더욱이 A씨는 이 사건을 은폐·무마하기 위해 자신이 입원했던 J병원과 입을 맞추고 진료 기록 등을 축소한 의혹도 받고 있다. B씨가 휘두른 칼에 어깨에서 폐까지 찔려 자칫 생명을 잃을 수도 있었으나 작은 상처만 입은 것으로 위장한 것.
J병원 관계자는 “환자의 진료 내용과 기록은 절대로 변경할 수 없고 아무나 손댈 수도 없다”며 “A씨의 진단을 인위적으로 축소 변경한 것이 아니라 ‘이상 없다. 괜찮다’는 A씨의 말에 따라 외상 소견의 수위를 약간 낮췄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렇다면 피의자인 B씨의 범행 동기와 피해자인 A씨가 사건을 은폐하려 한 이유가 뭘까.
A씨와 B씨는 조합 내에서 둘도 없는 파트너였다. 이들은 조합 구성 초기부터 돈독한 관계로 지내왔다. 평소 호형호제하며 항상 같이 다닐 정도로 친분이 두터웠다는 게 주변 조합원들의 전언이다.
하지만 J지구의 분양이 임박하면서 이들의 사이가 틀어지기 시작했다. A씨는 당초 B씨에게 그동안 자신을 도와준 대가로 분양권 할당을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않았고, 결국 A씨의 배신에 앙심을 품은 B씨가 A씨를 찾아가 칼을 휘두른 것이다. A씨는 분양권을 빌미로 B씨로부터 수억원을 받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분양권 약속깼다” 조합 수뇌부 자금책 앙심 칼부림
‘쉬쉬’ 피해자 사건 은폐… 비리사슬 발각 우려 의혹

한 조합원은 “조합원간 감정 대립과 법적 공방 등 진흙탕 싸움을 벌이는 과정에서도 이들의 사이는 조합원들이 시기할 만큼 변함이 없었다”며 “A씨가 B씨에게 분양권을 주기로 하고 돈을 받아 챙겼지만 분양권을 주지 않자 B씨가 A씨를 칼로 찌른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특히 B씨는 A씨의 자금책으로 활동한 것으로 전해진다. 조합을 꾸리는 과정에서 A씨의 비리 정황을 B씨가 모두 알고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A씨는 B씨가 경찰에 잡힐 경우 ‘검은 고리’의 실체가 드러날 것을 우려해 신고는 물론 병원 기록까지 은폐를 시도한 것으로 파악된다.
또 다른 조합원은 “B씨는 A씨의 하수인 격으로 조합 업무를 처리하면서 전 과정을 속속들이 잘 알고 있다”며 “A씨는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뭐가 무서운지 이 사건을 서둘러 묻으려 한다”고 의심했다.
뒤늦게 수사에 나선 경찰도 이런 의혹과 정황을 확인했다. B씨의 범행과 A씨의 사건 은폐는 엉뚱한 곳에서 드러났다.
A씨의 미신고로 영원히 미궁 속으로 빠질 뻔한 ‘수상한 테러’는 관할경찰서가 아닌 서울지방경찰청 형사과 조폭수사 전담반의 감시망에 들어왔다. 전국 조폭 동향을 예의주시하던 경찰은 전라남도 광주 지역에 근거지를 둔 폭력조직 ‘OOO파’의 이상 기류를 감지, 첩보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이 사건을 포착했다.

전국을 무대로 악명을 떨치고 있는 폭력조직인 ‘OOO파’가 J지구 재개발 사업에 깊숙이 개입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경찰은 이번 사건의 배후로 ‘OOO파’두목 등 조직폭력배 일당을 의심하고 있다.
담당 수사관은 “전국의 조폭 동향을 감시하다 ‘OOO파’가 이번 사건과 연관이 있다고 판단해 수사한 결과 B씨의 범행과 A씨의 사건 은폐 사실을 알게 됐다”며 “자신의 부정한 돈 문제가 들통 날 것을 우려해 병원과 짜는 등 B씨의 살인 미수 혐의를 A씨가 덮으려고 한 이유에 중점을 두고 조사를 진행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러나 ‘OOO파’가 어떤 식으로 개발사업과 이번 사건에 개입했으며, A씨의 비리 내용은 아직 수사가 마무리되지 않아 밝힐 수 없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최근 수개월간의 끈질긴 추적 끝에 도피 행각을 벌인 B씨를 경기도 용인 내연녀의 집에서 검거해 구속했다. 이 사건은 현재 검찰로 송치된 상태다. B씨는 경찰 수사에서 범행 사실을 털어놓고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나머지 A씨 비리와 조폭 개입 부분에 대해선 B씨의 진술을 토대로 추가 수사에 나설 예정이다. B씨의 폭로와 검찰 수사 결과에 A씨뿐만 아니라 J지구 전 조합원들이 숨죽이고 있다.


살인미수 관련 A씨 입장
"칼에 찔린 적도, 입원하지도 않았다”

A씨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피해 자체를 부인했다. 그는 “말도 안 되는 내용”이라며 “칼에 찔린 사실도 없고 입원한 사실도 없다”고 펄쩍 뛰었다. 다음은 A씨와의 일문일답.


- B씨와의 관계는.
“잘 알고 지내는 사이다.”

- B씨가 휘두른 칼에 찔렸다던데.
“전혀 모르는 일이다. 칼에 찔린 적이 없다.”

- 입원한 적도 없나.
“그렇다. 사지가 멀쩡한데 뭐 하러 입원하겠나.”

- J병원에 간 적도 없나.
“전혀 없다.”

- 의료기록 축소 의혹이 나오는데.
 “병원에 간 적이 없는데 무슨 축소냐.”

- B씨가 검거됐는데.
“얼마 전 경찰 수사를 받은 것으로만 알고 있다.”

- 경찰이 비리와 조폭 개입 여부를 캐고 있던데.
“무슨 소리냐. 전혀 아니다. 지금까지 경찰 조사를 받은 바 없고 경찰로부터 전화 한 통 받은 적 없다.”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