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그룹 ‘황제 귀환’왜?

2008.12.16 09:39:18 호수 0호

GS그룹의 오너 경영이 부활했다. 그동안 유지했던 전문경영인(CEO) 체제를 과감히 접고 GS일가의 ‘허씨’들이 경영 전면에 부상하고 있다. 주력계열사의 대표이사가 대부분 허창수 회장의 가족으로 교체된 것. 다른 그룹들이 투명경영 차원에서 CEO 체제를 고수하거나 서둘러 도입하는 추세와 정반대의 양상이다. 일각에선 과거 말 많고 탈 많던 ‘황제 경영’으로 회귀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GS그룹이 ‘왕족 경영’을 선택한 이유가 뭘까.



“강력한 중앙집권적 경영보다는 전문경영인(CEO)에 의한 책임경영체제로 운영할 것입니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이 2005년 LG그룹에서 계열분리를 끝낸 뒤 가진 첫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그룹 운영 방침이다. 허 회장은 기업투명성에 대한 시장 요구를 적극 반영해 각 계열사에 CEO 체제를 구축했다.

그러나 최근 GS그룹이 CEO 체제를 접고 오너경영 체제로 전환되고 있다. GS일가의 ‘허씨’들이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는 것. 다른 그룹들이 투명경영 차원에서 CEO 체제를 고수하거나 서둘러 도입하는 추세와 정반대의 양상이다. GS그룹과 형제기업인 LG그룹도 2003년 국내 대기업 중 처음으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이후 CEO 책임경영을 이어오고 있다.

허 회장 ‘식구 챙기기’

GS건설은 지난 10일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하면서 허명수 국내사업총괄 사장(COO)을 신임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했다. 지난 6년 동안 대표이사직을 맡아온 김갑렬 사장은 부회장으로 승진 발령했다. 사실상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셈이다.

허 사장은 허 회장의 셋째 동생으로 GS건설 주식 3.62%를 보유하고 있다. 경복고와 고려대 전기공학과를 나와 LG전자 LGEIS법인장, GS건설 사업지원총괄본부장(CFO)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GS리테일도 지난 9일, 허승조 대표이사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 발령했다. GS리테일은 오너겸 CEO인 허 부회장이 이끄는 부회장 경영 체제로 탈바꿈했다.


허 부회장은 고 허만정 GS그룹 창업주의 8남으로,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삼촌이다. 서울고와 한양대를 졸업한 그는 1978년 럭키금성상사 해외건설부로 입사해 기획담당 임원, 의류영업본부장, LG상사 부사장, GS스퀘어 대표이사를 거쳐 2002년부터 GS리테일 사장으로 재직해왔다.

이처럼 GS그룹이 ‘왕족 경영’을 강화한 이유는 보다 공격적인 경영을 펼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GS그룹 측도 오너경영 전환에 대해 글로벌 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위기 경영’일환이라고 설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해선 오너의 강력한 리더십이 절실하다”며 “허 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각 부문의 책임자들은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안정과 내실 경영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GS그룹의 오너경영 체제는 CEO 체제를 내세운 그룹 출범 1년만인 2006년 말부터 줄곧 감지돼 왔다. 허씨 가족들이 줄줄이 핵심계열사를 꿰찬 것. 물론 이들의 곁에 CEO 한두 명씩 붙여 구색을 맞췄다.

2006년 12월 GS홈쇼핑은 허태수 사장을 대표이사에 임명해 본격적인 오너경영 체제에 시동을 걸었다. 당시 GS홈쇼핑 CEO였던 강말길 부회장은 고문으로 물러났다. 허태수 사장은 허 회장의 넷째 동생으로 조지워싱턴대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밟고 해외 투자은행과 LG투자증권 임원 등을 거쳐 2002년부터 GS홈쇼핑 부사장 등을 맡아왔다.

허태수 사장이 ‘부사장’ 딱지를 떼면서 GS그룹은 허 회장의 동생 4명이 모두 GS칼텍스, GS건설, GS홈쇼핑, GS네오텍 등 그룹 계열사 대표이사 자리를 맡게 됐다. 허 회장의 첫째 동생인 허정수 GS네오텍 사장을 비롯해 ▲둘째 동생인 허진수 GS칼텍스 사장 ▲셋째 동생인 허명수 GS건설 사장 ▲넷째 동생 허태수 GS홈쇼핑 사장 등이다.

“강력한 리더십 절실”

이외에도 허동수 GS칼텍스 회장 등 허 회장의 친인척들은 각 계열사의 CEO나 임원 또는 중견간부로 포진해 있다. 허씨 일가의 3∼5세들도 해외 법인 등 그룹 핵심 요직에서 경영 수업을 받고 있다. GS그룹의 지주회사인 GS홀딩스도 허씨 일가 47명이 50%에 가까운 지분을 분산 보유하고 있다.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GS그룹은 겉으론 CEO 체제를 유지하는 것 같지만 사실 속을 들여다보면 전 계열사가 가족·친족경영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과거 오랫동안 국민적 지탄을 받아온 쥐꼬리만 한 지분을 갖고 계열사들을 지배하는 ‘황제 경영’으로 다시 회귀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GS그룹 측은 아무리 오너라고 해도 CEO 못지않은 실력을 갖추고 있다고 해명했다. 각 계열사의 수장을 맡은 허씨 일가가 여느 CEO에 비해 전혀 손색이 없다는 얘기다.
회사 관계자는 “실력 없이 지분으로만 회사를 쥐락펴락하는 무능력한 오너들과는 다르다”며 “주요 계열사를 두루 거치며 다양한 실무경험과 경영 능력을 검증받았기 때문에 CEO 수행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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