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글net세상>'연명치료 중단' 제도화 논란

2012.03.03 15:48:14 호수 0호

'김 할머니 판결' 그 후 3년…수렁에 빠진 연명치료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답보상태에 빠져 있는 '연명치료 중단'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2년 만에 본격적으로 재개될 전망이다. 지난 20일 보건복지부는 이 문제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유도하려는 목적으로 연명치료 중단 제도화를 위해 민간 중심의 사회적 협의체와 국민토론단을 구성해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복지부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72%는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데에 찬성하는 입장이지만 일부에서는 생명의 존엄성을 이유로 반대하고 나서 난항이 예상된다.

찬성, "연명치료로 인한 가족의 정신·경제적 부담 덜어줘야"
반대, "생명은 존엄하기에 인위적으로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없다"



김모 할머니는 생전에 자녀들에게 연명치료를 받지 않겠다고 말해왔다. 2008년 김 할머니는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폐 조직검사를 받다가 출혈에 의한 뇌 손상으로 식물인간 상태에 빠졌다. 이 상태가 3개월 이상 지속되자 자녀들은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지해 달라"며 인공호흡기 사용 중단을 요구했다. 하지만 병원 측은 "살아있는 환자의 치료를 중단할 수 없다"며 거절했고 가족들은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연명치료 중단 재논의

결국 이듬해 5월 재판부는 "인공호흡기를 제거하라"는 판결을 내렸고 김 할머니는 201일을 더 살다가 2010년 1월10일 사망했다. 국내 최초로 '존엄사'를 인정한 '김 할머니 사건'이다. 이 판결 이후 국내에선 연명치료 중단을 둘러싼 법제화 움직임이 일었지만 첨예한 의견 대립으로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2010년 종료됐다.

하지만 보건복지부가 지난 20일 연명치료 중단 제도화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유도하기 위해 민간 중심의 사회적 협의체와 국민토론단을 구성,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나서 사회적 논의가 재개될 전망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2010년 1월 연명치료 중단 201일 만에 숨진 김 할머니 사건 이후 관련 논의가 중단됐다가 다시 일부 복지재단을 중심으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이를 활성화하기 위해 각계의 명망가들이 참여하는 민간중심의 '논의의 장'을 만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또 20~30명 규모의 국민토론단도 구성해 폭넓은 의견을 수렴한다는 계획이다.


사회적 협의체 등에서 논의될 사안은 김 할머니의 국내 첫 연명치료 중단 당시 구성됐던 협의체에서 논란 끝에 결론을 내지 못한 것들이다.

이와 관련 최근 복지부가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생명나눔 인식도 조사' 결과 응답자의 72.3%가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에 찬성했다. 이유로는 ▲가족들의 고통(69.4%)을 꼽았으며 ▲고통만을 주는 치료(65.8%) ▲경제적 부담(60.2%) ▲환자의 요구(45.2%)가 뒤를 이었다. 연명치료 중단을 찬성하는 의견들은 인터넷에서도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다.

아이디 eve1787***는 개인 블로그에서 "연명치료를 받지 않기 위해 어디다 서명이라도 하고 싶지만 할 곳이 없다"며 "내 의지가 아닌 주변 사람들에 의해 억지로 살아지는 삶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 나는 품위를 잃지 않고 인간답게 죽음을 맞고 싶다"고 말했다.

아이디 fenidos****는 트위터를 통해 "하루에 작게는 몇 십만원에서 몇 백만원까지 드는 연명치료 비용을 내며 소용없는 치료를 해야 하는 환자가족의 정신적·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도 연명치료 중단은 반드시 법적으로 제도화 되어야 한다"며 "환자 본인이 치료를 받을 권리가 있는 것처럼 무의미한 치료를 받지 않을 권리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이디 192jigo****도 트위터에서 "깨어날 가능성이 5%도 채 되지 않는 환자들에게 치우치는 과도한 집중 때문에 오히려 회생 가능한 다른 환자들이 필수적인 치료도 못 받고 있다"며 "이들이 치료받을 기회를 빼앗지 말아야 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 나머지 25% 정도의 응답자들은 ▲생명은 존엄하므로 인위적으로 사망에 이를 수 없다(54.5%) ▲생명은 신이 부여한 것으로 인간의 영역이 아니다(21.7%) ▲남용의 위험(18.4%) 등 반대 입장인 것으로 나타나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아이디 no****는 다음 아고라 게시판에서 "부모를 유기하고 자식에게 칼을 들이대는 요즘 세상에서 연명치료 중단 제도화는 얼마나 악용될 소지가 많은 제도인지 신중히 생각해야 한다"며 "산자들이 선택하고 산자들의 편의를 위해 아무 저항 못하는 의식 없는 환자들에게 가해지는 '폭력'이 될 수 있다"고 토로했다.

국민토론단 구성

아이디 chtqnR****는 트위터에서 "연명치료 중단은 소생 가능한 환자에게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 피해를 줄 수 있다"며 "환자가 의식이 없기 때문에 치료를 중단해 달라는 의사를 갖고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주장했다.

이어 그는 "사회보장제도가 미흡한 현실이기 때문에 경제적 이유로 남용될 위험이 너무 크다"며 "생명 경시 풍조가 만연하게 될 것"이라고 충고했다.


한편 연명치료는 식물인간 상태 등으로 장기간 의식을 찾지 못하는 환자에게 인공호흡기 같은 보조장비를 사용해 목숨을 연장토록 하는 치료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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