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글net세상>노스페이스 국내 폭리 논란

2012.02.15 17:15:28 호수 0호

해외 판매 가격보다 최대 2배 비싸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어렸을 적에 우리 집은 가난했다. 우리 아버지도 가난했고, 우리 어머니도 가난했다. 그래도 어렸을 적에 나는 별로 가난하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 아버지, 어머니는 더 가난했다.' 최근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의 파문이 퍼지자 인터넷에 올라온 그림동화의 일부분이다. 노페 점퍼는 '등골브레이커'라는 유행어와 옷의 가격대별로 '찌질이' '날라리' '대장' 등으로 분류되는 이른바 '노페 계급'을 탄생시켰다. 이제는 중·고등학생의 '교복'이라고까지 불리고 있는 노페 점퍼의 국내 판매가가 해외 판매가보다 최대 2배까지 비싸다는 조사결과가 발표됨에 따라 노스페이스가 뭇매를 맞고 있다.

노페, "한국 판매 재킷은 기능성, 비쌀 수밖에"
누리꾼, "등산 한 번에 250만원 깨져…너무 비싸"



1990년대 초반 '나이키 운동화'는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를 나누는 잣대였다. 특히 '에어조단'은 인기가 폭발적이어서 새 모델이나 한정판이 나올 때면 운동화 매장에 줄이 길게 늘어서곤 했다. 이어 스타터 재킷, 에디 바우어 파카 혹은 특정 브랜드의 샌들이나 백팩이 10대들 사이에서 유행했고 요즘은 노스페이스 패딩 점퍼가 문제의 품목이다.

등산복? 아니 '교복'

인기가 너무 높아져 너도 나도 입다보니 이제는 '교복'수준이 돼버렸다. 25만원대 점퍼를 입는 학생은 ‘찌질이’, 30만원대는 '일진', 50만원대는 '양아치', 60만원대는 '있는 집 날라리' 마지막으로 70만원대는 '대장'이라는 '노스페이스 계급도'까지 등장했다. 또한 노스페이스 패딩점퍼는 사주는 부모의 등골을 휘게 하다못해 부셔버린다는 의미의 '등골브레이커'라는 말까지 탄생시켰다.

지난 8일에는 학생들의 노스페이스 점퍼 등 금품을 갈취해온 10대 30여명이 경찰에 붙잡혔고 패딩점퍼를 싼값에 판매한다는 인터넷 쇼핑몰이 사기로 드러나면서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16일에는 한국의 노스페이스 이상 열풍이 <LA타임즈>에까지 보도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7일 서울YMCA는 1월2일부터 한 달간 해외 아웃도어 브랜드인 노스페이스, 아크테릭스, 마무트, 콜롬비아, 몽벨 등 5개사가 판매하는 기능성 아웃도어 제품 23종에 대해 해외 현지 공식홈페이지와 국내 공식홈페이지 내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가격을 비교한 결과 외국보다 국내에서 50% 이상 비싸게 팔리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 주목을 받은 브랜드는 노스페이스. 노스페이스 패딩점퍼는 국내에서 최고 91%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노스페이스의 '멘즈 아콘카구아 재킷'의 경우 국내에선 32만원이지만 해외에선 149달러(약 16만7300원)로 약 2배 차이가 났으며 '엠 히말라얀 파카'도 국내에선 66만원이지만 해외에선 499달러(약 56만100원)에 팔려 국내 판매가가 약 10만원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YMCA 관계자는 "아웃도어 용품의 국내 판매가는 고어텍스 기능 논란과 상관없이 외국 판매가보다 지나치게 비싸게 책정돼 있다"며 "품질에 걸맞은 합리적인 가격이 책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노스페이스 측은 "이름만 같고 완전히 다른 제품으로 조사가 진행됐다"며 "한국에서 판매하는 재킷은 광전자 소재를 사용한 기능성 제품으로 일반 소재인 미국 판매 제품보다 비쌀 수밖에 없다"고 반발했다.

하지만 누리꾼들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트위터나 블로그, 인터넷 포털 게시판에는 노스페이스를 옹호하는 의견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발견하기 힘들며 모두 "노스페이스가 터무니 없이 비싼 것은 사실이다"며 노스페이스에 대한 공격을 퍼 붇고 있다.

노스페이스 매장에서 일한다는 아이디 jmhan2****는 블로그를 통해 "얼마 전 매장에 한 10대 남학생과 그의 어머니가 찾아왔다. 남학생은 47만원짜리 패딩점퍼를 집었고 가격을 확인한 어머니는 '집에 있는 점퍼 입으면 안 돼? 너무 비싸지 않니?'라고 물었다. 그러자 그 남학생은 '조용히 말해, 거지인 줄 알잖아, 다른 애들 다 입는데 나만 못 사주냐'고 대답했다. 결국 이 어머니는 꾸깃꾸깃 접힌 만원짜리 14장을 내고 나머지는 체크카드로 계산했다"며 씁쓸해했다.

한국만 비싸다

아이디 빵하***는 다음 아고라 게시판을 통해 "노스페이스 배낭, 신발, 바람막이 점퍼, 아이젠, 모자, 장갑을 구입하는 데 부부합산 149만원이었다"며 "콜핑 바지와 셔츠 이월상품으로 20만원, 로우 알파인 패딩 60만원 등을 합쳐 부부가 등산 한 번 가는데 250만원이 들어갔다"고 밝혔다. 그는 "60만원 정도면 충분하리라 믿었던 저는 등신이었다"며 "산이 무서워진다"고 글을 마무리했다.

아이디 sakaja****는 트위터를 통해 "도대체 청소년이 왜 아웃도어 브랜드에 집착하는지 모르겠다"며 "아이돌그룹 등 청소년에게 인기 있는 연예인들을 메인CF 모델로 내세우는 노스페이스라는 기업 자체에도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아이디 drumkti****도 트위터에서 "노스페이스 등산 점퍼가 교복화 되고 있는 건 교육이 '산'으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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