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재벌가 로열패밀리 골목 점령 백태②대명코퍼레이션

2012.02.10 17:01:22 호수 0호

다른 기업 정리 하든 말든 “난 내 갈길 간다?”

[일요시사=송응철 기자] 국내 유통대기업 2, 3세들의 골목상권 장악이 점입가경이다. 제빵과 커피는 물론, 심지어 순대와 떡볶이로까지 무차별적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그야말로 문어발이 따로 없다. 특히 이들은 탄탄한 자본력과 유통망을 앞세워 골목상권을 빠르게 점령해 나가고 있다. 힘없는 소상공인들로서는 당해낼 재간이 없다. 밥그릇이 줄어드는 걸 망연히 바라 볼 뿐이다. 소상공인들의 밥상에 군침을 흘리고 있는 기업은 대체 어딜까. <일요시사>는 연속 기획으로 소상공인들의 피눈물을 짜내고 있는 ‘못된 재벌’들을 짚어봤다.

창업주 장남 서준혁 사장 문어발식 사업 확장
골목상권 진출 제재 수위 높이는데 떡볶이사업



대명그룹은 레저나 리조트라는 개념이 생소했던 지난 1987년 고 서홍송 대명그룹 창업주가 세계 5대 종합휴양리조트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리조트사업에 뛰어들면서 성공한 회사다. 이후 대명은 사업을 확장해 나가며 승승장구했다. 그 끝에 현재 대명홀딩스, 대명레저산업, 대명건설, 대명네트웍스, 대명코퍼레이션, 대명라이프웨이, 대명복지재단, 벽송엔지니어링, U-솔비넷 등 10여개 계열사를 거느린 중견그룹으로 거듭났다.

떡볶이사업 ‘베거백’ 론칭

현재 대명그룹의 회장은 서 창업주의 부인인 박춘희씨다. 지난 2001년 서 창업주가 48세를 일기로 사망한 뒤 지휘봉을 넘겨받았다. 그로부터 11년이 지난 지금도 박 회장은 회사의 최전선에서 경영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사실 대명그룹을 움직이는 핵은 따로 있다. 서 창업주의 외아들인 서준혁 대명코퍼레이션 사장이 그 주인공이다.

올해로 불과 32살인 서 사장이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한 건 지난 2008년 서앤컴퍼니를 설립하면서다. 서앤컴퍼니는 대명그룹 내 물류와 자재구매대행(MRO)을 맡아 급성장했다. 그러나 일각에서 ‘회사기회의 편취’라는 비난이 일자 서 사장은 지난 2010년 10월 서앤컴퍼니의 사명을 대명코퍼레이션으로 바꾸고 그룹 계열사에 편입시켰다. 대명코퍼레이션은 서 사장과 특수관계인이 지분 100%를 보유한 사실상 개인회사다.

서 사장은 서앤컴퍼니와 대림코퍼레이션의 대표를 맡아 공격적인 사업확장을 벌였다. 유통, 외식, 연예, 여행, 항공사업 등 분야를 가리지 않았다. 돈 냄새가 나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숟가락을 얹었다. 이 같은 서 사장의 거침없는 사업 확장 행보를 지켜보는 시선은 곱지 않았다. 대명그룹이 영위하고 있는 사업과 연관성이 떨어지는 데다 사업성이 불투명한 분야로 문어발식 영역 넓히기를 시도한다는 것이었다.


이 가운데서도 가장 눈총을 받은 건 바로 서 사장이 야심차게 추진한 떡볶이사업인 ‘베거백’이다. 서 사장은 지난 2009년 외식 프랜차이즈 사업 진출을 본격 선언하며 강남역 인근에 떡볶이 전문 레스토랑 베거백을 오픈했다. 서 사장은 베거백 론칭 당시 “한국인들이 가장 보편적으로 즐기는 떡볶이 요리를 고급화ㆍ다양화한 베거백 브랜드로 해외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서 사장의 야심찬 계획은 당장 구설에 올랐다.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한 관계당국이 대기업들의 기업소모성자재 사업과, 골목상권 진출에 대해서 제재 수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떡볶이사업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대기업 자본이라는 이점으로 하루 유동인수 30만명에 육박하는 강남 한복판에 진출을 시도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서 사장은 아랑곳 않고 꿋꿋이 사업을 벌여왔다. 비발디파크, 목동, 강남 등 모두 3곳에 매장을 냈다. 그러나 목동점과 강남점은 문을 연지 2년이 채 되지 않아 문을 닫았다. 매출부진에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베거백은 비발디파크 1개점만 남아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떡볶이사업이 악화일로를 달리고 있음에도 세간의 시선은 여전히 싸늘하다. 아니 싸늘하다 못해 얼음장처럼 차갑다. 재벌의 문어발식 사업확장과 골목상권 진출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가열되면서 대부분의 대기업이 사업을 정리했지만 서 사장만은 아직도 떡볶이사업을 손에서 놓지 않고 있어서다.

이와 관련, 대명코퍼레이션은 골목상권 진출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한식 세계화를 목표로 해외 진출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일종의 테스트 점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강남점과 목동점을 철수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라는 설명이다.

돈 되는 ‘비발디점’ 유지

그러나 대명코퍼레이션은 어느 정도 매출이 보장된 비발디파크점 만은 철수하지 않고 있다. 만일 앞서 철수한 두 개 점포에서도 괄목한 만한 실적이 나왔더라도 해당 점포를 철수했을지에 대한 의문이 남는 대목이다. 서 창업주는 생전에 ‘고객과 사회로부터 신뢰받는 기업’을 강조하던 기업인이었다. 서 사장이 제대로 된 기업가라면 아버지가 몸소 보여준 가르침을 다시 한 번 곱씹어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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