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덮친 ‘실세 사정’막전막후

2012.02.09 16:02:03 호수 0호

레임덕 쓰나미에 ‘스폰 그룹’쓸려간다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박희태, 이상득, 최시중 ‘3인방’의 공통점은 뭘까. 바로 정권 실세이자 지금은 비리 스캔들의 주인공이란 사실이다. 그렇다면 각 스캔들의 쟁점은 뭘까. 바로 ‘돈줄’이다. 실세 비리 수사에 돈줄 역할을 한 기업인들이 줄줄이 엮이는 모양새다. 검찰은 재계 인사들이 정치 거물들에게 거액을 지원한 스폰 정황을 속속 포착해 ‘사정’이 재계로 확대되는 형국이다.

‘MB맨’박희태·이상득·최시중 비리 스캔들 ‘발칵’
검, 검은돈 출처 수사력 집중…기업 자금줄 정조준



검찰의 정권 실세 비리 수사가 재계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검찰은 박희태, 이상득, 최시중 등 MB 최측근인 정계 거물 ‘3인방’의 의혹을 캐고 있다. 여기에 연루된 혐의자만 수십명. 이중 핵심고리인 ‘돈줄’에 수사가 집중되면서 기업인들이 줄줄이 서초동으로 불려가고 있다.

문병욱 회장 소환
박희태에 돈 유입

9일 전격 사퇴한 박희태 전 국회의장은 ‘돈봉투’ 의혹을 받고 있다.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당시 의원 등에게 돈 봉투를 돌렸다는 것이다. “박 의장 측 인사가 현금 300만원과 박 의장의 명함이 든 봉투를 두고 갔다”는 고승덕 한나라당 의원의 폭로로 시작된 이 수사는 ‘박희태 캠프’의 재정지출·자금집행 내역과 돈봉투 전달 지시 여부 및 경위 등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검찰은 우선 돈봉투 자금의 출처를 찾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박 전 의장이 돈봉투를 뿌린 게 사실이라면 어디서 돈이 나왔냐는 의문이다. 검찰은 ‘기업 자금줄’을 의심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는 지난달 30일 문병욱 라미드그룹(옛 썬앤문그룹) 회장을 소환해 박 전 의장과의 수상쩍은 자금거래 사실 여부에 대해 집중 추궁했다. 검찰은 전대 당시 박희태 캠프의 자금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문 회장 자금이 박 의장 측에 유입된 단서를 포착했다.

문 회장이 박 전 의장에게 건넨 돈은 전대를 앞두고 박희태 캠프의 재정 담당이었던 조정만 국회의장 정책수석의 계좌에서 인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문 회장의 돈이 박 전 의장의 경선 자금으로 쓰였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의원과 당협 간부 등에게 전달된 돈이 문 회장 돈인지를 확인하고 있는 것. 앞서 검찰은 지난달 2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라미드그룹 본사를 압수수색해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이어 라미드그룹 회계 담당 간부 2명을 소환해 조사했다. 박 전 의장과 문 회장 측은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돈이 오간 것은 맞지만, 경선자금과 무관하다는 게 둘의 이구동성이다.


박 전 의장 측은 “문 회장에게서 받은 돈은 전대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정당하게 받은 수임료”라며 “(박 전 의장이 문 회장과) 수임계약서를 2008년 2월에 작성했고 이모 변호사와 함께 1억원이 넘는 수임료를 3월 초까지 두 차례 나눠서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 돈은 대부분 제18대 총선을 준비하는 경비로 썼다는 게 박 전 의장 측의 주장이다.

문 회장 측도 선임료라고 일축했다. 라미드그룹은 문 회장이 소환된 날 서울중앙지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문 회장이 박 의장에게 준 돈은) 정치자금이 아니다. 적법한 변호사 수임료”라며 “2008년 2월 박 의장 등 변호사 2명과 선임계약을 맺고 계약금 수천만원을 포함해 총 1억원 정도를 선임료로 줬다”고 해명했다. 문 회장 역시 검찰 조사에서 박 전 의장에 유입된 자금과 관련해 “변호사 선임료일 뿐 전대와는 관련이 없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에 따르면 라미드그룹은 2007년 12월 경기도를 상대로 양평골프장 사업과 관련된 사업계획변경승인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민사상 분쟁 등을 이유로 승인이 유보됐다. 이후 2008년 2월 ‘박희태·이창훈 법률사무소’를 통해 등록체율시설업 사업계획변경승인 유보처분 취소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그룹은 “돈은 문 회장이 직접 주지 않고 회사 실무자(법무팀)가 법률사무소 사무장에게 수표로 전해줬다”며 “선임료는 문 회장의 개인 자금이 아닌 회사 자금이었다”고 주장했다. 다만 검찰이 의심하고 있는 박 전 의장의 선임계 누락 부분에 대해선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선임계에 박 의장이 빠진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산상고 4년 후배인 문 회장은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과 함께 기업인 가운데 몇 안 되는 ‘노무현 후원인’이었다. 이런 이유로 노 전 대통령 집권 이후 대선자금과 측근비리 사건 등에 얽혀 여러 차례 수사를 받았던 문 회장은 2003년 12월 노 전 대통령의 측근들에게 대선자금을 건넨 혐의 등으로 구속, 2005년 6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확정받았다. 그룹 측은 “박 의장 선임 당시는 노 전 대통령 시절 정치자금법 문제로 집행유예 기간이었다. 다시 정치자금을 건넸다는 것은 정신이 나간 짓”이라고 의혹을 반박하기도 했다.

검찰은 문 회장 외에도 전대와 관련 한나라당에 돈을 건넨 기업인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그 타깃은 전대에서 박 전 의장과 선거 공조를 했던 공성진 전 한나라당 최고위원이다. 검찰은 공성진 캠프도 몇몇 기업체로부터 거액의 자금을 지원받아 적지 않은 돈이 뿌려진 정황을 포착하고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코오롱 “불똥 튈라”
이상득 수사 예의주시

나아가 전대 후보를 겨냥한 기업들의 전방위 자금지원 공세가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이 결과에 따라 재계에 돈 봉투 사정 한파가 몰려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치권에선 최소 10여개 이상의 기업이 직·간접적으로 거액의 자금을 후원했다는 얘기가 퍼지고 있다.

박 전 의장과 함께 정국을 소용돌이로 몰아넣은 인물은 ‘MB 형님’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이다. 이 의원은 이국철 SLS그룹 회장(구속)의 구명로비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여러 갈래로 나뉘어 수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수상한 뭉칫돈이 이 의원에게 흘러간 정황을 확인했다. 바로 코오롱그룹의 자금으로 의심되는 돈이었다.

이 의원의 전 보좌관 박배수(구속)씨의 차명 계좌에서 나온 자금의 출처를 추적해온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는 박씨의 차명계좌로 의심되는 계좌 5∼6개에서 수천만원에서 수억원까지 입금된 사실을 파악했다. 이 가운데 1∼2개는 코오롱 직원의 명의였다. 박씨가 코오롱 직원 명의의 계좌를 통해 코오롱그룹으로부터 매달 수백만원씩, 모두 수천만원의 자금을 받아온 사실이 확인된 것.


검찰은 코오롱그룹이 박씨에게 정기적으로 돈을 지급할 이유가 없는 데다 차명계좌를 통해 돈을 전달한 점 등으로 미뤄 대가성 자금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추적 중이다. 이를 위해 박씨와 동료였던 코오롱그룹 계열사 상무 박모씨와 코오롱건설 부사장 출신인 권모씨 등 코오롱 전현직 임원도 조사했다.

박씨와 자금 세탁에 관여한 여비서 임모씨는 과거 코오롱그룹에서 근무한 인연으로 이 의원을 모시기 시작했다. 1961년 코오롱(당시 한국나일론)에 공채로 입사한 이 의원은 코오롱 대표이사 출신으로 박씨 역시 코오롱 출신이다. 임씨도 코오롱 사장 비서실에 근무한 경력이 있다. 박씨와 임씨는 각각 1996년, 1991년부터 이 의원을 보좌해왔다.

“돈봉투 사정 한파 덮친다!”
‘서초동 호출’줄줄이 소환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은 노심초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혹시 수사 불똥이 회사로 튀지 않을까 해서다. 코오롱 측은 “회사와 무관한 개인적인 일”이라고 부인했지만, 검찰 안팎에선 “이 의원 측과 코오롱그룹간, 나아가 이 의원과 이 회장이 모종의 관계가 아니냐”는 추측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아직까지 이 의원과 이 회장의 연결고리를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MB 절친’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도 돈 문제로 머리를 싸매고 있다. 최 전 위원장은 박 의장과 마찬가지로 돈봉투 살포 의혹을 받고 있다. 2008년 추석(9월14일) 직전 한나라당 친이명박계 의원들에게 수백만∼수천만원씩의 돈을 전달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한 증언들이 쏟아지고 있다. 최 전 위원장은 최근 방통위원장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의혹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검찰의 ‘예봉’을 피하지 못할 처지다.

최 전 위원장은 “저의 퇴임이 방통위가 외부의 편견과 오해로부터 벗어나는 계기가 되고 새로운 도약을 위한 디딤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저로 인해 방통위 조직 전체가 외부로부터 부당한 공격을 당하거나 스마트 혁명을 이끌고 미디어산업 경쟁력을 강화시킬 주요 정책들이 발목을 잡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사임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최근 측근 비리 등이 불거지면서 상당한 심적 부담을 느낀 표정이 역력했다.

정치권에선 최 전 위원장이 뿌린 돈이 재계에서 나온 ‘검은돈’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재계로 수사가 확대될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뿐만 아니다. 최 전 위원장은 ▲케이블PP(방송채널사용사업자) 선정 ▲케이블TV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선정 ▲온미디어 인수 ▲차세대 이동통신용 주파수 할당 ▲제4이동통신 사업자 선정 ▲종편 방송 출범 등의 사업을 진행하면서 그동안 로비·특혜·뇌물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이들 사업엔 SK, CJ 등 대기업들이 오르내려 수사 결과에 따라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민주당은 “이제 남은 것은 검찰의 엄중 수사와 사법부의 준엄한 심판만이 최 전 위원장을 기다리고 있다”며 “지난 4년간 국민을 화나게 했던 각종 불편부당한 일들과 그 측근들의 비리에 대해 대대적인 청문회를 통해 사실을 밝혀낼 것”이라고 밝혔다. 시민단체들도 “최 전 위원장이 자행해온 각종 의혹을 사퇴로 덮어져서는 안 된다”며 “그를 둘러싼 비리와 국회의원을 상대로 돈봉투 사건에 대해 검찰의 엄정한 수사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시중-재계 연계설
방송·통신업계 긴장


박희태, 이상득, 최시중 ‘3인방’은 현 정권 실세들이다. 지난 4년간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 그러나 지금은 비리 스캔들의 주인공으로 몰락, MB의 임기말 레임덕을 부채질하고 있다. 이 레임덕은 언제 어디로 쓰나미를 몰고 올지 모른다. 그 쓰나미 경보가 재계에 발령됐다. ‘레임덕 쓰나미’에 기업인들이 쓸려갈 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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