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재벌가 로열패밀리 골목 점령 백태①아워홈

2012.02.09 17:06:58 호수 0호

회장님-따님 문어발에 걸리면 ‘쭉 빨린다’

[일요시사=송응철 기자] 국내 유통대기업들이 2, 3세들의 골목상권 장악이 점입가경이다. 제빵과 커피는 물론, 심지어 순대와 떡볶이로 까지 무차별적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그야말로 문어발이 따로 없다. 특히 이들은 탄탄한 자본력과 유통망을 앞세워 골목상권을 빠르게 점령해 나가고 있다. 힘없는 소상공인들로서는 당해낼 재간이 없다. 밥그릇이 줄어드는 걸 망연히 바라 볼 뿐이다. 소상공인들의 밥상에 군침을 흘리고 있는 기업은 대체 어딜까. <일요시사>는 연속 기획으로 소상공인들의 피눈물을 짜내고 있는 ‘못된 재벌’들을 짚어봤다.

구자학 회장 직계 자녀들이 지분 100% 보유
구제역 여파로 순대업계 몸살 앓는데 맨발난입



범LG계열로 분류되는 아워홈은 1984년부터 LG그룹을 대상으로 식자재를 공급하면서 덩치를 키워왔다. 세계 잼버리 대회, 대전엑스포 등의 경험을 바탕으로 식자재 유통 공급에 관한 사업은 탄탄대로를 걸었다.

사업 탄탄대로

이후 아워홈은 사보텐, 버거헌터 등의 외식 브랜드를 론칭해 외식업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또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캐주얼다이닝 외에도 고급 레스토랑을 여럿 시작하기도 했다. 서울 광화문 서울파이낸스센터에는 아워홈이 운영하는 고급 레스토랑이 즐비하다.

아워홈의 수장은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3남인 구자학 회장이다.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차녀 숙희씨와 화촉을 올리면서 눈길을 끈바 있는 구 회장은 제일제당, 동양TV 이사, 호텔신라 사장, 중앙개발 사장 등 처가에서 경영을 펼친 바 있다. 삼성이 전자사업에 진출한 뒤엔 본가로 돌아온 구 회장은 금성사 사장, LG반도체·LG건설 회장 등 굵직한 자리를 맡아오다 지난 2000년 ‘아워홈’을 갖고 독립했다.

표면적으로 구 회장이 회사의 얼굴을 맡고 있지만 실세는 따로 있다. 구 회장의 셋째 딸인 구지은 전무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해 연말인사에서 승진한 구 전무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삼성인력개발원과 왓슨 와이트 코리아 수석컨설턴트를 거친 인재다. 지난 2004년부터 아워홈 구매물류사업부장으로 입사, 경영전면에서 활약하고 있다.


아워홈은 구 전무(20.01%)를 비롯한 본성(40%)?미현(20%)?명진(19.99)씨 등 구 회장의 직계 자녀인 본성·지은씨 등이 100% 지분을 갖고 있다. 사실상 가족 회사인 셈이다. LG그룹으로부터 계열 분리를 했다고는 하지만 범LG가의 주요 구내식당을 운영하며 적잖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이 같은 지원사격에 힘입어 아워홈은 지난 2009년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지난해 1조1247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승승장구 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아워홈이 분식집에서나 팔 법한 순대사업에 착수했다는 점이다. 아워홈은 지난 2009년 안산공장에 제조설비를 구축하고 순대의 대대적인 생산에 돌입했다. 앞으로 제조공장의 최첨단 설비 구축 및 전문 연구인력의 확대와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제조사업 강화를 이끌어 낼 것이라고 했다. 현대적 설비와 철저한 유통체계를 갖춘 다양한 프리미엄 전통먹거리를 서비스함으로써 재래식품의 현대화를 이끌어 갈 것이라는 포부도 밝혔다.

아워홈의 야심찬 계획은 중소상인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대기업이 소상공인들의 먹고살 길을 막는다는 비판이었다. 특히 당시 구제역의 여파로 순대업계에 신음이 끊이지 않던 때여서 아워홈의 ‘난입’을 바라보는 눈초리는 더욱 매서웠다. 순대의 주원료인 돼지 소창 가격이 2배나 올랐다. 원가부담으로 가격이 상승하면서 소비도 줄었다. 매출이 떨어진 건 두말할 것 없다. 문을 닫은 공장도 여럿 나타날 정도였다. 이런 상황에서 아워홈이 순대 사업에 나서자 순대업계의 피해는 증폭됐다. 불난 데 기름을 부은 형국이었다. 소상공인들의 날선 비판이 연일 이어졌다.

순대사업 진출이 문제시 되자 아워홈은 순대가 중기적합업종에 선정될 경우 해당 사업을 철수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지난해 9월 순대가 업종에 선정됐고, 아워홈은 순대사업을 축소해야 할 처지가 됐다. 그러나 아워홈은 아직까지도 별 다른 축소 계획을 세우지 않은 상태다.

이처럼 소상공인들의 밥그릇을 넘보다 한차례 ‘뜨거운 맛’을 본 아워홈이지만 골목상권 장악의 꿈을 접지 않았다. 지난해 초부터 식자재용 두부를 생산하기 시작한 것. 두부는 중소기업적합업종 선정에서 단골손님으로 꾸준히 거론돼 온 품목이었다. 당장 중소 두부업체들은 동반성장위원회의 적합업종 선정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아워홈이 두부가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선정되기 전에 미리 사업에 발을 담근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대기업의 시장진출을 막기 위해 보호장치를 만들어도 이미 진입한 이상 정부로서도 손쓸 기회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두부 사업도 넘봐

2015년 매출 2조 달성. 외식, 급식, 식재, 식품 제조, 그리고 글로벌 유통을 아우르는 초일류 종합식품기업으로의 도약. 아워홈이 밝힌 향후 목표다. 그러나 이 같은 비전의 저변에 소상공인들의 눈물이 깔려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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