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분쟁조정의 달인’ 임성학의 실타래를 풀어라(1)

2011.11.28 11:29:39 호수 0호

최후의 방어는 최선의 공격

컨설팅전문가인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은 자타가 공인한 ‘분쟁조정의 달인’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지침서 <실타래를 풀어라>를 펴냈다. 책은 성공이 아닌 문제를 극복해 내는 과정의 13가지 에피소드를 에세이 형식으로 담았다. 복잡하게 뒤엉키는 일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기 위해 책을 펴냈다는 임 소장. 그의 숨은 비결을 <일요시사>가 단독 연재한다.



 “채무자로서 빠져나갈 방법을 알고자 합니다”
재산 없이 빚더미…사채업자  독촉에 ‘죽을 맛’

모처럼 집안에 일이 생겨서 고향에 가는 길이었다. 경부고속도로를 달리며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가요를 따라 흥얼거리며 졸음을 쫓는데 휴대폰이 울렸다. 운전 중이라 이어폰을 귀에 꽂고 통화를 하게 되었다. 누구냐고 묻기도 전에 상대방이 다급하게 인사를 하고 있었다.
“아, 여보세요? 임 이사님? 절 기억하실지 모르겠네요.”
“누구……신지?”
“예, 저는 용산에서 전기사업을 하던 하늘전기 왕 사장입니다.”
왕 사장이라면 수년 전에 거래처로부터 영업대금을 받기 위해 내 도움을 받았던 사람이었다. 나는 반가움에 목청을 높였다.

다급한 도움 요청

“아, 왕 사장님. 기억납니다. 제가 신용정보회사에 있을 때 PIA 사설탐정학회 손 교수님의 소개로 만난 분이 아니십니까. 그래, 사업은 잘 되십니까?”
“뭐, 요즘 잘 되는 일이 있나요? 우리 같은 조그만 사업체는 죽을 맛이죠.”
“그렇군요. 그런데 무슨 일로? 제가 지금 고속도로 운전 중인데요.”
“그럼 길게 이야기 하지 않겠습니다. 지금도 신용정보 업무를 하고 계십니까?”
“그만두었지만……왜요? 무슨 일이 있습니까?”
“좀 복잡한 일이 있어서요. 한번 뵙고 말씀 좀 드리고 싶습니다만.”

“그럼 제가 시골에 갔다가 내일 올라가니까, 올라가는 대로 연락을 드릴게요. 핸드폰에 입력된 이 전화번호로 연락하면 되지요?”
“아, 그렇게 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러면서 왕 사장이 정중히 상담을 요청했다.
나는 다시 엑셀을 밟으며 전화 받기 전 속도를 유지하면서 ‘왕 사장이 또 무슨 일로 보자고 하나?’하고 궁금증이 일었다.
지방에서의 볼일을 끝내고 이튿날 오후 귀경하자마자 곧바로 사무실로 출근하였다. 밀린 업무를 본 다음, 전날 약속대로 왕 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왕 사장은 기다렸다는 듯이 반기며 인사를 했다. 우리는 잠시 통상적인 인사를 나누고는 내가 먼저 용건을 물었다.

“전화상으로 말씀드리기가 좀…… 만나서 자문을 받았으면 합니다.” 
“그래요? 그런데 강남까지 오시자면 힘드실 테니, 일단 전화상으로 말씀하신 후 필요하면 만나서 이야기 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저도 현재는 신용정보업무를 떠나서 그 일을 전문으로 하지 않고 있고, 회사 일로 바빠서 새삼 다른 일에 개입할 수가 없는 사정입니다. 다만 서로 아는 처지인지라 제 의견을 말씀드리는 것이야 뭐 어떻겠습니까만.”

나는 회사 일이 바쁘기도 하거니와, 전화 상담을 해도 만나서 얘기하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저는 이사님을 만나 뵙고 식사라도 하면서 얘기를 하려고 했는데, 그렇게 바쁘시다면 전화로 말씀드려도 괜찮겠습니까?”
“서로 모르는 처지도 아닌데 격식을 차려서 뭐합니까? 그러니 편하게 통화하시죠. 그리고 휴대폰으로 오래 통화하기가 그렇고 하니 일반 전화번호를 알려주시죠.”
“아, 그래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나는 이내 왕 사장이 일러준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채 울리기도 전에 그가 전화를 받았다.
“왕 사장님. 그래 무슨 일입니까?”
“아, 예. 제가 오래 전에는 받지 못한 대금으로 이사님께 도움을 청했는데, 이번에는 반대로 제가 채무자로서 빠져나갈 방법을 알고자 합니다.”
“아니, 왜요? 그렇게 잘나가던 사업에 문제가 생겼습니까?”

“아이고, 말도 마십시오. 죽을 지경입니다. 배운 게 도둑질이란 말이 있듯이 이 짓거리만 해오다가 그만둘 수도 없고 해서 계속하지만, 그런 와중에 공사를 해 주고 나면 긴 어음쪼가리만 주고는 부도내고 도망을 가지 않나, 그나마 어음은 고사하고 아예 떼먹고 도망가는 통에 미칠 지경입니다. 이사님, 바쁘실 텐데 용건만 애기할게요. 제가 다른 사업을 해보려고 아는 사람을 통해 돈을 좀 빌렸습니다.”

“그럼 지난번 하던 전기사업을 접고 다른 사업을 한 겁니까?”
“당장에 그만 둔 것은 아니었지만, 결국은 그렇게 되었습니다. 경기가 워낙 어려워 재미가 없어 운영하던 전기 업은 동생에게 맡겨두고 다른 사업에 손을 좀 대었습니다.”
“어허 참. 저는 그런 줄도 모르고 사업이 잘 되시는 줄만 알았는데……그.래..요.  그럼 얘기를 해보시죠?” 

“예. 다른 사업을 하기위해 돈을 빌려 투자를 했는데, 처음에는 그런대로 빌린 돈에 대한 이자는 어떻게든 갚아나갔는데, 약 1년 전부터 사업이 영 신통찮아 이자와 원금을 제때 갚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돈을 빌려준 사람이 저희 집이나 사무실로 찾아다니며 돈 내놓으라고 독촉을 하는 겁니다. 제가 돈을 갚지 못하고 상환 약속 일자를 어기게 되자, 그는 참지 못하고 심한 욕설을 하곤 하다가 결국 제3자에게 채권을 양도해 버리겠다고 하는 겁니다. 그러더니 어느 날 사채업자로 보이는 젊은 놈들이 찾아와서는 자신들이 채권을 양수받은 자라고 하는 겁니다. 그놈들은 당장에 돈을 갚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협박을 하고요.” 
“왕 사장님 고민은 알만합니다. 그런데 제가 알기론 시골에 땅도 있고 살고 계시는 주택도 있다고 했는데, 그 재산은 어떻게 하고서 이렇게 쪼들리고 있는 겁니까?”

인생역전 드라마


“이사님, 제가 재산이 있으면 사채를 쓰고 갚지 않고 당하고 있겠습니까? 가진 재산은 새로운 사업한다고 금융권에서 대출받고 갚지 못하자 경매로 다 넘어가고 없어요. 그나마 동생이 운영하고 있던 전기 업마저 버텨 보려고 하였으나 그 곳마저 그놈들이 찾아와 난리를 피우는 통에 제대로 영업을 할 수가 없는 겁니다. 그나마 다행한 것은 사업자를 동생명의로 해주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벌써 그놈들에게 빼앗겨 회생할 기회마저 사라졌겠지요.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그러면 가진 재산이 하나도 없다는 말입니까?”
“휴, 그렇게 되었습니다. 이사님은 이해하지 못 할 겁니다.”
왕 사장은 수화기를 타고 내 귀에도 선명하게 들릴 정도로 긴 한숨을 내쉬었다. 나도 그가 딱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참 인생사 한 치 앞을 모르는 거로구나 하는 생각이 앞서 들었다. 씁쓰레한 심정으로 그를 위로하며 대화를 이어갔다.
“그래요, 알만하네요. 그래, 어떻게 협박합디까?”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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