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는 당뇨환자에게 좋다?”

2011.11.28 11:16:25 호수 0호

식사요법의 오해와 진실, 잡곡밥 반공기의 비밀

당뇨의 적절한 치료를 위해서는 처방된 열량만큼의 식사를 하고 병원에서 제공되지 않은 간식은 제한하고 식사 후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 이렇게 하루 이틀이 지나면 기존 약물요법에 큰 변화를 주지 않고도 혈당이 훨씬 안정되는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김모(50·여성)씨는 흰밥은 혈당이 많이 오를 것으로 생각돼 현미와 보리를 듬뿍 넣고 지은 잡곡밥을 반 공기 남짓 담아 아침 식사를 한다. 밥의 양이 워낙 작다보니 반찬으로 놓인 된장찌개, 김치, 멸치조림, 김구이를 먹는 양도 덩달아 줄어들 수밖에 없다. 두 시간 정도 지나니 슬슬 입이 궁금하고 배가 고파진다.

냉장고 안의 시원한 과일을 먹고 싶지만 너무 달아 혈당이 오를까 걱정 돼 한두 쪽밖에는 손이 가지 않는다. 저편에 고구마가 보인다. 어디선가 당뇨환자에게 고구마는 괜찮다고 아니 좋다고 했던 말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찜기에 한 개를 찔 수는 없고 두 개를 나란히 올려 쪄 먹는다.

오후가 되자 이번에는 냉동실에 얼려두었던 쑥떡이 생각난다. 흰떡이 아니니 혈당이 많이 오르지 않을 것으로 생각돼 손바닥 크기 만한 떡을 구워서 꿀 없이 먹었다.



식사요법에도 혈당조절이 안 되는 이유

이처럼 혈당 조절이 되지 않아 입원 치료를 받게 된 중년의 여성 환자들이 병원에서 처방된 식사를 시작하면 공통적으로 보이는 반응이 있다.

원래 잡곡밥으로 반 공기 밖에 안 먹었으며 단 것은 입에도 대지 않는데 혈당 조절이 안 된다는 것이다.

서울대학교병원 임상영양팀 관계자는 “잡곡밥 반 공기만 먹는 식습관에는 혈당이 오르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먹었던 고구마와 쑥떡이 숨겨져 있었다”며 “어떤 이는 옥수수를, 또 어떤 이는 도토리묵이나 메밀국수는 먹어도 혈당이 오르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혈당은 단순히 단맛을 내는 음식 때문에만 오르는 것이 아니다”며 “음식 속에 들어 있는 당질이라는 영양소가 몸 속에서 소화돼 포도당이라는 형태로 변화해 혈당을 높이게 되므로 당질을 얼마만큼 먹었는가가 식사 후의 혈당 반응에 가장 큰 영향을 준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흔히 당뇨병환자들이 ‘고구마는 당뇨환자에게 좋다’고 오해하고 있다고 경고한다.
식이섬유소가 많이 들어있는 고구마, 도정하지 않은 곡류 등의 식품은 감자 또는 흰 밀가루, 흰쌀에 비해 당지수가 낮아 혈당 반응의 속도가 느리게 일어난다.

그러나 실제로는 감자 1개 140g과 고구마 1/2개 70g에 들어있는 당질의 함량이 동일해 같은 양을 먹을 경우에는 오히려 감자보다 2배의 당질을 섭취하게 된다.

또한 고구마 1개는 밥 2/3공기 140g과 동일한 당질을 포함하고 있다. 이것을 설탕으로 환산할 경우 커피에 첨가하는 소포장 5g 단위로 5봉 정도가 된다.

고구마는 당뇨환자에게 좋다…흔한 오해 중 하나

서울대병원 임상영양팀 관계자는 “밥 반 공기를 먹고 난 후 간식으로 먹은 고구마 2개는 밥으로 환산할 경우 1공기와 1/3공기를 더 먹는 것과 같아져 혈당이 많이 오르게 된다”며 “또한 쑥떡도 쌀로 만든 음식으로 손바닥만한 크기라도 먹을 경우 밥 1공기 이상의 당질을 먹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식사량을 줄이니 그에 따라 기본 밑반찬의 섭취량도 줄어들고 공복감이 쉽게 느껴져 간식으로 보충한 음식에서 당질의 양이 더 많아져 혈당 조절이 잘 되지 않았던 경우다”고 말했다.

간식으로 먹어 혈당을 많이 올릴 수 있는 식품들은 밥 1/3 공기 70g에 해당하는 곡류로 ▲고구마 1/2개 70g ▲옥수수 1/2개 70g ▲감자 1개140g ▲인절미 3개 50g ▲미숫가루 1/4컵 30g ▲삶은국수 1/2공기 90g ▲밤 3개 60g ▲도토리묵 1/2모 200g ▲강냉이 1.5공기 30g 등과 같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당뇨병이 있는 경우 식사는 각 개인에게 알맞은 양, 즉 나의 키와 체중을 고려해 처방된 열량 범위 안에서 적당한 양의 밥을 먹고 싱겁게 조리하거나 또는 익히지 않고 먹는 채소반찬을 좀 더 늘려 먹어 식사를 충분히 하는 것이 불필요한 간식을 막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서울대병원 임상영양팀 관계자는 “간식으로는 당질과 더불어 단백질을 포함하고 있는 우유나 달지 않은 두유 또는 섬유소가 포함된 생과일을 소량씩 먹어 공복감이 들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며 “여기에 최적의 약물치료와 적절한 운동이 병행됐을 때 혈당 조절에 성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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