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일감 몰빵’ 대기업 내부거래 실태 (25)서울반도체-서울옵토디바이스

2011.10.20 13:40:00 호수 0호

감시의 눈 따돌린 ‘간큰 거래’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대기업의 자회사 퍼주기. 오너일가가 소유한 회사에 일감을 몰아줘 ‘곳간’을 채워주는 ‘반칙’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시민단체들이 귀에 딱지가 앉도록 지적해 왔지만 변칙적인 ‘부 대물림’은 멈추지 않고 있다. 보다 못한 정부가 드디어 칼을 빼 들었다. 내부거래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 관행을 손 볼 태세다. 어디 어디가 문제일까. <일요시사>는 연속 기획으로 정부의 타깃이 될 만한 ‘얌체사’들을 짚어봤다.

오너 두자녀 주요주주…매출 97% 모회사서 올려 
‘15억원→2330억원’8년간 밀어준 금액 기하급수



소위 ‘잘나가는’재벌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서울반도체는 지난 9월 기준 총 9개(해외법인 포함)의 계열사를 두고 있다. 이중 오너일가 지분이 있으면서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곳은 ‘서울옵토디바이스’(이하 서울옵토)다. 이 회사는 모회사가 일감을 몰아줘 실적이 거의 ‘안방’에서 나왔다.

서울옵토의 모기업인 서울반도체는 미국계 반도체 제조업체 훼어차일드에서 근무하던 엔지니어들과 일본의 광반도체 전문가들이 모여 1987년 설립한 회사로 1992년 이정훈 회장이 인수했다. 이 회장은 재계에서 드물게 자수성가한 오너다. 고려대 물리학과와 미국 오클라호마대에서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마치고 1977년 제일정밀공업에 입사한 뒤 삼신전기 부사장 등을 거쳤다.

매출 160배 늘어

이 회장은 서울반도체 대표이사로 취임해 강력한 리더십으로 경영 전반의 혁신을 주도하고 과감한 기술 개발 투자를 진행했다. 이 결과 발광다이오드(LED) 전문 기업으로 국내외 시장에서 굳건한 입지를 구축하게 됐다. 이 회장은 2002년 1월 서울반도체를 코스닥에 상장시켰고, 한달 뒤 반도체소자 제조업체인 서울옵토를 설립해 다이오드, 트랜지스터 등 LED칩을 생산하고 있다.

이 회장이 서울반도체와 함께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서울옵토는 창업 이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03년 15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2399억원을 기록했다. 8년 만에 무려 160배에 이르는 성장을 이룬 셈이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의 경우 매년 적자를 면치 못하다 지난해 처음으로 42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서울옵토는 올해 가동률 상승으로 실적 개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증권가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몸집도 크게 불었다. 자본금은 52억원에서 149억원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총자산과 총자본은 84억원, 24억원에서 4215억원, 212억원으로 불어 각각 50배, 9배 정도씩 증가했다. 직원수도 60여명에서 900명으로 늘었다.

문제는 서울옵토의 자생 능력이다. 대부분의 매출이 ‘집안’에서 나왔다. 모회사에서 ‘힘’을 실어주지 않으면 사실상 지속이 불가능한 상황. 주로 서울반도체에 제품을 납품하다보니 내부 물량이 없으면 문을 닫아야 할 판이다.

서울옵토는 지난해 매출 2399억원 가운데 무려 97%인 2330억원을 서울반도체와의 거래로 올렸다. 서울반도체는 서울옵토와 LED칩 등의 공급계약을 맺고 일거리를 넘겨줬다. 2009년에도 내부 매출이 73%나 됐다. 총매출 461억원에서 서울반도체와 거래로 거둔 금액이 336억원에 달했다.

그전에도 마찬가지. 서울옵토가 서울반도체와 거래한 매출 비중은 ▲2003년 93%(총매출 15억원-서울반도체 거래 14억원) ▲2004년 97%(29억원-28억원) ▲2005년 82%(45억원-37억원) ▲2006년 78%(99억원-77억원) ▲2007년 51%(187억원-96억원) ▲2008년 56%(180억원-101억원)로 나타났다.

서울옵토는 올 들어서도 6월 말까지 서울반도체 거래액이 1162억원에 이른다. 이 기간 매출이 1248억원이란 점을 감안하면 상반기 내부거래율은 93%가 넘는다는 계산이다.

이쯤 되자 외부 회계법인은 서울옵토를 감사하면서 특수관계자와의 거래를 부각시킨 보고서를 내고 있다. W회계법인은 서울옵토 감사보고서에서 “감사 의견에는 영향이 없지만 감사보고서 이용자의 합리적인 의사결정에 참고가 되는 사항”이라며 매출과 매입, 채권·채무 등 서울반도체와의 거래 내용을 매년 제시해 왔다. 서울옵토 측도 “전체 매출 중 서울반도체에 대한 매출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서울반도체는 그동안 재벌기업들의 일감 몰아주기 ‘블랙리스트’에 오르지 않았지만, 사실 오너일가 소유의 특정 자회사에 물량을 밀어주는 편법 지원이 심한 곳”이라고 지목했다. 이어 “창업 초기 내부거래율이 높았던 서울옵토는 차츰 낮아지다가 최근 몇년 사이 다시 높아지는 추세”라며 “그 금액을 보면 지난 8년간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으로, 지난해 수천억원대로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줄다 다시 높아져

서울옵토와 서울반도체간 내부거래가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오너일가 지분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서울옵토는 이 회장의 두 자녀 민호·민규씨가 주요주주로 있다. 각각 13.69%씩 모두 27.38%의 지분을 갖고 있다.

서울옵토의 최대주주인 서울반도체(39.81%)에도 둘의 지분이 있다. 역시 똑같이 8.71%씩 쥐고 있다. 이들은 2008년 이 회장으로부터 주식을 증여받았다. 이 회장은 서울반도체 지분 18.74%를 소유 중이다.

올해 31세인 민호씨는 해외에서 학위를 취득한 뒤 2009년 재무회계 부서에 대리로 입사해 현재 자금 관련 업무를 맡고 있다. “회사 경영 전반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자금 업무부터 시작하라”는 이 회장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후문. 25세인 민규씨는 해외에서 유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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