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뒷담화> 재벌사위 토사구팽 속사정

2011.10.20 13:35:00 호수 0호

장인에 엉기다 맨몸으로 쫓겨났다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재계에 한 소송 결과가 시선을 끌고 있다. 지금은 남남이 된 옛 재벌 장인과 사위가 수십억원대 주식 소유권을 두고 진흙탕 싸움을 벌였는데, 그 내막이 한마디로 기가 막히다. 한 식구였던 이들은 어쩌다 소송까지 갔을까. 그리고 그리 좋던 사이는 왜 틀어졌을까. 한편의 막장 드라마를 연상케 하는 이 사건의 전말을 담아봤다.


세간의 관심을 끌었던 모 업체 A회장과 옛 사위 B씨가 벌인 소송이 결국 A회장의 승리로 끝났다. 대법원 1부는 지난 3일 B씨가 “A회장이 자신의 회사 지분 빼돌렸다”며 A회장을 상대로 낸 횡령금 등 청구소송에서 A회장의 손을 들어준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해당 주식은 사실상 장인인 A회장의 것”이라며 “B씨의 청구 소송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이로써 2007년 B씨가 소송을 제기한지 4년 만에 진흙탕 싸움이 일단락됐다. 사실 A회장과 B씨 사이가 처음부터 나빴던 것은 아니다. 두 사람은 창업 초기 서로 의지하며 회사를 일군 둘도 없는 ‘사업 파트너’였다.

나중에 ‘본전’ 생각?

1992년 A회장의 장녀와 결혼한 B씨는 이듬해부터 장인의 회사에서 관리과장으로 근무하기 시작했다. 이후 둘은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며 회사를 키워나갔다. 회사는 1990년대 말부터 급성장해 2000년대 초 업계 선두자리에 올라섰다.

B씨는 A회장에게 능력을 인정받아 2003년 상무이사까지 맡았다. 뿐만 아니라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회사 주주명부에도 전체 주식의 12%인 12만주를 가진 것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 주식은 1990년대 A회장이 액면가 1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인 뒤 B씨에게 증여한 것이다.

그러나 코스닥 상장 과정에서 일이 터졌다. 회사는 2003년과 2004년 한 차례씩 실시한 유·무상 증자에서 B씨의 주식을 실권처리하고 이를 우리사주에 배정했다. 


B씨는 뒤늦게 발끈했다. B씨는 2007년 3월 “A회장에게 증여받은 주식 12만주에 대한 유상증자분 등을 배정받지 못했다”며 A회장을 상대로 23억6000만원을 요구하는 횡령금 청구소송을 법원에 냈다. 이에 A회장은 “해당 주식은 사위에게 명의신탁한 것”이라고 맞섰다.

청구액 24억6000만원은 B씨가 실권하지 않았을 경우 소유했을 주식을 당시 시세로 계산한 금액과 그동안 받지 못한 배당금을 합산한 금액이다. 소송이 경영권 분쟁으로 비춰지자 회사 측은 “B씨가 경영진을 압박하기 위해 관련 법률을 악용해 횡령 소송을 제기했다”며 “회사의 문제가 아닌 단순 가족간의 분쟁으로 횡령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소송은 일진일퇴 공방전으로 다소 복잡하게 흘러갔다. 2008년 2월 1심은 A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B씨가 주식 12만주를 자기 돈으로 사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A회장이 주식의 실제 소유자로 보고 B씨가 낸 소송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B씨 명의로 인수된 주식에 대한 주금 및 이로 인해 발생한 증여세를 모두 A회장이 납부한 점 등에 비춰 B씨가 A회장에게 명의신탁한 것”이라고 판결했다.

B씨는 다음달 곧바로 고등법원에 항소했다. 1심 판결에 승복하지 않고 2심 소송을 제기한 것. 회사 관계자는 “1심 소송이 기각됐는데도 B씨가 억지를 부리고 있다. 항고심도 1심과 같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사업파트너로 손발 맞추다 회사 성장하자 등 돌려 
25억 주식 두고 진흙탕 싸움…중간에 집안서 퇴출

그러나 법정분쟁 2라운드에선 B씨가 일부 승소했다. 서울고법은 2009년 6월 원고패소한 1심을 깨고 “A회장은 B씨에게 민법상 소멸시효가 지나지 않은 실권한 6만주에 대해 6억4000만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재판부는 “명의신탁에 대한 명백한 합의가 없었던 점으로 미뤄 해당 주식을 B씨의 소유로 볼 수 있다”며 “A회장 측의 일부 증언은 믿을 수 없고 명의신탁에 관한 합의가 있었다는 A회장의 주장도 증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B씨의 미소도 잠시. 대법원은 2009년 11월 “원고가 주장하지 않은 무상증자 주식 6만주에 관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원심은 위법하다”며 원심이 지급명령한 6억4000만원 중 6억2000만원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를 받아들인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지난해 3월 “B씨가 자신의 주식이 실권 처리되는 것을 인지하고도 장기간 이를 묵인했다. 이는 사후에 묵시적으로 동의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B씨의 패소를 결정했고, 결국 최종 결정권을 쥔 대법원이 이번에 “서울고법의 판결은 정당하다”고 확정한 것이다.

가정 잃고 돈 날리고


재판부는 “B씨의 주식을 실권 처리하고 우리사주에 배정한 점은 인정되지만, 이 과정에서 A회장이 재산상 이득을 얻지 않았다”며 “또 B씨는 실권 사실을 알았지만 무상증자와 배당 등 후속조치가 이뤄지는 기간 동안 이를 묵인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암묵적 승낙을 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B씨는 A회장과 주식분쟁을 겪으면서 처갓집 식구들과 관계가 극도로 악화됐다. 부인과도 거의 남남처럼 지내다 결국 2008년 이혼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일각에선 B씨가 주식 실권이 있었던 2004년 소송을 내지 않고 3년 뒤 문제를 제기한 것을 두고 부인과 사이가 틀어지자 ‘본전’ 생각이 난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하여튼 B씨는 소송 과정에서 가정도 잃고, 돈까지 받지 못하는 신세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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