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 스파우즈’ 실태

2011.09.08 14:00:00 호수 0호

기혼남여, 회사 가면 또 다른 남편과 아내가?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세상은 변하고, 변화된 세상은 새로운 삶의 방식을 만들어낸다. ‘오피스 와이프, 오피스 허즈번드’라는 신조어도 그 중의 하나. 여성의 사회진출 증가와 경제 불안이 지속되면서 맞벌이부부가 점차 늘고 있고, 하루의 대부분을 집보다는 직장에서 보내는 기혼남녀들이 많아지다 보니 자연스레 생긴 현상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남녀들은 얼마나 많은 직장 내 아내 또는 남편을 두고 있을까?

남 2명중 1명, “직장 내 오피스 와이프 있다”
남 70% “이성 직장동료에 성적매력 느낀다”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 생각해보라. 출근 후 모닝커피 한 잔 마시면서 간밤에 본 TV프로그램 이야기를 나누고 점심메뉴를 함께 고민하고, 업무시간에는 일에 대한 조언을 주고받다 퇴근 후 회식자리에선 함께 스트레스를 푸는 이성직장동료가 있는지. 바로 그런 사람을 일컬어 ‘오피스 스파우즈’라고 한다. 마치 내 아내처럼, 남편처럼 친한 회사동료를 말하는데,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집에서 보내는 시간보다 많아짐에 따라 생기는 신풍속도다.

지난 8월 31일 결혼정보회사 ‘듀오’에 따르면 직장인 기혼자들 사이에서 ‘오피스 스파우즈’가 급속도로 번지고 있다.

실제 부부보다 편해?



듀오가 지난 8월 10일부터 23일까지 전국 기혼남녀 320명을 대상으로 오피스 스파우즈 존재에 대한 인식을 알아본 결과, 남성의 2명 중 1명이 ‘오피스 와이프가 있다’고 답해 눈길을 끌었다.

직장인 기혼자들에게 오피스 스파우즈 존재여부를 묻자 남성은 56.7%(72명), 여성은 31.6%(61명)가 ‘있다’라고 답해 여성보다 남성들이 직장 내 이성동료와 더 친밀하게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에 참여한 직장인 류모(30·남)씨도 직장 내 아내가 있다고 답했다. 그는 “어차피 같이 일해야 할 남녀직원끼리 껄끄러운 관계를 맺는 것보다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며 “나도 처음에는 업무에 관한 얘기를 나누기 시작하다가 나중에는 시시콜콜한 얘기까지 나누는 사이로 발전했고, 이제는 심지어 부부사이의 고민을 털어놓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응답자를 대상으로 오피스 스파우즈와의 하루 평균 대화시간을 측정한 결과 ‘70분’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하루 평균 부부 대화시간인 ‘61분’보다 높은 수치로 부부간 대화시간이 직장동료와의 대화시간보다 못 미치는 것으로 밝혀졌다. 

오피스 스파우즈와 주로 하는 대화내용으로는 ‘회사관련(직장 및 조직)’이 응답자의 48.1%(64명)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업무’(18.8%), ‘취미?관심사’(11.3%), ‘사회이슈’(10.5%), ‘가정사’(5.3%), ‘직장 외 인간관계’(3.0%), ‘진로 및 비전’(2.3%), ‘기타’(1.7%)순으로 집계됐다.

직장인 김모(38·남)씨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고민을 나눌 누군가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며 “과중된 업무 스트레스, 회사 동료와의 불필요한 갈등은 왠지 아내보다는 회사동료에게 토로 하는 게 편하다”고 말했다. 

성적 접촉만 없으면 OK?

한편 오피스 스파우즈의 존재에 대한 의견을 묻자 남녀 공히 ‘적정한 선만 유지한다면 무방’(60.6%)하다고 답했지만 그 뒤를 잇는 응답은 남녀가 각각 상반된 의견을 보였다. 여성 24.9%(48명)는 ‘부부관계를 해칠 수 있으니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었지만 남성 23.6%(30명)는 ‘직장생활에 활력소가 되므로 필요하다’다고 답했다. 이는 여성보다는 남성이 오피스 스파우즈에 대해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결과다.

직장인 이모(29·여)씨는 “사회생활을 하는 이상 이성동료가 없을 수 없는데, 남편이 싫어한다고 이성동료랑 말도 못 섞고 살수는 없기 때문에 적정한 선의 유지가 가장 중요한 게 아닐까 싶다”며 “그러나 직장동료 이상의 친밀함을 보여주면서도 불륜(외도)이 아닌 애매모호한 상황이 내 남편에게 감지된다면 박탈감이 느껴질 것 같다”고 전했다.

오피스 스파우즈와의 불륜 판단 기준에 대해서는 남성은 ‘성적 접촉이 있는 경우’라는 답변이 63%(80명)로 가장 많았지만 여성은 ‘성적 접촉이 없어도 지속적인 연락’이라는 답변이 63.2%(122명)로 가장 높았다. ‘지속적인 교류 없이 존재 자체만으로 외도’라는 의견도 전체 응답자 중 1.9%(6명)를 차지했다. 

직장인 심모(32·여)씨는 “내 배우자가 오피스 와이프를 만들어도 되느냐고 묻는다면 쉽게 허락하지 않겠다”며 “아무리 감정이 없는 업무관계라 해도 남녀관계란 여러 가지 변수가 생기 듯 영원히 공적관계만 지속되리라는 보장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오피스 스파우즈에게 성적 매력을 느낀 적이 있냐는 질문에 여성은 ‘성적 매력을 느낀 적이 없다’는 의견이 70.5%(43명)로 가장 높은 반면, 남성은 ‘성적 매력을 느낀 적이 있다’는 답변이 69.4%(50명)로 나타나 성별 간 의견 차이를 나타냈다.

이미경 듀오라이프컨설팅 총괄팀장은 “기업의 일과 가정의 균형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조직의 정서적 지원만큼 가정의 정서적 지원 역시 필요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며, "조직 내에서의 정서적 지원은 직장동료들과의 관계가 배우자나 타인이 보기에도 적정한 수준으로 건강하게 유지될 때 가능한 것이며, 이에 못지않게 가정에서도 부부간 충분한 대화와 공감으로 건강한 부부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