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명동 3구역 재개발 지연되는 내막 <현장취재>

2011.06.27 06:00:00 호수 0호

2011년 명동의 ‘잠 못 이루는 밤’

[일요시사=이성원 기자] 서울의 번화가 명동. 맛있는 먹거리와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며 한국인은 물론 외국인들에게도 한번쯤은 꼭 들러봐야 될 명소로 손꼽히는 곳이다. 이렇게 화려하게만 보이는 명동의 또 다른 한 곳에서는 서로간의 이익다툼을 놓고 치열한 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명동 3구역 재개발 문제를 놓고 충돌하고 있는 상인과 시행사 측의 입장을 취재했다.

상인 측···적절한 보상 요구하며 4개월 째 연일 농성
시행사 측···“형평성 때문에 무리한 요구 수용 불가”

지난 19일 오후 명동 3구역 재개발 지역에서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다. 재개발에 항의하며 명동 3구역에 위치한 카페 ‘마리’에서 농성 중이던 명동 3구역 상인 11명이 재개발 시행사 측이 고용한 용역직원 약 20여명과 몸싸움을 벌이게 된 것. 이날 세입자들은 용역직원들에게 격렬하게 대응했고 이 과정에서 부상을 당하는 사람이 속출하는 등 불상사도 발생했다.

지난 21일 농성이 진행 중인 카페 마리를 찾아가 봤다. 명동 3구역에 위치한 이 카페도 재개발 사업으로 인해 지난 14일 완전히 철거됐지만 상인들은 카페를 점거한 채 연일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카페 내부는 철거된 상태였고 벽에는 ‘모퉁이 식당’ ‘오징어 식품’ 등의 철거된 식당 이름들이 적혀있었다.

오전 일찍 이 곳을 방문했을 때는 계속되는 농성에 피곤에 지친 듯 아직 이불을 덮은 채 누워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들이 농성을 벌이는 근본적인 이유는 재개발로 인해 받게 되는 보상 금액이 터무니없이 적다는 것이다.



보상금액 생활도 어려워

이곳에서 삼계탕 집을 운영하던 원모씨는 “시행사와 구청에서 보상하겠다고 제시한 금액들로는 도무지 생활하기가 어렵다”며 “동일한 조건의 가게를 열 수 있는 보상을 받을 때까지 끝까지 싸울 것이다”고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원씨는 이어 “한 순간에 노숙자 신세로 전락해 기본적인 의식주문제도 해결하기가 어렵다”며 “세입자들을 아무런 대책없이 무대포로 밀어붙여 벼랑으로 몰아버리고 있는 현실에 사회가 공동으로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현재는 명동 3구역에서만 재개발사업이 확정됐으나 조만간 명동 2, 4구역도 재개발이 예정돼 있어 2, 4구역에 속한 상인들도 3구역 사태가 남의 일 같지는 않은 눈치다. 4구역에서 15년간 한식집을 운영하고 있다는 이씨는 “조만간 4구역에 속한 상인들에게도 닥칠 일이라 여겨져 이 자리에 와서 상인들과 의견을 나누려고 참여하게 됐다”며 “그동안 이곳에서 일한 상인들이 명동 상권에 기여한 점을 감안해서라도 보상 문제를 신경 써줬으면 좋겠다”고 입장을 피력했다.

4개월간 이어지고 있는 농성현장에서 특히 눈에 띄는 장면들이 있다. 대학생들이 이들과 함께 상주하며 이곳을 지키고 있는 것. 대학생들은 상인들이 용역직원과 다툼을 벌일 때도 함께 맞서 싸우면서 상인들을 지켜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도 약 5~6명의 남녀 대학생들이 이른 아침부터 이곳에 나와 상인들과 함께 하고 있었다. 이 자리에서 만난 한양대 재학생 김모씨는 “트위터를 통해 이번 사태에 대해 알게 돼서 참여하게 됐다”며 “보증금을 포함해 1억에 넘는 돈을 가게에 쏟아 부었는데 보상금은 몇 백, 몇 천 밖에 안 되는 것은 자본권력의 심각한 폐해다”라고 지적했다. 김씨는 이어 “젊은 대학생들이 이 자리를 지키는 것만으로도 용역들이 이곳을 침탈할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며 “상인들께서 우리 같은 대학생들이 함게 해주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고 말씀하셔서 뿌듯하다”고 했다.

합의점 찾기 어려워

명동 3구역 재개발 시행사는 명동도시환경정비사업(주)이다. 국민은행과 기업은행, 대우건설 등이 지분을 투자해서 만든 것. 시행사 측의 한 관계자는 이번 사태에 대해 “2009년부터 제 3구역 상인들 102세대와 보상문제로 협상을 진행해 합의점을 찾아 해결을 봤고, 아직 협상이 안 돼 남아있는 사람이 총 11명이다”면서 “이들은 보상금액보다는 가게를 요구하고 있는데 이 요구들을 들어주면 앞으로 2, 4구역 재개발을 추진하는데 있어서도 안 좋은 선례가 될 수 있을뿐더러 이미 합의하고 떠난 다른 3구역 상인들과의 형평성에도 어긋난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보상금액은 구청에서 지정한 감정평가법인에 의해 책정됐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가게 매출액에 의거한 것이었기에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다”며 “세무신고는 적게 해놓고 지금에 와서 자기 권리만 찾겠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의 관할관청인 중구청의 한 관계자는 “세입자들이 똑같은 조건의 가게를 얻어달라고 하는 것은 수긍하기에 무리가 있다”며 “현재도 상인들과 시행사 간의 합의점을 찾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세입자들이 현실적인 보상금액을 요구하면 원만히 해결하도록 중재할 것”이라며 “상인들의 권리금 문제는 법적 보장이 안 되어있기 때문에 해결이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렇듯 수개월 간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명동 3구역 재개발 문제는 서로의 상반된 입장 차가 너무 커 현실적인 합의점이 도출되지 않는 이상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어려울 전망이다.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