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님과 대학 간의 ‘기막힌 인연’ 살펴보니

2011.06.21 08:57:08 호수 0호

‘반값 등록금’ 주저하는 이유 있었네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는 단연 ‘반값 등록금’이다.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취임 후 ‘화끈하게’ 내뱉은 반값 등록금 정책을 두고 당내에서 우와좌왕 갈팔질팡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당 일부 의원들이 제동을 걸며 난항을 겪자 야당 인사들과 학생들이 촛불을 들고 청계광장으로 모여 반값 등록금의 빠른 시행을 촉구하고 나섰다. 그 가운데 한나라당에 유난히 사학재단 전·현직 이사로 관계 깊은 의원들이 많아 의혹의 눈길을 받고 있는데….

세계 2위 등록금 기록에도 ‘깎지 마’?  
사학재단 자유롭게 해주려 법 마련



우리나라 대학교의 등록금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로 비싼 수준이다. 등록금 1000만원 시대에 진입하며 서민가정은 파탄지경에 이르렀고, 등록금 고민으로 극단적 자살을 선택하는 학생들까지 늘고 있는 실정이다. 시급한 대책마련이 촉구되는 가운데 학생들의 ‘반값 등록금’ 열망은 더욱 뜨거워져만 가고 있다.

문제는 이명박 정부가 지난 대선 당시 반값 등록금을 공약으로 내세웠다는 점이다. 여기에  쇄신풍을 타고 당선된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도 지난달 22일 등록금을 체감 가능하도록 대폭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반대하는 이유 그거였어?

그러나 반값 등록금 실현방안을 두고 비싼 등록금 자체를 인하하자는 얘기가 아니라 국민들의 혈세로 반값을 메우자는 방안이 나오고 있어 논란이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는 상황이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사학재단이 비리로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에서 반값을 혈세로 투입할 경우 등록금을 더 인상해도 학생들의 체감도가 낮아 재단의 배만 채워 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일례로 지난 2007년 6월에 마산대 총장이 학교 교비를 횡령하여 호주법인에 골프장을 구입한 사실이 밝혀 사회적 물의를 빚은 바 있다. 또 지난해 10월 충청대 총장은 학교를 담보로 126억원을 대출받아 개인 자택구입과 자녀 유학비로 사용해 구속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비싼 등록금이 어이없는 결과로 돌아온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빙산의 일각이다. 사학재단이 이처럼 비리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서도 한나라당은 사학재단을 두둔하는 법안을 발표했다. 조전혁 의원이 대표 발의한 사학법 개정안은 한마디로 요약하면 ‘정부의 지원은 늘리고, 운영은 사학재단 자율에 맡기자’는 것이다.

즉 친족관계 이사 비율 폐지, 학교법인 해산 때 잔여재산의 30%를 설립자나 가족에게 지급하는 등 학교운영 쇄신보다는, 사학재단의 자율성을 강화하는 법안이다.

사학비리에 침묵하고 급기야 두둔까지 하며 등록금 인하에 반대하거나 혈세투입을 주장하는 데에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기 때문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먼저 한나라당의 잠룡으로 꼽히는 박근혜 전 대표와 정몽준 전 대표가 사학재단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다. 반값 등록금에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고 있지 않은 박 전 대표는 영남대 전 이사장을 역임했다. 현재도 박 전 대표가 추천한 인사들이 이사장으로 선임되어 있다.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은 지난달 24일 반값 등록금 논란에 대한 박 전 대표의 생각과 관련해 “등록금은 낮아져야 하지만 반값이라는 특정한 방식에는 동의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박 전 대표가 반값 등록금 정책 추진에 힘을 실어주는 것 아니냐는 정계의 관측과는 판이한 해석이다.

반값 등록금을 강하게 비판한 정 전 대표는 울산대학교 이사장이다. 정 전 대표는 지난 15일 중진회의 석상에서 새 지도부를 겨냥해 “쏟아지는 선심성 공약이 초등학교 어린애들 작문수준”이라고 우회적으로 반값 등록금 주장을 비난했다.

이밖에도 고흥길 의원은 경원대학 이사로, 김호연 의원은 서강대 이사, 윤진식 의원은 단국대 이사, 이은재 의원은 한독미디어대학원 이사, 장제원 의원은 동서대 이사 명함을 갖고 있다. 

장 의원은 본인의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현재 정치권에서 무조건 반값으로 내리겠다는 말 자체는 거짓말”이라며 “이러한 맥락에서 반값 등록금 문제는 정직하고 솔직하게 학생들에게 사죄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대학 이사뿐만 아니라 초·중·고 사학재단의 이사들까지 포함하면 현직의원인 강석호, 고승덕 , 나경원, 김태환, 여상규, 조진영, 정해걸, 김충환 의원 등이 있다. 여기에 총장직함이나 전직 의원들까지 포함하면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무엇보다 사립대는 대체적으로 보수세력을 지지하고 있다. 직접적인 직함이 없더라도 사립대 총장과 이사들은 정치후원금을 낼 수 있도록 되어 있어 친분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 모 대학 총장 취임식에 정치인들이 빠지지 않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사립대 등록금 인하를 우격다짐하기도 힘들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민심은 ‘반값’ 열망 타올라

민심은 반값 등록금에 대한 열망으로 불타오르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에 상당수의 의원들이 사학재단과 직·간접적으로 인연을 맺고 있어 반값 등록금 시행은 상당히 불투명한 상태이다.

눈에 띄는 대목은 최근 인터넷매체 뉴스톡과 여론조사기관 MRCK가 서울 48곳을 중심으로 19대 총선 가상대결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한나라당의 입지가 상당히 위태로움을 확인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한나라당은 20대의 지지율이 확연하게 낮은 수치를 보이고 있어 등록금 문제를 외면할 수만은 없는 딜레마에 빠져있다.

사학재단을 움직이는 정치권의 큰손 국회의원님들. 그들은 지금 불타는 ‘민심’을 받아들여야 할 지, 아니면 오랜 ‘인연’의 끈을 잡아야 할 지 선택의 기로에 놓여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내년 총선에서 표로 오롯이 나타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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