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대한항공 ‘언론 길들이기’ 논란 일파만파

2011.05.30 11:45:21 호수 0호

"기자 핍박, 재갈 물리려는 시도 중단하라!"

[일요시사=정혜경 기자] “기자를 핍박하고 입에 재갈을 물리려는 시도를 속히 중단하라.” 최근 한국여행기자포럼은 대한항공을 향해 이같이 성토했다. 이들은 또 대한항공의 부당한 언론탄압 행위를 좌시하지 않을 것을 경고했다. 대체 무엇이 이들을 이토록 분노하게 만들었을까. <일요시사>가 집중 조명해봤다.



불편한 내용 작성한 기자에 절독 신문 2400부 착불 배송
언론중재 시스템 거치지 않고 곧바로 고소로 언론탄압

시간은 지난 3월16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날 오후 <스포츠서울> 인터넷판에는 ‘대한항공의 저주, 광고 나오면 재앙’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게재됐다.

일본, 미국, 중국, 호주, 뉴질랜드 등 대한항공이 광고를 찍은 5개국에서 공교롭게도 쓰나미, 원전폭발, 지진 등 대형 재난이 일어나는 등 잇단 우연이 벌어지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광고업계의 우스갯소리로 회자되던 가십성 기사로, 조양호 회장의 3녀인 조현민 통합커뮤니케이션(IMC) 상무가 5편의 광고를 진두지휘했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오너일가 건드리면 고소

기사가 나간 이날 오후 대한항공 홍보담당 임원이 <스포츠서울>을 방문했다. 그는 “이런 기사가 나가면 해당 임원(조 상무)이 의기소침해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스포츠서울>은 “펙트(사실)가 틀린 것이 있으면 고치겠다”고 했으나 이 임원은 펙트에 대한 언급보다는 기사의 제목과 조 상무 부분에 대한 이의를 제기했다는 후문이다.

<스포츠서울>은 대한항공의 요구대로 조 상무 부분을 삭제하고 제목도 수정해 기사를 내보냈다. 다음날 발행된 종이신문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다음날인 3월17일 기내에 납품했던 <스포츠서울> 2400부를 편집국 항공담당인 이모 기자 앞으로 발송했다. 택배요금은 물론 착불이었다고 한다. 한마디로 ‘물’ 먹으란 뜻이다.

그 이튿날인 18일 오전, 대한항공은 법적 대응을 언급한 뒤 이날 오후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해당 기자에 대해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혐의로 형사고소 했다고 통보해왔다. 2400부에 달하는 기내지도 그 즉시 끊었다.

기사를 썼던 이 모 기자는 “출장 갔다가 돌아와 보니 책상 옆에 박스가 26개나 쌓여있더라”며 “최근까지 검찰에 불려 다니고 있고 항공담당인데도 항공 관련 기사를 제대로 쓰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형사소송이 끝나면 민사소송까지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스포츠서울>은 대한항공의 소송이 ‘언론 길들이기’라고 주장하고 있다. <스포츠서울> 측 관계자는 “그 정도 가십기사가 명예훼손이라는 게 황당하다”며 “불편한 기사가 나왔다고 이렇게 법적 소송까지 진행하는 것은 언론 재갈물리기의 한 유형”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대한항공의 이중적 잣대를 비판하기도 했다. 당시 ‘대한항공 저주’ 기사를 받은 곳은 <한경닷컴> <경향닷컴> <조선비즈> 등이었다. 이 중 <한경닷컴>과 <경향닷컴>은 곧바로 기사를 내렸다. 하지만 종편 제휴사인 <조선일보>의 자회사 <조선비즈>의 기사는 ‘대한항공, 참사를 예견했다?’라는 제목으로 한동안 남아있었다. ‘대한항공 광고 일지’라며 연도별 광고 목록도 새로 첨부했으나 무슨 연유에서인지 기사는 나중에 통째로 사라졌다.

이 같은 사실이 전해지자 한국여행기자포럼(회장 손원천·서울신문 문화부)은 최근 성명을 내고 “대한항공은 기자를 핍박하고 입에 재갈을 물리려는 시도를 속히 중단해야 한다”며 “한국여행기자포럼 회원 모두는 대한항공의 부당한 언론탄압 행위를 좌시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밝혀둔다”고 말했다.

한국여행기자포럼은 “대한항공 측이 언론중재위원회 제소 등 기사의 구제를 위한 통상적인 경로를 거치지 않고 곧장 형사고발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점, 기자 개인 앞으로 절독한 신문 2400부 가량을 착불 형식으로 보냈다는 점 등, 거대 기업이 상식 이하의 방법으로 기자 개인을 핍박하고 있다는 것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대한항공 측이 고발 당사자인 이모 기자의 소속 회사를 뺀 것도 이 기자를 고립시킨 뒤 입에 재갈을 물리려는 시도로 밖에 생각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국여행기자포럼은 또 “대한항공 측이 원하는 대로 이번 사태가 귀결된다면 이제 누가 대한항공에 쓴 소리를 할 수 있겠느냐”며 “이번 사태에서 보듯 기업들이 돈을 앞세워 사사건건 명예훼손 등의 고소 고발을 자행할 경우 기자들의 자기검열은 강화되고 취재활동 또한 심각하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손원천(서울신문) 한국여행기자포럼 회장은 “상식적이고 통상적인 언론중재라는 시스템이 있는데도 형사고발, 형사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언론 탄압의 소지가 있다고 본다”며 “거대기업이 기사에 대해 사사건건 법적 소송을 제기한다면 기자들의 자기검열이 강화되는 것은 물론 비판도 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쁜 언론’ 배후?

한편, 대한항공의 ‘언론 길들이기’ 의혹은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프라임경제>를 비롯한 5개 언론사는 대기업 이익단체인 한국광고주협회로부터 ‘나쁜 언론’이라는 오명을 쓴 바 있다. 이를 두고 언론계에선 “나쁜 언론 선정의 배후에 대한항공이 있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회자되고 있다.

<프라임경제>는 대한항공이 나쁜 언론을 기획한 이유는?이라는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객관적 비판기사를 통제하려다 먹히지 않자 광고주협회를 통해 ‘언론탄압’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증권신문>도 광고주협회 나쁜 언론 선정, 언론 길들이기 전형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나쁜 언론으로 선정된 매체 중 일부가 ‘특정 대기업’과 최근 불편한 관계에 있었다는 사실은 간과할 수 없다”며 “해당 대기업은 자사에 불리한 기사에 대해 본지를 비롯한 매체들에 지속적인 기사 삭제 강요와 협박을 일삼아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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