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일감 몰빵 대기업 내부거래 실태⑦동서그룹-성제개발

2011.05.27 19:27:03 호수 0호

커피명가 단물 쪽쪽 빨린다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기업의 자회사 퍼주기. 오너일가가 소유한 회사에 일감을 몰아줘 ‘곳간’을 채워주는 ‘반칙’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기업일수록 심하다. 시민단체들이 귀에 딱지가 앉도록 지적해 왔지만 변칙적인 ‘부 대물림’은 멈추지 않고 있다. 보다 못한 정부가 드디어 칼을 빼 들었다. 내부거래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관행을 손 볼 태세다. 어디 어디가 문제일까. <일요시사>는 연속 기획으로 정부의 타깃이 될 만한 ‘얌체사’들을 짚어봤다.

동서프리마, 맥심커피 등 ‘커피명가’로 유명한 동서그룹은 총 8개의 계열사를 두고 있다. 이중 비상장 계열사로 오너일가가 대주주인 ‘성제개발’에 일감을 몰아주고 있다. 계열사와 거래하는 방식으로 실적이 거의 ‘안방’에서 나왔다.

성제개발은 자본금 5000만원으로 1986년 6월 주택 공사와 분양, 주유소임대업 등을 사업목적으로 설립됐다. 1990년 3월 유동개발에서 지금의 상호로 변경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성제개발은 오너일가가 지분 80% 정도를 소유하고 있다. 김상헌 동서그룹 회장의 아들 김종희 ㈜동서 상무는 32.98% 지분율로 최대주주다. 지난 2월 ㈜동서의 경영지원 담당 상무이사(비상임)로 선임되는 등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선 김 상무는 동서그룹의 유력한 후계자다.

김 상무와 함께 김 회장의 부친 김재명 명예회장(21.61%), 동생 김석수 동서식품 회장의 두 아들 동욱(13%)·현준(10.93)씨, 특수관계인 문혜영(1.51%)·이지은(0.22%)씨 등 동서일가가 사실상 성제개발을 장악하고 있다. 나머지 지분은 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동서(19.75%)가 갖고 있다.



61억원→124억원

성제개발은 1999년 1%, 2000년 4%, 2001년 33%, 2002년 9%, 2003년 17%, 2004년 8% 등 공시를 시작한 1999년부터 2004년까지 내부 매출 비중이 낮았다. 한 조사 결과 지난해 말 기준 30대 그룹 중 총수 자녀가 대주주로 있는 20개 비상장사의 평균 내부거래 비중이 46%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별 문제가 없어 보인다. 30대 그룹 전체 계열사 평균 내부거래율(28%)보다도 적은 수준이다.

성제개발은 이후에도 관계사 의존도가 다른 대기업 ‘기생회사’들에 비해 그다지 높지 않았다. 성제개발이 계열사와 거래한 매출 비중은 ▲2005년 35%(총매출 141억-관계사거래 49억원) ▲2006년 20%(104억원-21억원) ▲2007년 45%(123억원-55억원) ▲2008년 33%(129억원-42억원) ▲2009년 54%(112억원-61억원) 등으로 나타났다.

이 회사의 자생 능력을 의심할 만한 ‘이상 징후’가 발견된 것은 지난해다. 그룹 차원에서 ‘힘’을 실어주지 않으면 지속이 불가능한 상황까지 이르렀다.

성제개발은 지난해 137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이중 124억원이 계열사에서 나왔다. 비율로 따지면 91%에 달한다. 성제개발에 일거리를 넘겨준 계열사는 ㈜동서(4억원), 동서식품(40억원), 동서물산 (67억원), 동서유지(10억원), 미가방유한공사(3억원) 등이다. 성제개발은 이들 계열사로부터 도급공사, 유류판매 등을 발주 받았다.

오너 3세 등 장악…매출 91% 계열사 물량
3인 황태자 입성 후 밀어준 거래 급상승

성제개발은 ‘떨어진 떡고물’덕분에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영업이익이 2009년 8억원에서 지난해 15억원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순이익도 7억원에서 13억원으로 뛰었다. 이는 성제개발의 관계사 매출이 같은 기간 61억원에서 124억원으로 2배가량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다시 말해 ‘밀어주기’효과를 톡톡히 본 셈이다. 성제개발은 2007년과 2008년에도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각각 9억원·8억원, 9억원·7억원으로 2009년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동서그룹 오너일가는 이같은 실적을 바탕으로 성제개발에서 짭짤한 현금 배당을 챙겼다. 성제개발은 지난해 주당 1000원씩 총 10억원을 주주들에게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이에 따라 김 상무 3억3000만원, 김 명예회장 2억2000만원, 동욱씨 1억3000만원, 현준씨 1억1000만원 등 오너일가는 8억원을 나눠 가졌다.

문제는 성제개발이 계열사와의 거래를 늘린 시점이다. 공교롭게도 대주주간 지분 이동과 맞물린다. 김상헌 회장은 2009∼2010년 자신의 성제개발 지분(32.98%)을 모두 김 상무에게 증여했다. 김석수 회장도 같은 시기 자신이 갖고 있던 지분(23.93%)을 쪼개 동욱·현준씨에게 넘겼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오너 3세들이 성제개발 대주주로 등극한 이후 관계사 매출 비중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며 “후계자가 지분을 소유한 비상장 계열사를 키워 경영권 승계에 이용하는 전형적인 밀어주기 의도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경영권 승계용?

성제개발 외에도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동서그룹 계열사는 또 있다. 동서유지와 동서물산이다. 커피포장 업체인 동서유지는 지난해 매출 1394억원 가운데 97%인 1351억원을 ㈜동서(268억원), 동서식품(1083억원) 등 계열사와의 거래로 올렸다. 2009년에도 관계사 매출이 94%에 달했다. 총매출 1308억원에서 관계사 거래로 거둔 금액이 1232억원이나 됐다.

차류가공 업체인 동서물산의 경우 100% 동서식품 물량으로 유지되고 있다. 지난해 매출 631억원이 모두 동서식품에서 나왔다. 2009년에도 동서식품을 등에 업고 54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다만 두 회사는 오너일가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동서유지의 대주주는 외국계 기업인 크래프트푸드(49%)와 ㈜동서(19%)다. 동서물산 최대주주는 ㈜동서로 62.5%의 지분이 있다. ㈜동서는 김상헌·김석수 회장이 각각 36.53%, 20.13%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등 친인척 지분이 68.34%에 이른다.



성제개발 기부 실태
수백억 매출에 기부금 ‘0원’


동서그룹 계열사들이 밀고 있는 성제개발은 기부를 얼마나 할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성제개발은 지난해 기부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다. 매출 137억원, 영업이익 15억원, 순이익 13억원에도 기부액은 ‘0원’이다. 그전에도 마찬가지다. 2000년 이후 단 한 번도 기부한 적이 없다. 다만 처음으로 공시한 1999년 100만원을 기부한 것이 고작이다.

동서유지와 동서물산은 지난해 각각 400만원, 1억원을 기부했다. 동서유지는 지난해 매출 1394억원, 영업이익 165억원, 순이익 133억원을 올렸다. 동서물산은 매출 631억원, 영업이익 102억원, 순이익 87억원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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