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지주-외환은행 인수 무산위기 후폭풍

2011.05.30 10:47:56 호수 0호

고개 숙인 ‘하나’ 여유만만 ‘론스타’

[일요시사=송응철 기자] 외줄 타듯 위태롭게만 보이던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전. 결국 터질 게 터졌다. 론스타에 대한 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올 때까지 판단을 보류한다는 금융당국의 입장이 발표된 것. 외줄에 한쪽다리만 간신히 걸친 형국이다. 하나금융의 고개는 푹 떨어졌다. 주가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웠고 투자자들의 반발을 생각하면 치가 떨린다. 다급한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즉시 간담회를 열고 대책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뾰족한 수는 없다. 김 회장은 1%의 가능성만 있어도 전력을 다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그게 그렇게 쉬워 보이지만은 않는다.



금융당국, 론스타 대주주 적격성 “법원 판결 나올 때까지”
시가총액 10조8157억에서 9조1994억…1조6163억 감소

외환은행 인수 승인은 지난 3월11일 대법원이 유회원 전 론스타코리아 대표의 외환카드 주가조작 혐의에 대해 유죄 취지의 판결을 내리면서 연기되기 시작했다. 이후 금융당국은 이 문제를 놓고 고민을 거듭했다. 만일 론스타에 유죄 판결이 내려질 경우 론스타는 외환은행 대주주자격을 잃을 수 있어서다. 그러던 지난 12일, 금융당국은 외환은행 인수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론스타에 대한 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올 때까지 판단을 보류한다는 것이었다.

하나금융지주의 고개가 맥없이 떨어졌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 표정이다. 거센 후폭풍이 휘몰아칠 게 뻔히 보이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하나금융의 주가에 앞으로 다가올 재앙의 전조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외환카드 주가조작
유죄 취지 판결에 연기

금융당국의 발표 하루 뒤인 지난 13일, 주식시장에서 하나금융은 오전부터 하향 곡선을 그렸다. 그 끝에 무려 14.94% 떨어진 3만785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에 따라 시가총액도 12일 10조8157억원에서 13일 9조1994억원으로 1조6163억원이나 줄었다. 하나금융이 하한가를 기록한 것은 지난 2008년 11월20일 이후 약 2년 반 만에 처음이다.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두려운 건 외환은행 인수 조건으로 유치한 투자자들의 반발이다. 유상증자에 참여한 투자자들은 주당 4만2800원에 하나금융 주식을 매입했다. 만약 외환은행 인수가 무산되면 하나금융 주가는 외환은행 인수 프리미엄이 반영되기 전 수준(작년 11월15일 기준 3만2100원)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투자자들은 막대한 손해가 불 보듯 뻔하다. 투자자들의 대규모 손해배상 청구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이 경우 하나금융은 엄청난 타격이 불가피하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하나금융지주는 지난 13일 긴급 이사 간담회를 열고 후폭풍 차단에 나섰다.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 앞에선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낯빛은 어두웠다. 김 회장은 외환인수 추진을 끝내지 않을 것임을 확실히 했다. 이를 위해 론스타와 계약 연장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하나금융과 론스타가 지난해 11월 체결한 외환은행 주식매매계약(SPA)에 따르면, 지분 매매계약은 24일로 시한이 만료되며 양측 모두 계약을 파기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김 회장은 투자자들 달래기에 나섰다. 김 회장이 빼든 카드는 ‘자사주 매입’이다. 주가 하락으로 손해를 본 재무적 투자자들을 자사주 카드로 달래 외환은행 인수 무산의 불똥이 소송전으로 비화하는 것을 막으려는 복안이다. 김 회장은 “론스타와 외환은행 인수 계약이 파기 된다면 자사주 매입도 고려하고 있다”며 “자사주를 매입하면 재무적인 투자자들에게도 유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즉시 론스타와의 외환은행 인수계약 연장 협의에 착수했다. 김 회장은 “외환은행 인수가 보류됐지만 인수 추진을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다급한 하나금융과 달리 론스타는 느긋하다. 표정에는 여유가 넘친다.

론스타는 그동안 외환은행에 2조1548억원을 투자해 지난해 말까지 배당으로 1조2130억원, 지분 13.6% 매각대금으로 1조1928억원 등 2조4058억원을 이미 회수했다.

만약 금융당국의 승인이 늦어지더라도 론스타로선 별 피해가 없다. 외환은행은 지난달 현대건설 매각으로 9000억원의 특별이익을 실현했고, 하이닉스 매각도 앞두고 있다. 지난해 외환은행의 배당성향은 68.51%다. 매각이 결렬될 경우 론스타는 올해 2분기에 현대건설 매각대금 일부를 중간 배당을 통해 가져갈 수 있다. 지난해 배당성향을 적용해 보면 2분기 중간 배당에서 론스타가 챙길 수 있는 금액은 3000억원 이상이다.

투자자들 반발에
자사주 매입 카드

또 론스타는 하나금융과 계약이 파기될 경우 다른 상대와 재매각 협상에 나설 수도 있다.

법원의 판결도 부담이 없다. 문제가 된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이 고등법원의 유죄판결로 대주주 부적격 판단이 내려질 경우 론스타는 외환은행 보유 지분 중 10%초과분에 대해서 6개월내 강제매각해야 한다. 하지만 외환은행은 시장에서 매력적인 매물이다. 얼마든지 인수상대를 구할 수 있는 상황이다. 메가뱅크를 추진하고 있는 산은금융지주는 시너지 차원에서 외환은행 인수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경영권 프리미엄 제약이나 인수대상을 제한하는 규정이 없는 점도 론스타에 유리한 부분이다.

론스타로선 안달할 이유가 전혀 없다. 주도권은 론스타에 있다. 이는 하나금융이 불합리한 조건에서 협상을 벌일 수밖에 없단 것을 의미한다. 론스타가 연장을 전제로 지연배상금 조건(현재 매월 주당 100원씩 증가)을 높이거나 기간을 짧게 하는 식으로 하나금융 측에 불합리한 조건을 내걸 가능성도 배제 할 수 없다.

투자자들 대규모 손해배상 청구 예상…막대 타격 불가피
인수 무산 시 외환은행 인수와 맞물린 김 회장 거취 위태


상황이 이렇다보니 하나금융 내부에선 외환은행을 제외한 다른 대안으로 방향을 빨리 선회해야 한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하나금융 복수의 관계자들은 “이미 포기했다는 내부 시각이 많다”고 전했다. 이는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올 때까지 승인이 없을 것이란 정부 입장이 확정된 상태에서 론스타가 조기 가격 확정 등 위험을 감수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일단 가계약 방식으로 계약을 맺어둔 뒤 법원 판단이 나오면 가격을 최종 확정하는 식의 오픈계약이나 배당권리를 확보하는 선에서 합의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한푼이라도 더 챙기려는 론스타가 다른 잠재 인수주체들의 참여를 굳이 배제할 이유가 없다는 지적이 많다.

이 같은 지적을 뒤로 한 채 김 회장은 재계약을 위해 늦어도 이달 말까지 론스타 본사가 있는 미국이나 작년 11월 계약을 한 영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을 예정이다. 1%의 가능성만 있어도 전력을 기울인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김 회장이 주변의 우려를 무릎 쓰고 인수를 강행하는 데는 그만한 사정이 있다.

김 회장은 지난해 말 외환은행 인수를 선언하면서 회장 연임에 안착했다.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인수 작업 마무리와 조직 안정화를 위해 김승유 회장이 적임자라고 판단해 추대했다”고 밝혔다. 거취가 자체가 외환은행과 맞물려 있는 셈이다. 이는 외한은행 인수 작업이 무산될 경우 자리가 위태로울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금융당국의 결정을 두고 김 회장의 거취에 대한 질문이 쏟아진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김 회장 본인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은 12일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금융위원회가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안 처리를 무기한 연기하면서 무산 가능성이 커지자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회장직에서 물러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하나금융-김 회장
한 배 탄 입장

문제는 하나금융지주가 김 회장과 한 배를 타고 있다는 것이다. 외환은행 인수에 실패할 경우 김 회장이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만으로 일단락되지는 않을 것이란 말이다.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하게 되면 금융시장의 경쟁구도는 우리 KB 신한 등과 함께 자산 300조원 이상의 ‘빅4’ 금융지주 체제로 굳어질 것으로 예상돼 왔다. 하지만 실패할 경우 하나금융의 총자산은 207조원(3월말 기준)에 그쳐 규모의 경쟁에서 밀려나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하게 되리란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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