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당권 전쟁’ 50일 돌입 내막

2011.05.23 14:50:53 호수 0호

야권대통합·정권교체 ‘두 마리 토끼’ 잡을 이는?

한나라당에서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줄이기 위해 시작된 ‘대권·당권 분리’는 민주당에도 적용된다. 이 룰은 지난해 9월 당헌·당규 개정을 통해 도입됐다. 이에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잠룡들은 이번 전당대회에 불참할 것으로 예상된다. 4·27 재보선 승리 후 정권교체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민주당의 차기 리더 자리는 과연 누가 차지할까.

박지원 “집권 위해 벽돌 놓겠다”     
대권 앞둔 잠룡들은 ‘불출마’ 예상



차기 당대표 후보로는 “민주당의 집권을 위해 벽돌 한 장이라도 놓겠다”며 당권 도전 의사를 강력하게 시사한 박지원 전 원내대표를 비롯해 문희상 전 국회부의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한편에선 기존 인사 외에 외부인사 영입론도 꾸준히 나온다. 정동영, 정세균 최고위원 등 ‘잠룡군’ 중에서 대선 경쟁 이탈자가 나올 경우 당권 도전으로 선회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당대표 등 지도부로 선출된 인사는 내년 대선에 도전할 경우 중간에 당권을 내놔야 한다. 대선 1년 전인 올 12월까지는 지도부에서 사퇴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차기 대권 도전이 유력한 손학규 대표가 ‘대선 출마’를 공식화하면 민주당은 올 12월 전당대회를 거쳐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해야 한다.

당대표는 아무나 하나

이에 각각의 후보들은 내심 마음의 결정을 내린 듯 보인다. 그 중 지난 13일 임기를 마친 박 전 원내대표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 당시만 하더라도 “민주당의 집권을 위해 수위라도 하겠다”고 말했던 그가 불과 2개월 만에 입장을 구체화한 것이다. 결국 그가 말했던 ‘수위’는 ‘당대표’였던 것이다.

그는 원내대표 퇴임 고별만찬에서 “민주당이 정권 한번 잡자. 내가 선봉에 서서 하겠다”면서 “다함께 힘을 모으자. 나도 마지막 불꽃을 태우겠다”며 당권 도전의사를 확실히 한 것이다. 이 자리에서 일부 의원의 ‘선창’으로 유행가를 패러디한 “당대표는 아무나 하나, 민주당에는 박지원뿐이야”라는 노래까지 울려 퍼질 정도로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됐고, 당내 의원들도 박 전 원내대표의 차기 당대표를 지지했다.

박 전 원내대표는 퇴임 직전까지 ‘왕성한 활동’을 하며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해 눈길을 끌었다. 이를 두고 “마무리 활동이 아닌 새 출발을 하는 사람 같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실제로 그는 최근 한 달간 TV 및 라디오 출연과 신문 인터뷰, 기자간담회 등의 형식으로 40여 차례나 언론과 접촉하며 자신을 ‘어필’했다.

이 같은 박 전 원내대표의 행동은 차기 당권주자 중 유력 주자로 각인시키기 위함으로 풀이 됐다.

아울러 “야권이 통합·연합·연대해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함으로써 이런 불행한 역사가 연속되지 않게 만들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사실상 차기 당권도전 의사를 밝힌 그의 이 같은 움직임이 되레 손 대표의 입지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박 원내대표의 자극적 발언들이 손 대표의 존재감을 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박 전 원내대표는 손 대표의 대권행보 집중을 위한 ‘조기 전대론’과 관련해 “현재 당헌 당규대로 12월 예정대로 전당대회를 하는 것이 좋다”며 “손 대표도 충분히 당내에서 리더십을 발휘하고 국민의 검증과 당원의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지금이기 때문에 12월까지 진두지휘하는 것이 본인과 당을 위해 좋다”고 주장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인연으로 정계에 입문한 박 전 원내대표가 당원들 장악하게 된다면 과거 ‘친DJ계’의 정치적 성향이 민주당을 장악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한편 ‘잠룡군’ 중에서도 당대표가 나올 가능성도 적지 않다. 정동영 최고위원과 정세균 최고위원은 현재 대권을 노리며 안팎으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잠룡이라고 모두가 승천할 수는 없는 법. 대선주자 경쟁에서 밀리게 된다면 이들 역시 행보를 바꿔 당대표에 도전할 가능성도 배제 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최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동영 최고위원은 “지난해 10·4 전당대회 이후 민주당은 ‘담대한 진보의 길’을 선택했다. 민주당 강령에 ‘보편적 복지’를 새겨 넣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일부 의원은 우리 당의 강령과 정치노선을 아직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며 ‘변신’을 꾀하고 있다. 이는 지난 대선 패배의 아픔 때문으로 보이며 최근에는 손 대표를 견제하려는 성향도 보이고 있다.

관리형 당대표 찾아라

정세균 최고위원 또한 고심 속에 반전의 기회를 찾고 있다. 성남 분당을 선거 이후 야권 내 차기 세력구도가 손 대표에게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때 당내에선 손 대표가 재보선에서 승리한 이후 정세균 최고위원이 ‘대권’보다는 ‘당권’ 쪽으로 목표를 바꾸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정세균 최고위원 측근들은 “당권 생각이 전혀 없다. 대선 행보를 계속할 것”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또 다른 후보로는 당의 원로 격인 문희상 전 국회부의장도 심심찮게 거론되고 있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서는 관리형 당대표가 필요한데, 문 전 부의장이 가장 적임자는 평가다. 

4·27 재보선 승리 후 당 지지율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민주당은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둔 중요한 시점을 맞이하고 있다. 차기 당 대표는 당을 이끌어 나감과 동시에 ‘야권대통합’을 이뤄내 ‘정권교체’를 이뤄내야 된다는 막중한 책임이 뒤따른다.

이미 총성 없는 전쟁은 시작되었다. 야권대통합과 정권교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가장 적합한 인물은 누가 될 것인지 벌써부터 결과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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