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묻지마’ 친박 열풍 이유

2011.05.23 14:30:42 호수 0호

“박근혜 없인 살아도 못 살아!”

여기저기서 ‘커밍아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알고 보면 나도 친박’이라는 외침이다. 박근혜 전 대표를 예찬하는 목소리가 높아져가고 있는 것. 총선을 앞두고 이러한 분위기는 더 가속화될 전망이다. 4·27 재보선 패배의 후폭풍을 벗어나지 못한 한나라당에게 박 전 대표는 유일한 ‘구원투수’이기 때문이다.

4·27 재보선 후 정치 위상 달라진 박근혜 
총선 앞둔 출마자들 “나도 친박” 커밍아웃



“지금은 박근혜 시대이지 않느냐.”

정말 그렇다. 정치권에서만큼은 박근혜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바람이 거세다.

지금은 ‘박근혜 시대’

여권 차기 대선주자이자 지난 대선 이후 차기 대권가도에서 선두 자리를 내주지 않고 있는 그의 주가는 여전히 상종가다. 특히 4·27 재보선으로 당 안팎에 변화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여권에서 한나라당이 차지하는 부분이 커지면서 더 주목받고 있다. 당장 1년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박 전 대표의 역할이 절대적이라는 절박함이 당을 감싸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박 전 대표를 지지하는 모임이 잇따라 수면위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대선이후 산산이 흩어졌거나 조용히 명맥을 이어오던 것들이 전국에 걸쳐 조직화되는 모양새다. 

여기에 ‘친박 커밍아웃’을 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월박’ ‘주이야박’ 등 그동안 조심스럽게 거론됐다던 말들이 ‘현실’이 됐다.

이달 초 인천공항의 풍경이 이를 대변한다. 이날은 대통령 특사로 유럽 3개국 순방을 마친 박 전 대표가 귀국하는 날이었다. 새벽부터 인천공항은 북새통을 이뤘다. 박 전 대표를 마중 나온 친박계 한나라당·미래희망연대 의원들과 지지자들로 들썩였기 때문이다.

이날 박 전 대표를 마중 나온 이들은 한나라당 서병수 최고위원과 김영선·김옥이·김선동·서상기·유정복·이성헌·이한성·조원진·허원제·현기환 의원 등과 미래희망연대 노철래·김정·송영선·윤상일 의원, 김용환·이규택 전 의원 등이었다.

이성헌 의원은 이 같이 많은 인사들이 몰리자 “계파를 초월해서 새로운 계파가 만들어졌다”고 했다.

이 발언을 자세히 살펴보면, 혹은 의원들의 면면을 살피면 당초 ‘친박계’가 아닌 ‘친이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속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모 언론사가 올해 초 한나라당 계파 지형도를 분류한 결과에서도 친박계로의 쏠림 현상이 두드러졌다. 1년 전 50여 명에 머물렀던 친박계가 67명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난 것.

친이계로 분류됐던 일부 의원들은 사석에서 “내가 왜 친이인지 모르겠다”며 자신의 정치성향이 친이계로 분류된데 대해 고개를 갸웃거렸다. 또한 “차기는 박 전 대표가 아니냐”며 애정공세를 펼친 이들도 적지 않다.

정치권은 이러한 분위기가 올해 말까지 급속도로 진행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총선을 준비하고 있는 이들 중 ‘박근혜의 사람’임을 강조하고 나선 이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것.

이 중 한 관계자는 “의원들의 시선이 향해 있는 곳은 내년 총선”이라며 “4·27 재보선 후 당 쇄신이 마무리되고 나면 공천을 위한 줄서기 행보가 속도를 낼 것”으로 짚었다.

그는 “어수선한 상황이라 지역구를 찾아 지역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일이 늘고 있다. 이 중 공통된 것이 현 정부에 대한 비판과 박 전 대표에 대한 지지”라며 “민심이 그렇게 흘러가니 따를 수밖에 없지 않겠냐고 말하는 이들이 상당하다”고 최근 정가 분위기를 전했다.

이런 점에서 당 쇄신을 주장하고 나선 ‘새로운 한나라’가 주목받고 있다. 초·재선 소장파 의원 33인으로 깃발을 올렸던 ‘새로운 한나라’는 중립·소장파는 물론 친이·친박계 의원까지 참여, 44인의 모임으로 출범했다.

새로운 한나라는 “지금까지는 초·재선 의원들이 당 지도부의 결정에 따라다녔지만 앞으로는 변화의 선봉에 서겠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이 시선을 보내는 것은 ‘당 쇄신’이다. 또한 당 쇄신의 결과물이자 출발점이 될 7월 전당대회에서 ‘민의를 반영하는 지도부를 구성하는 것’을 최대 목표로 하고 있다.

‘중립지대’ 향하는 이유?

간사를 맡고 있는 정태근 의원은 “지금 젊은 대표주자들이 후보단일화를 통해 당의 지도부를 바꾸기 위한 단합을 해야 한다”며 “새로운 한나라 모임이 젊은 후보,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후보를 단합해서 낼 수 있는 노력을 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새 당대표는 청와대와 정부를 상대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 당을 보다 친 서민적으로 가져갈 수 있는 사람, 계파 간 화합을 이뤄낼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새로운 한나라를 통해 ‘탈계파’, 계파색을 줄이고 말을 갈아타려는 이들이 있지 않겠냐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정가 한 인사는 “중립·소장파는 물론 친이·친박계까지 한 자리에 모여 목소리를 높이는 일이 일어나면서 친이계 혹은 중립·소장파로 분류됐던 이들이 자연스럽게 박 전 대표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가기 위해 새로운 한나라를 ‘계파세탁’의 용도로 활용하지 않겠냐는 말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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