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냄새 잘 맡는 세운건설 실체

2017.04.11 08:40:00 호수 1109호

건설 다크호스의 위험한 베팅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세운건설이 사세 확장에 여념이 없다. 지난 6년새 중견건설사를 줄줄이 인수하면서 덩치를 급격히 불려왔다. 금광기업 인수 당시에는 자신의 시공능력평가액 11배가 넘는 회사를 삼켜 업계의 눈길을 끌었다. 돈 냄새 잘 맡는 세운건설을 확인했다.



전남 화순군에 설립된 세운건설은 1995년 6월 토목, 건축공사업을 기반으로 성장했다. 봉명철 회장이 회사를 이끌고 있다. 자본금은 지난해 기준 33억원으로 건설사로서는 소규모다. 

33억짜리 회사가…

세운건설은 2012년부터 업계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무명의 전남 건설사가 전남 1위 건설사 금광기업을 집어삼키면서부터다. 지역사회가 들썩였다. 당시 세운건설의 자산은 293억원 규모인 반면 금광기업은 1715억원으로 5.8배 더 컸다. 세운건설의 시공능력평가액은 378억여원으로 전국 440위. 금광기업의 시공능력평가액은 4310억원으로 55위를 기록해 세운건설의 11배가 넘었다.

세운건설은 금광기업이 2010년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힘겨운 시기를 보낸 틈을 타 기업을 인수했다. 다윗이 골리앗을 삼키는 상황이 되자 업계는 세운건설을 주목했다. 이후 세운건설은 3년간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다시 M&A(기업인수합병) 시장에 등장한 것은 2015년이었다.

세운건설이 노린 회사는 자산규모 1757억원의 남광토건이었다. 남광토건을 인수하는 데는 금광기업의 힘이 컸다. 세운건설은 금광기업을 컨소시엄에 포함시켜 남광토건 인수를 성사시켰다.


남광토건의 지분율을 살펴보면 세운건설 22.46%, 금광기업 20.42%, 오일랜드 11.23%로 구성됐다.남광토건의 시공능력평가는 50위권이지만 인수비용은 320억원에 불과했다. 인수가격이 크지는 않지만 자신의 매출액 20배에 육박하는 기업을 인수해 또 한번 업계의 눈길을 끌었다.
 

이듬해에는 시공능력 44위의 극동건설을 인수했다. 여기도 금광기업의 자금이 들어갔다. 극동건설의 지분율을 살펴보면 세운건설이 36.36%, 금광기업이 36.03%인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세운건설은 금광기업을 지렛대 삼아 굵직한 중견 건설사 2곳을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세운건설은 자산규모가 300억원대에 불과하지만 극동건설 2100억원, 남광토건 1900억원, 금광기업 1700억원으로, 자기 자산 보다 20배가 넘는 회사를 지배했다.

몸집 더 큰 중견기업 잇달아 인수
본업보다 사냥? 승자의 저주 우려

기업 인수 과정은 험난했다. 금광기업의 옛 소유주 송원그룹이 세운건설을 상대로 낸 주식 명의변경 소송을 걸기도 했다. 대법원까지 가는 법정 다툼 끝에 법원이 세운건설의 손을 들어준 뒤에야 금광기업을 품에 안을 수 있었다.

기업인수 과정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면서 기업 사냥꾼 이미지가 덧씌워지기도 했다. 남광토건 인수 뒤 세운건설 회장과 남광토건 임원들이 현장을 돌며 노조탈퇴와 임금삭감·연봉제 전환 등을 종용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직원의 규모도 크게 줄였다. 2012년 임직원수는 258명이었지만 세운건설 인수후에는 213명으로 감소했다. 

M&A 성과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세운건설이 잇단 M&A에 따라 승자의 저주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현재까지 상황은 냉탕과 온탕을 오고간 형국이다. 세운건설은 남광토건과 극동건설의 수익구조가 부실한 상황에서 인수했다. 
 

2012년 법정관리를 신청한 남광토건의은 세운건설에 인수된 이후에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 하고 있다. 영업손실은 2010년부터 7년째 적자를 이어나가고 있다. 결손금 규모도 확대되는 양상이다. 결손금이란 기업의 경영활동결과 순자산이 오히려 감소하는 경우에 그 감소분을 누적하여 기록한 금액을 말한다.

남광토건의 지난해 말 결손금은 8610억원으로 전년보다 0.18% 확대됐다. 반면, 극동건설은 인수 뒤 상황이 긍정적이다. 2016년 연결 기준 매출 규모는 2390억원으로 전년대비 16.42%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35억원으로 3년만에 흑자 전환했다.

앞으로가 중요한 상황으로 풀이된다. 세운건설에는 금광기업, 남광토건, 극동건설을 통한 시너지 효과가 필요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세운건설은 필요에 따라서 업체간 합병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세운건설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업체간 합병이) 당장은 계획이 없지만 장기적으로는 충분히 검토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세운건설이 적극적인 M&A를 통해 몸집을 불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세운건설은 기획감사실을 만들고 극동건설 기획업무를 담당했던 직원을 보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M&A 재시동을 거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진짜 본색은?

현재 세운건설이 노리는 매물로 거론되는 기업은 대우건설, 경남기업, 삼부토건이다. 대우건설과 경남기업은 지난해 기준 시공능력평가 50위권의 강자이고, 삼부토건 역시 2015년 기준 42위로 중견 건설사로 꼽힐 만큼 굵직굵직한 매물이다. 사실 여부와는 관계없이 불과 5년전 만해도 무명이었던 세운건설의 괄목할만한 성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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