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네모난’ 작가 노상호

2017.01.31 11:37:14 호수 1099호

하루가 모여 세계가 되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매일 인터넷에서 저화질 이미지를 수집한다. 뚜렷한 기준은 없다. 수집한 이미지를 A4 용지에 먹지를 덧대고 베낀다. 작은 요소들을 추가하거나 또 다른 이미지를 몽타주해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이야기, 명사, 가사 등이 한 데 섞이면서 다른 상상으로 전환된다. 하루에 한 장, ‘데일리 픽션’이 완성된다. 전날 만든 이미지는 다음 날 또 다른 이야기로 가지치기 된다.



작가 노상호가 송은 아트큐브서 개인전을 연다. 이번 전시에는 평소 수집한 이미지들의 일부를 포토샵 마술봉 툴을 이용해 잘라내고 재배치해 또 다른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개인전 제목도 ‘Magic Wand(마술 지팡이)'. 마술봉을 통해 탄생한 작품은 다양한 매체, 방식을 통해 분산 배치됐다.

마술봉으로 작업

누구에게나 쉽게 전달될 수 있지만 어느 누구도 그 본질을 알 수 없는 작가 본인의 존재가 전시에 묻어난다.

노상호는 밴드 ‘혁오’의 앨범 표지를 그린 작가로 알려져 있다. 밴드 혁오는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과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 등을 통해 이름을 알린 가수다. 노상호는 ‘네모난’이라는 이름으로 혁오의 앨범 표지 작업을 해왔다.

그는 혁오가 내는 앨범의 표지를 전부 모으면 하나의 그림이 되는 방식으로 작업 중이다. 매일 한 장의 그림으로 하나의 큰 이야기를 만들고자 하는 노상호의 생각이 혁오의 앨범 표지에 묻어 있다.


‘데일리 픽션’으로 쌓은 시간
퍼나르고 잘리고 덧붙인 이미지

그는 스스로를 ‘얇은 사람’이라 칭한다. 인터넷 가상환경과 현실의 쏟아지는 이미지에 즉각 반응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자신을 먹지에 비유하기도 했다. 들어온 자료들과 재생산, 재배치돼 나가는 생산물 사이에서 본인이 먹지 노릇을 한다는 것이다.

노상호가 SNS에 게재한 데일리 픽션들은 대중이 또다시 SNS를 통해 퍼나르고 자르고 붙이며 소비한다. 그 과정서 작가는 자료를 편집하고 내보내는 중간 프로그램으로서 존재한다.

노상호는 자신의 손을 떠난 작품에 다른 사람이 개입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타인의 개입으로 작가의 그림은 다시 새로운 자료로서 가상환경을 부유한다. 노상호가 전시장보다는 SNS 환경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이유다.
 

그의 작업 과정은 독특한 데가 있다. 작업의 기본단위는 A4 드로잉이다. 그는 가상환경서 이미지를 변형해 투명한 종이 밑에 받쳐놓고 베끼는 작업, 즉 트레이싱한다. 현수막, 간판으로 제작하거나 어떤 기준으로 카테고리화해 책을 만들고 엽서 혹은 소비재들을 만든다.

A4 크기의 그림을 다시 커다란 캔버스에 빔프로젝트를 쏘고 트레이싱해 유화, 아크릴, 과슈 등의 재료로 그리기도 한다. 이미지들은 여기저기 옮겨 다니면서 해상도가 깨지고 픽셀이 흐려진다.

노상호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A4 그림들을 다시 복사해 커다란 캔버스에 하나하나의 요소로 다시 트레이싱한다. 그렇게 나온 그림들은 거대한 세계지도를 채우는 하나의 조각이 된다. 하루를 기준으로 지도는 채워지고 사방으로 확장해 나간다.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어

이번 전시인 Magic Wand는 이 같은 데일리 픽션의 확장판이나 다름없다. 4년간 지속해온 데일리 픽션 작업으로 데이터베이스가 축적됐고, 가상환경서 자료를 가져오는 것이 아닌 축적된 이미지들을 또 하나의 수집물로 바라보고 파편화했다. 파편화된 이미지들은 무제한 확산되고 편집된다.

작품은 전시뿐만 아니라 책, 일러스트레이션, 앨범아트, 패션으로써의 도상, 뮤직비디오 화면 등 공간을 가리지 않고 퍼져 나간다. 작가를 알고 있는 모든 사람은 자신만의 경로로, 한정적으로 수집된 자료를 통해 노상호를 파악한다.

아무도 전체를 알 수 없고 끊임없이 확장되기에 파악도 불가능하다. 궁극적으로 작가는 어디에나 있지만 어느 곳에도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 된다.

모두에 다른 사람

노상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최종적으로는 다 다르게 기억했으면 한다”며 “그냥 저를 아는 사람들이 다 다르게 저를 인식했으면 좋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번 전시는 그 생각의 연장선이다. 전시는 3월8일까지.


<jsjang@ilyosisa.co.kr>

 

[노상호는?]

▲홍익대학교 판화과 졸업, 서울(2013)

▲개인전


Magic Wand, 송은 아트큐브, 서울(2016)
The Great Chapbook, 웨스트 웨어하우스, 서울(2016)
Daily Fiction-Tracing, 스튜디오 콘크리트, 서울(2016)
네쌍둥이, 기고자, 서울(2015)
프리홈프로젝트 XX 네모난, 프리홈, 서울(2012)

▲그룹전

직관의 풍경, 아라리오 갤러리, 서울(2016)
서사의 간극,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다방, 서울(2016)
Concept: ZERO, 헝가리 한국문화원, 부다페스트, 헝가리(2016)
난지 9기 리뷰: 구사구용, 서울시립미술관 북서울미술관, 서울(2016)
/documents, 시청각, 서울(2015)
미술관이 된 구벨기에영사관, 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생활미술관, 서울(2015)
굿-즈 2015, 세종문화회관, 서울(2015)
오늘의 살롱 2015, 커먼센터, 서울(2015)
Short Story Long - 장마, 스페이스 윌링앤딜링, 서울(2015)
2015 난지아트쇼 V: 난지도 밀실사건,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서울(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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