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김종영조각상 수상자' 김윤경

2017.01.02 10:59:13 호수 1095호

뒤집고 이해하는 이야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김종영미술관이 제13회 김종영조각상 수상자 김윤경 전을 개최했다. 김윤경의 작품은 옷에서 시작해 점차 설치 작업으로 전개됐고, 이후 퍼포먼스까지 확장됐다. 관객들은 오는 15일까지 열리는 전시에서 더 넓어진 그녀의 작품 세계를 만날 수 있을 전망이다.



김종영조각상은 일생을 조각예술교육에 헌신한 김종영 선생의 유지를 기리기 위해 제정됐다. 이 상은 유족과 후학들이 1990년 2월13일 발족한 김종영 기념사업회의 일환이다. 그해 12월8일 제1회 김종영조각상을 시상한 이래 격년으로 열렸다. 수상자 기념 전시는 2년 주기로 열린다. 김윤경 작가는 지난 2014년 상을 수상했다.

‘옷→집’ 확장

초기 김윤경은 옷을 소재로 한 작품서 출발, 집으로 작업을 확장시켰다. 그녀의 작업에서 옷은 피부의 확장으로 사람을 의미한다. 그와 동시에 안과 밖을 구분 짓는 경계이기도 하다. 그녀에게 집은 또 다시 옷의 확장이다.

이 같은 사유의 결과는 2007∼2008년 실행한 ‘입을 수 있는 집’을 소재로 한 퍼포먼스서 잘 드러난다. 그녀는 인간의 삶과 관계에 대해 초지일관 성찰한다. 관념적이었던 초기 작업 형태는 점차 현실서 벌어지는 구체적인 사건들을 바라보는 방식으로 변화했다.

다시 말해 김윤경의 작업은 특수한 경우를 성찰해 보편적인 이론을 도출해내고자 하는 연구자의 그것과 닮아 있다.


메르스 지카 에볼라
바이러스 연상 작품

이번 전시의 타이틀은 ‘Reverse and Penetrate’다. Reverse는 뒤집다, 바꾸다, 후진하다는 뜻을 갖고 있으며, Penetrate는 관통하다, 간파하다, 이해하다, 삽입하다의 의미다. 두 단어의 뜻을 어떻게 적용하느냐에 따라 이번 전시를 바라보는 시선에 미묘한 차이가 생길 수 있어 관객들은 작품 하나를 두고도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할 듯하다. 초기 함축적이었던 작품 속 이야기는 조금씩 서술적인 방법으로 바뀌어갔다.

그 정점은 ‘Viruscape’. Viruscape는 신체 외부 환경의 침입과 내부의 자기 방어 간 충돌이 일어나는 갈등 상황을 바이러스 풍경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현미경을 통해 확대된 메르스, 지카, 에볼라 바이러스의 형태를 마치 벽지나 커튼 등 섬유의 패턴처럼 보이게끔 임의로 재조합하고 배열한 이미지를 작품에 사용했다.
 

김윤경은 작가 노트서 질병과 사고 등으로 인한 신체적 고통과 심리적 불안 등 고요한 일상이 요동치는 상황들은 언제든지 내게 닥칠 수 있는 삶의 변수라고 여겼다. 전염병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진화, 변이돼 막연한 공포심을 조장하며 인간의 삶을 위협하는 보이지 않는 폭력의 주체이자 물리쳐야 할 객체라고 설명했다.

또 전염병은 생태계와 거주환경, 생활방식 등과도 연쇄적으로 연결되고 개인의 질병을 넘어 사회 문제로 나타나며 집단적 스트레스로 공유되기 때문에 주체와 객체, 개인과 집단, 육체적인 것과 정신적인 것 등이 복합적인 구조로 얽혀 드러난다고 봤다.

피부의 확장 ‘옷’
옷의 확장은 ‘집’

3전시실에는 ‘Skin-Clothing’ ‘피부-옷’이라는 설치작품이 놓인다. 나무로 만든 캐비닛 앞뒤에 갈비뼈와 척추의 형상을 투각했고, 양 옆에는 소매를 붙여 몸통을 떠올리게 했다. 또 옷 안에서 떼어낸 상표로 신체 장기를 해부학적으로 만들어놨다.

캐비닛 아랫부분서 조합된 천이 퍼져 나와 2005년 작품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 집 다오’와 같이 옷을 해체 만든 소가죽 형상의 펼쳐진 형태를 이룬다. 이는 배설물을 연상시킨다. 옷의 부분들을 각각 분리해 박피된 동물의 가죽처럼 펼쳐놓고 옷에서 분리된 상표는 신체 장기로 표현한다. 사회화되고 상업화된 몸을 원초적 껍데기, 피부로 되돌려놨다.
 


1전시실은 제3전시실의 피부-옷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전시장 벽면에는 반쯤 열린 문들과 바깥 풍경이 보이는 창문들이 벽면에 설치돼있다. 문과 창문으로 인해 전시장은 가상의 생활공간이 된다. 전시장 한쪽에는 격리된 병실같이 보이는 공간이 있다.

메르스가 창궐했을 당시 언론에서 자주 다룬 음압병실 같은 느낌이다. 침대 옆 옷걸이에는 각종 약상자의 이미지로 뒤덮인 환자복이 걸려있지만 정작 환자는 부재 상태다.

17년 작업 총망라

3전시실부터 1전시실로 이어지는 이번 전시를 통해 관객들은 작가의 17년간의 작업 전개과정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다양한 소재와 매체를 사용해 외형상 분절된 것 같이 보이는 작업을 진행해왔지만 내용상으로는 일관되게 사회화 과정서 경험하는 사건들에 대한 성찰을 담고 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김윤경은?

▲학력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미술학과 박사과정 졸업(2014)
Goldsmiths College, University of London, MFA Art Practice(2008)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조소과 졸업(1996)
이화여자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 졸업(1993)

▲개인전


종로 도시갤러리 아트 윈도우, 서울(2013)
공근혜 갤러리, 서울(2012)
H gallery, 서울(2006)
갤러리 인, 서울(2004)
관훈갤러리, 서울(2003)
Accent on Art-art&life, 서울(2001)
공산미술제 수상작가전, 원서갤러리, 서울(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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