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별세로 본 샘표 숨겨진 가족사

2016.10.18 09:44:39 호수 0호

대추나무 연 걸리듯 배다른 친척들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최근 샘표에서 감지되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여전히 어딘지 모를 전운이 감돈다. 일각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다툼이 촉발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호시탐탐 샘표를 노린다는 세력에 대한 소문을 그냥 흘려듣기에는 찜찜한 구석이 존재한다.



샘표에 지난달 23일 비보가 전해졌다. 박승복 회장이 노환으로 별세했다는 소식이었다. 1922년 함경남도 함주서 출생한 박 회장은 1965년부터 재무부 기획관리실장, 국무총리 정무비서관, 초대 국무총리 행정조정실장 등 오랜 기간 공직에 몸담았던 인물이다.

피도 눈물도…

1976년 선친의 뒤를 이어 샘표식품 사장으로 취임한 이래 박 회장은 샘표를 이끌어왔다. 공교롭게도 박 회장이 세상을 떠나자마자 샘표 일가의 가족사가 재조명받고 있다. 샘표의 향후 경영권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눈여겨봐야 하는 대목이다.

서울 충무로서 해방 이듬해인 1946년 닻을 올린 샘표는 1959년 서울 창동에 제2공장을 건설하면서 본격적으로 국내 장류업계의 선두주자로 급부상했다. 당시 샘표를 창업했던 인물이 바로 박진선 샘표식품 사장의 조부인 고 박규회 창업주.

박 창업주는 배다른 자식이 있었다. 박승복 회장과 2006년 10월 작고한 박승재 전 사장이다. 이복형제는 1976년 박 창업주가 별세한 후에도 별 탈 없이 샘표식품을 공동경영했다. 그러나 영원히 지속될 듯 보였던 공동경영 체제는 1997년 4월을 기점으로 순식간에 금이 갔다.


당시 박 회장은 박 전 사장을 해임하는 동시에 대표이사직을 아들인 박진선 사장에게 넘겨주는 결단을 내린다. 이 같은 결정에 박 전 사장은 즉각 반발했고 이때부터 지리멸렬한 경영권 분쟁이 이어졌다. 일진일퇴의 물밑 지분경쟁은 법정공방을 거쳐 이듬해 8월이 돼서야 일단락됐다. 승자는 박 회장이었다.

고인의 이복형제 일가와 15년 갈등
마무리 됐지만 지금도 미묘한 기류

하지만 불완전한 평화는 미봉책에 불과했고 2006년 9월 무렵 2차 분쟁의 서막이 올랐다. 이번에는 사뭇 다른 형태로 싸움이 진행됐다.

당시 박 전 사장 측을 비롯한 ‘박승복 반대파’ 15명은 샘표식품 지분 24.1%를 주당 1만5000원에 우리투자증권이 설립한 마르스1호에 매도했다. 여기에는 박승혁·승우·승호씨 등 박 전 사장의 동복형제 일가 9명의 지분 약 16%가 포함됐다.
 

마르스1호에 돈을 댄 투자자들의 실체를 두고 설이 분분했다. 일각에선 박 회장 부자에 밀린 이복형제 일가가 마르스1호와 이면계약을 맺어 경영권 회복을 시도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우리투자증권 측은 “이면계약은 없다”고 일축했지만 펀드의 풍부한 자금을 빌어 상황을 역전시키겠다는 박 전 사장 측의 ‘적대적 M&A’ 노림수란 시각이 적지 않았다.

결국 2012년에 사모펀드의 잔여지분 매각과 함께 경영권 분쟁은 일단락됐지만 이 기간 동안 박 회장 측은 골머리를 썩어야 했다. 매년 주주총회와 사외이사·감사 선임 등을 놓고 표 대결을 벌인 까닭이다. 샘표가 자사주 비율을 30% 이상 유지하는 데 심혈을 기울인 것도 당시 경험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한술 더 떠 샘표는 최근 회사의 기본 골격마저 뜯어고쳤다.

지난 7월 샘표식품은 지주사 ‘샘표’와 식품사업부문 자회사 ‘샘표식품’으로 분할을 결정했다. 그간 샘표식품이 양포식품, 조치원식품, 샘표아이에스피 등을 자회사로 거느리던 형태서 샘표가 최상위 회사로 올라서는 구조로 바뀌었음을 의미한다.

박승복·박진선 공동대표 체제에도 변화가 도래했다. 박 회장은 지주사인 샘표 주식회사의 대표이사로, 샘표식품은 박 사장 단독대표 체제로 변경됐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창립 70주년’을 내세워 샘표식품이 최대주주인 박 사장에게 힘을 실어주겠다는 뜻을 내비쳤다고 보고 있다. 실질적인 목적이 박 사장의 지배력 강화였다는 것이다.

실제로 샘표식품이 보유한 자사주 비중은 30.38%이며 박 사장 등 최대주주 측의 지분은 30.02%다. 지주사인 샘표가 자사주를 통해 받게 될 샘표식품의 지분을 합치면 박 사장 등 최대주주의 지분은 60%를 초과한다. 전면에 내세운 의도는 지주사 전환을 통한 경영 효율성 강화와 지배구조의 투명성 제고였다.


더욱이 지주사 체제로 바뀐지 석달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박 회장이 세상을 떠나자 박 사장의 지배력 강화에 목적을 둔 체제변화였다는 추측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심상찮은 공기

공교롭게도 박 회장 사망을 계기로 현 경영진과 대립각을 세우던 박승대 전 사장 측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는 시선이 부쩍 많아졌다. 심지어 박승혁·승우·승호씨 등 박 전 사장 동복형제 일가의 경영권 회복을 위한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소문마저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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