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천우의 시사펀치> 나무, 숲이 우리 소유물이냐!

2016.08.29 14:25:30 호수 0호

지난 봄에 서울북부기술교육원에서 함께 산림관리교육을 받았던, 공교롭게도 필자의 중학교 후배인 친구가 찾아왔다. 그 어느 때보다 무더운 금년 여름날에 글 쓰느라 고생하는 선배를 위해 저녁 대접해야겠다는 고마운 의도에서 비롯되었다.



그렇게 시작된 좌석에서 술이 여러 순배 돌자 후배가 휴가는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할 가난한 필자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운을 떼었다. 자신이 휴가 중에 겪은 일을 <일요시사>를 통해 알려주었으면 좋겠다는 요지였다. 하여 후배에게 무슨 일인지 설명을 요청했다.

“어머니를 모시고 가족과 함께 경기도에 소재한 경치 좋은 계곡을 찾았다. 그곳에서 물과 숲이 주는 안락함에 모두가 편안한 시간을 보내는 중에 일단의 사람들이 주위로 찾아들었다. 그리고는 마치 작정이라도 한 듯 불을 피우고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순간적으로 고기 타는 냄새와 연기가 계곡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고 방금 전까지 누리던 평화가 깨지기 시작했다. 결국 작심하고 그들에게 다가가 그들의 옳지 못한 행위에 대해 시정해줄 것을 요구했다. 그 계곡은 취사가 금지된 곳이었던 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자신의 시정 요구를 묵살하고 오히려 자신을 질타하고 나섰다. 결국 큰소리가 오가고, 함께한 어머니와 가족의 만류로 자리를 물려야 했다.”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이야기를 마친 후배의 위아래를 훑어보았다.

“형님, 왜 그래요?”

“이 사람아, 그 사람들도 모처럼 나들이한 모양인데 그냥 넘어가지 그랬어.”


시큰둥하게 답하자 후배가 못마땅하다는 듯이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형님은 그러면 안 되지요.”

“왜?”

“형님도 산림 교육을 받지 않았습니까?”

진지하게 되묻는 후배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그리고 후배에게 내가 지니고 있는 생각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숲을 이루고 있는 나무, 그 나무를 한문으로 木으로 표현한다. 이와 관련 갑골문의 ‘木’은 나무 한 그루를 본뜬 것이라 간단하게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이와 다르게 바라보고 있다. 木을 이루고 있는 요소들을 살펴보자는 말이다. 木은 一, l 그리고 人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를 세밀하게 살피면 一은 땅을, l은 하늘로 뚫고 올라감을 즉 하늘을, 그리고 人은 글자 그대로 인간을 의미한다.

결국 木은 하늘과 땅과 인간이 조합되어 이루어진 글자로 삼라만상의 근본이 나무라는 이야기다. 그런 연유로 지난 몇 년 동안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고 산을 찾는다. 집에 머물 때는 주변에 있는 수락산을 그리고 행여나 잠시 집을 떠나더라도 반드시 근처에 산을 찾는다. 물론 잠시라도 나무에 의탁하기 위함이다.

“그래서 그렇게 끝낸 건가?”

“어머니와 애들만 없었으면 그냥….”

“그냥 뭐?”


“뭐긴 뭐예요. 일 벌였지요.”

빙긋이 웃으며 한마디 더한다.

“이 사람아, 자연은 우리 소유물이 아니야. 우리 후손들에게 잠시 빌려 쓰는 게지. 그런데 자연을 훼손하는 그 인간들은 인간으로 취급해서는 안 돼. 다른 사람도 아니고 자신의 후손을 해롭게 하는 인간을 어떻게 인간으로 취급하나. 나 같으면 그 자리에서 끝장냈을 거야.”
 

※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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